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항(사진=김재훈 기자)
도두항에서 낚시 중인 사람들(사진=김재훈 기자)

이따금 포구를 찾아 하릴없이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방파제 곳곳에서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낚고 있다. 낚시꾼에게 다가가 “많이 잡았어요?”라고 빈말을 던진다. 낚시꾼은 “하도 많이들 잡아대서 물에 물고기가 없어.”라고 답한다. 그러는 본인도 '하도 많이 잡아대는' 일에 가담하고 있으면서.

잡은 고기를 넣는 플라스틱 통을 들여다본다. 열에 아홉은 통 안에 물고기가 없다. 서로 조금 멋쩍다. “많이 잡으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물론 많이 잡지 못할 걸 잘 알면서 던진 빈말이다. 낚시꾼도 그걸 아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떡밥을 바다에 던져 넣는다. 물고기를 유인하는 '집어제'다. 냉동크릴새우를 쓰거나 밀가루 등으로 직접 제조한다. 낚시꾼은 떡밥을 연거푸 바다에 던져 넣는다. 한 통을 다 바다에 던지고 갈 모양이다. 연신 떡밥을 바다에 던지는 걸 보노라면 물고기는 못 잡더라도 팔운동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파제 여기저기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 낚시꾼들이 흘린 떡밥 냄새다. 작은 물고기가 방파제 위에서 바짝 말라 굳어버린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낚시꾼이 원치 않은 물고기를 낚아 올리고서는 방파제 위에 내팽개친 것이다. 바다로 던져 넣으면 다시 바늘을 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물 밖에 버려지는 것은 그 물고기도 원치 않았을 텐데... 애써 잡은 물고기들을 죄다 버리고 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잡아서 먹을 목적으로 낚시를 한 건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

방파제나 갯바위 여기저기에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나뒹군다. 미끼 등을 담았던 플라스틱통, 끊어진 낚싯줄도 보인다. 음료수 페트병과 캔도. 담배꽁초도 보인다. 비닐봉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낚시꾼이 비닐봉지를 잘 챙겨서라기보다는 바다로 이미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한치철인 여름에는 도내 곳곳의 방파제가 더욱 사람으로, 혹은 쓰레기로 붐빈다. 드넓은 바다에 던진 낚싯줄이 서로 엉키면서 낚시꾼들이 인상을 쓰는 일도 벌어진다. “사람이 많아서 낚시 못하겠다”고 투정하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낚시란 게 고기는 못 잡아도 대자연에서 세월을 낚는 듯한 고즈넉한 맛이 있어야지.'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필자도 이따금 낚시를 즐긴다.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필자도 이따금 낚시를 즐긴다.

바닷속도 낚시꾼들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는다. 방파제에 버리고 간 쓰레기들은 결국 바다로 흘러든다. 바닷속에 들어가보면 각종 인조 미끼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낚시꾼들이 바다에 던졌다가 바위 등에 걸려 회수하지 못하고 버린 것들이다. 어느 여름엔가 문어나 잡아볼까 하고 잠수를 하러 갔다가 인조 미끼만 열댓 개 주워 올렸다. 인조 미끼들을 회수해 중고로 파는 것을 부업으로 삼을까 잠깐 고민했다. 물속에 인조 미끼만 버려진 것이 아니다. 끊고 버린 낚싯줄이 흐느적거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낚시꾼들은 다른 이가 끊고 버린 낚싯줄을 건져 올릴 때도 있다.

제주 해양 촬영 전문가인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에 따르면 산호초 보호 지역에서 낚싯줄이 산호를 감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임 감독은 문섬·범섬이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드론을 띄워 촬영 허가를 얻기가 매우 까다로운데, 그곳에서 정작 낚시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당국은 낚시보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환경에 더 해롭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낚싯줄이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의 살점을 파 들어가고 있다.(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낚싯줄이 남방큰돌고래의 등지느러미의 살점을 파 들어가고 있다.(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낚싯줄 등 낚시 쓰레기로 인한 피해를 사람만 보는 것은 아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120여 마리 중 3마리가 낚싯줄에 걸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돌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활동가는 “2021년 현재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걸려 있는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2마리,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걸려 있는 남방큰돌고래가 1마리 해서 총 3마리가 낚싯줄에 걸린 채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다”며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모두 약 120~130마리로 볼 때 전체 개체수의 약 2.5% 정도에 낚싯줄이 걸려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현재 발견된 것만 그렇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이런 개체가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낚싯줄에 걸린 채 살아가는 돌고래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없다. 안타깝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조약골 활동가는 “이렇게 어구에 걸려 있는 남방큰돌고래들이라고 해도 워낙 활동성이 높고, 항상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에 인간이 특별히 타겟 개체만을 구조해서 끊어줄 수도 없다. 활동성을 잃고 해안가로 좌초될 경우 당연히 낚싯줄을 끊어줄 수 있지만, 지금 현재로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돌고래 뿐만 아니라 새나 거북도 낚싯줄과 바늘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목에 바늘이 걸려 죽은 갈매기(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갈매기 사체에서 낚싯줄과 바늘을 분리한 모습(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낚시를 취미로 삼는 인구가 급증했다. 낚시 인구가 늘면서 그로 인한 환경오염도 늘고 있다. 낚시로 인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보자면 1990년대 중반부터 낚시면허제를 논의한 적 있다. 무려 20년도 더 되었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낚시꾼들의 원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국가에서 낚시도 마음대로 못하냐는 것. 자유주의 국가의 '왕초'인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시행하고 있는데? 환경단체도, 진보정당도 이에 대해 집요하게 거론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왜일까? 예상대로다. 언젠가 진보정당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본 바 있다. 낚시면허제나 허가제는 고려하고 있지 않느냐고.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답을 들었다.

이쯤 되면 낚시꾼이 전두환이나 토목세력,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 무서운 낚시꾼 목에 방울(면허증 혹은 허가증)을 영영 달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세계환경수도’를 지향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 아닌가. 낚시면허제 또는 허가제 등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세계환경수도 이전에 ‘국내환경수도’라도 딸 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떨까.

관성에 찌든 현직 정치인들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새롭게 도전하는 정치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낚시면허제 또는 허가제를 공약으로 내걸 용기는 없는 걸까. 그런 용기를 내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기자는 총 3회에 걸쳐 낚시꾼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을 모색고자 한다. 낚시면허제와 허가제의 의미를 살피고 사례를 검토하며 실현 가능성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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