“제주에 입도한지 5년 차다. 육지에서 방과후 강사를 하다 제주로 이사를 했는데 방과후 강사의 처우에 깜짝 놀랐다. 수강료도 낮았고 정원도 20명으로 제한해 급여가 확 줄었다. 꿈과 희망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차별과 불평등을 타파해보려고 노조도 가입하고 시위도 참여했는데 제주도 교육당국은 꿈쩍도 안 했다. 강사들의 처우를 조금이라도 바꿔볼 수 없을까. 그런 마음으로 창업을 했다.” 

지난 6월 창립한 오아시스에듀협동조합(대표 유승숙)은 학교 재직중인 방과후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방가방가방과후선생님' 플랫폼을 오픈했다. 제주도내 방과후 강사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수업을 필요로 하는 곳에 매칭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홈페이지 구축을 마쳤고, 어플도 출시할 예정. 

제주도와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이 지원하는 ‘여성공동체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첫 창업에 도전한 유승숙 대표는 방과후 교사 17년차다. 방과후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었는데 최근 강사 급여가 시간제로 바뀌면서 급여가 확 줄었다. (☞ 관련기사 : "과자 한 봉지 값으로 학생들 가르치고 있다"

유승숙 대표는 “방과후 교실은 애초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다 작년부터 방과후 강사 급여가 시간제로 바뀌었다. 2017년 창립한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이 있는데, 제주도 교육당국은 노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를 단행했다. 시간제로 바뀌면서 소득이 40% 이상 줄었다. (지금도) 생계형 강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장 이직한다는 강사도 많다. 이렇게 되면 강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투자 필요성도 낮아진다. 수업의 질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방과후강사노조 제주지부가 제주지역 방과후 강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19년 월 평균 180만원이던 월급이 100만원으로 크게 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5%나 감소한 수치다. 

현재 방과후 학교는 수익자 부담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낸 수업료는 학교가 관리 명목으로 5~9% 정도 수수료를 뗀 뒤 강사료로 지급한다. 수업료 인하가 강사료 감소로 이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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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에듀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로봇코딩 수업. (사진=오아시스에듀협동조합)

오아시스에듀협동조합 창립 계기는 방과후 강사의 부수익 창출이 목적이었지만 경력단절여성의 사회진출을 도와줄 목적으로 강사 양성도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통해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자 소규모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는 인화로 창업인큐베이팅에 도전해 합격했을 때,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법인화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유 대표는 “합격하자마자 신이 난 나머지 덜컥 임대사업자등록이 안된 사무실부터 계약했다. 당연히 세금계산서 발행이 안 됐고,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파기하며 부동산 중개비며 몇 달치 월세를 허공에 날렸다. 사회에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한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오아시스에듀협동조합의 최대 강점을 신뢰로 꼽았다. 이미 학교 채용심사를 통과한 검증된 강사만 모집해 수업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학교 채용심사는 1차 서류, 2차 면접을 거쳐 3차 신원조회까지 마쳐야 한다.

해당 플랫폼에는 현재 컴퓨터, 영어회화, 코딩, 한자, 역사 등의 수업이 마련돼 있으며, 과학, 서예, 음악, 주산, 공예, 독서, 논술, 줄넘기 등 다양하게 구성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방과후 수업은 경쟁률도 높고 시간이 맞지 않아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수강 신청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기가 배워야 하는 과정을 배우는게 아니라 개설된 과정을 배워야 하니 심화과정까지 못가는 경우도 있다. 저희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수업 가운데 학생이 원하는 수업과 시간대를 선택하면 방과후 선생님이 원하는 장소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학교 채용심사를 마친 선생님이 찾아가니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컴퓨터 강사 경력 18년차인 유 대표도 직접 수업을 진행한다. 양희정 제주방과후교사 노조 홍보부장도 협동조합 이사로 참여하는 동시에 코딩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플랫폼 관리와 영상 편집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변지희 이사가 맡고 있다. 

그는 “이제 시작단계라 아직 홍보가 부족한 상태지만 노하우가 쌓이면 단계적으로 육지까지 서비스를 넓혀 갈 계획”이라면서 “방과후 강사, 학생, 경력단절 여성 모두에게 오아시스 같은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노조에서 강사들의 불공정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시간당 급여를 조금이라도 올려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제 협동조합의 플랫폼도 발전하고 강사들이 부당한 처우를 개선돼 능력있는 강사들이 방과후 강사라는 직업을 떠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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