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13년 받고 3년 더

조/

13년 받고 3년 더,입니다.

 

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조/

붉은 말과 흰 말 등대로 유명한 해변이 있죠. 이호테우해변인데요. 여기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말과 흰 말 등대를 찍은 사진은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선 13년이 넘도록 유원지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는데요. 해안 경관 사유화 문제와 환경 훼손 문제, 자금 조달 문제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업입니다. 여기 사업자가 최근 사업기간을 3년 더 연장해줄 것을 신청했습니다.

 

윤/

최근에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기간을 1년 더 연장해서 반발이 거센데요. 논란이 있는 개발사업이 연이어 또...

 

조/

네. 이호유원지 개발사업 시행자는 주식회사 제주분마이호랜드인데요. 사업 시행 기간이 올 연말까진데 2024년 12월31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신청한 겁니다. 연장 명분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었는데요. 우선 지난 2019년 제주도의회가 이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의견을 달았던 게 있습니다. 지역주민과 상생 협약 방안을 마련하고 호텔과 콘도 층수 1개층을 하향 조정하고 공공형 공원을 조성할 것, 그리고 오수처리는 전문업체에 위탁해 관리할 것, 경관 협정을 체결할 것, 해양생태계를 유지 관리하는 계획을 이행할 것, 카지노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확인서 내용을 이행할 것 등이었습니다.

 

윤/

사실 이 동의안이 심사보류 한 달 만에 원안 그대로 통과돼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조/

네. 지난 2019년 10월 열렸던 임시회에선 해당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에서 경관 사유화와 해양 생태계 파괴, 숙박시설 과잉 공급, 카지노 영업 우려 등을 제기하면서 심사보류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인 11월 똑같은 동의안을 그대로 가결시켰는데요. 물론 본회의에서도 통과됐고요. 당시 회의에선 일부 의원들은 사업자의 해명을 도와주는 질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안창남 의원은 땅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사업자는 부동산을 팔지 않고 절차를 지켜오면서 사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편을 들었고요. 제주분마이호랜드 대표이사에게 모기업인 중국 분마그룹을 홍보하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윤/

카지노 영업장 입점 우려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이 불식시켰죠.

 

조/

네. 안창남 의원은 사업계획서에 카지노 관련 계획이 없으니까 나중에 실제로 카지노를 한다고 할 때 다시 얘기하면 된다며 지금은 카지노에 대해 논할 시기가 아니라고 다른 의원들의 질문에 쉴드(?)를 치기도 했습니다. 또 강성민 의원은 분마그룹 회장이 도장까지 찍으면서 카지노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사업자에 대한 매우 강한 믿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상봉 의원이나 강성의 의원의 경우 경관 사유화와 교통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문제, 숙박시설 과잉 문제 등을 제기한 의원도 있었습니다만... 이 의원들의 의견은 부대의견으로 처리되면서 동의안은 무난하게 통과됐습니다.

 

윤/

그때의 부대의견을 지금 사업자가 이행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군요. 연장 신청의 또 다른 명분은...

 

조/

사업부지 중 일부 토지가 경매 소송 중이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기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단 사업부지가 30만 제곱미터가 안 되기 때문에 제주동물테마파크와 달리 개발사업 심의위원회를 거치진 않습니다. 대신 제주도특별법에 따라 주민과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신 청취자 분들은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한 의견을 내셔도 좋겠습니다.

 

윤/

아무래도 사업 기간 연장 승인의 관건은 자금 조달일 텐데요. 여기 총사업비가 4천억 원이 넘죠.

 

조/

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4천212억 원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사업자가 정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고개가 갸우뚱합니다. 지난 6월이었을 텐데요.

제주분마이호랜드가 바다를 일부 매립해서 사용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내야 하는 점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기 키워드뉴스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사업자는 개인 요트나 배를 대도록 하고 여러 편의시설을 짓기 위해 2010년에 공유수면을 매립했는데요. 여기가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점사용료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8년엔 8억8천여 만 원 2019년과 2020년에 각 2억천여 만 원 그래서 모두 13억7천여 만 원이 체납된 상태입니다.

 

윤/

네. 기억납니다. 그 때 제주시가 공유수면 허가를 취소하는 청문을 실시하기도 했었죠.

 

조/

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유수면을 점용 또는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점용허가를 받은 자가 사용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 공유수면관리청은 점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령에 따라서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려 했던 것인데요. 여기서 사업자는 유원지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제주도 투자유치과에 체납액을 납부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제주시는 허가 취소를 유보했는데요.

 

윤/

조금이라도 납부했나요?

 

조/

아닙니다.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 대표이사가 제주를 방문해서 해결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1원도 납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는 우선 사업자가 가진 토지와 건물 같은 부동산을 압류했지만 실질적인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늘 제주시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에겐 사업자를 처분할 권한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원지 개발사업을 담당하는 제주도 투자유치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유치과에서 이 개발사업자가 계속 사업하게 두려고 하면 자기들도 공매나 다른 행정 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윤/

제주도 투자유치과의 입장은?

 

조/

이번에 사업 기간을 연장하는 변경 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도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점사용료를 체납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하는데요.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으로 중국 자본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사업자가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지와 또 환경영향평가의 부대의견을 이행했는지 그리고 체납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따져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체납액 13억원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4천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구해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윤/

(마무리..)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2. 가해자 없는 4·3

 

조/

가해자 없는 4·3,입니다.

 

윤/

4.3관련된 이야기군요

 

조/

지난달 30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제주4·3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제주4·3대전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 및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수감됐다가 군과 경찰에 의해 죽임을 당한 4·3희생자를 실태조사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도민 300명이 끌려갔다가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이분들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7월3일과 4일, 5일까지 사흘에 걸쳐서 대전 골령골에서 학살당했습니다. 이분들 중 신원이 확인된 분은 88명에 그친다고 합니다. 이 보고가 끝나고 ‘제주4·3항쟁 가해자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거기서 주철희 박사의 발표에 대해 다같이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서 오늘 두 번째 키워드로 준비했습니다.

 

윤/

주철희 박사라면 여순10·19 사건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

 

조/

네. 여순10·19는 제주4·3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이기도 하죠. 이승만 정부가 제주4·3을 진압하기 위해 국군 14연대를 창설했고 10월19일 이들에게 제주로 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군인들이 같은 민족을 해칠 수 없다며 반란을 일으킵니다. 올해는 제주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되기도 했지만 여순10·19 특별법이 만들어진 해라서 제주와 여순 지역 모두에게 뜻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데 4·3특별법을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다시 토론회 이야기로 돌아가서 주철희 박사는 4·3특별법의 한계로 “가해자가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윤/

국가폭력에 의해 일어난 비극이고... 그 때문에 지금 정부가 희생자들에게 배보상하는 내용을 담은 보완입법이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잖습니까.

 

조/

네. 그런데 특별법 조항을 보면 ‘누가’라는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제1조 목적을 보면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된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킨다고.. 또 제주4·3을 정의한 부분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어딜 봐도 국가나 정부, 군경이란 말은 없습니다. 주 박사는 여기서 ‘진상규명’이라는 말에 책임 소재를 밝히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도 볼 수 있지만 가해자의 주체와 명령·지휘체계를 명확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4·3특별법이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뤄졌는데 정작 가해자를 밝히는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고 희생자 명예회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희생자에 집중하느라 가해자를 밝히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조/

네.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를 들었는데요. 일단 과거사법이라고 부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에서 가해를 밝히라는 내용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 박사는 가해를 밝히지 말라는 내용도 없다면서 실제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는 과거사법을 예로 들었는데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선 ‘군에 의한 발표 경위 및 책임 소재’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4·3특별법을 비롯해서 과거사 정리법을 만드는 목적은 과거사를 청산하는 것, 잘못된 우리 역사를 청산하자는 건데 국민 화합과 화해, 상생만 주장하다 보니까 진상규명의 본질보다는 희생자 명예회복에 멈춰있지 않은가”라고 제기했습니다.

 

윤/

가해자를 밝히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조/

지역사회에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었습니다. 지난 2019년 제주4·3평화재단이 발간한 추가진상보고서에선 마을별로 피해 조사가 구체적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과연 조사단이 가해 주체나 지휘 체계를 몰라서 넣지 않았겠느냐는 겁니다. 주 박사는 아마 제주지역 사회의 동의나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중간에 빠진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4·3에 대한 문제를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면서 4·3이 정치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윤/

결국 정치 문제다...

 

조/

네. 정치권력 관계가 사건의 본질보다 더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해 주체를 밝히자는 이유는 그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라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차피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70년이 넘게 지나서 다들 세상을 떴거나 매우 고령이니까요. 희생자가 세상을 떠나는 것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주 박사는 “역사는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일”이라며 “가해자와 지휘명령 체계를 기록해 남김으로써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아울러 법으로 못한다면 관련 연구로라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다른 토론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조/

이날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왔었는데요. 강 위원장 역시 정부나 사회가 ‘화해와 상생’을 이야기하는 데 유족 입장에서 ‘당신과 화해하겠다’고 하려해도 정작 그 대상이 없다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해자도 밝히지 못하는데 화해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4·3 당시 행정수반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건 사회적으로도 규명이 됐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고 한탄했습니다. 당시 장군과 중령급 이상이었던 인물들이 서울 현충원이나 대전 현충원에 버젓이 있다는 겁니다. 현충원이라는 곳은 국가나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기여를 한 인물들을 안장한 묘지죠.

 

윤/

4·3 진압에 나섰던 군 간부들이 현충원에 있다...

 

조/

지금의 대한민국이 4·3을 대하는 자세가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4·3이 정말 대한민국의 현대사로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학살 주범들을 국가의 영웅으로 기리는 일은 더 이상 없겠죠. 그리고 더 황당한 일은 제주도민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던 박진경. 그 박진경의 추도비가 다른 지역도 아닌 제주도에 있다는 겁니다. 원래 제주시가 관리하는 충혼묘지에 있다가 내일부터 문을 여는 국립묘지로 옮겨질 예정이었는데 시민사회 단체가 반발해서 제주시가 관리하는 공동묘지로 옮겨졌습니다. 강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시가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가장 명당자리에 비석이 서있다며 원통해했는데요. 철거 할 수 없다면 박진경의 죄상을 명시한 단죄비라도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진경이 창군 영웅이 아니라 4·3학살의 주체였다는 걸 다음 세대에 알리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