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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황야의 무법자 '왕도깨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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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들꽃이야기] 황야의 무법자 '왕도깨비가지'
  • 고은희
  • 승인 2021.12.1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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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아직인 늦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는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숲의 기운은 자연스레 곶자왈로 향한다.

탐방로로 들어서자 떡하니 소 님들이 길을 막아  

비켜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화순곶자왈 탐방로]

소 님들을 피해 옆길로 들어서자 빌레 주변으로 군락을 이룬 '왕도깨비가지' 

노란 열매와 더불어 막 피기 시작한 하얀 꽃이 발목을 잡는다.

[왕도깨비가지]

언제 터를 잡았을까?

곶자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한 두 그루 보이던 녀석은 

전망대를 내려오자 길 양쪽으로 사열하듯 길을 내어주며 

소들의 쉴 수 있는 들판을 빈틈없이 왕도깨비가지로 꽉 채웠다.

[왕도깨비가지]

땅에 떨어지면 또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갈 것 같은 

아름다운 빛깔 노란 구슬 

멀리서 보는 아름다움에 다가가는 순간 무시무시한 가시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마른 앙상한 가지에 노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가까이 오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열매]

왕도깨비가지는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 원산이지만 제주도에 이입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서쪽 목장 주변에서 발견되었던 왕도깨비가지는 

들판과 오름 기슭, 곶자왈까지 터를 넓혀간다.

직립하거나 위로 비스듬히 자라는 줄기에는 

불규칙하게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고 

잎 맥상에도 날카로운 가시와 잎 표면과 가장자리에는 털이 밀생 한다.

5~9월까지 마디 사이에 흰색 꽃이 피는데 

꽃은 그릇 모양으로 5개로 깊게 나눠지고 꽃잎은 뒤로 말린다.

[노랗게 익은 왕도깨비가지 열매]

구슬처럼 생긴 구형의 열매는 

새끼 수박처럼 처음에는 녹색에 하얀 얼룩무늬가 있지만 

성숙해가면서 노란색으로 익어간다.

잎이 다 떨어진 후에도 줄기에 열매가 오랫동안 달려 있다.

소름 끼치는 가시의 위력을 몰랐던 마소들도 

지금은 식물 근처에 얼씬하지 않고 뒷걸음치며 도망칠 기세다.

그래서 이 녀석들은 급속도로 번지면서 

점점 목장지대를 잠식하며 작물 수량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도깨비가지와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가 모두 커서 '왕도깨비가지'라 부르고 

도깨비가지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교란 위해식물이다.

[도깨비가지]

토마토 꽃을 닮은 하얀 꽃이 얼마나 예뻤던지 

사진을 담아보겠다고 셔터를 누르다 가시가 손등에 스치는 순간 

아찔했던 그 느낌은 아직까지도 소름 돋는다.

제주도 생태계 위해 외래식물은 

외국 또는 국내의 타 지역으로부터 도입되어 

제주도 자연생태계의 균형유지에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식물로서 

특별히 관리되어야 하는 종이다.

도입 배경은 식용, 약용, 목초, 사료 또는 곡물에 혼입 되었거나 

관상용 등 원예 목적, 사방용으로 쓰인다.

[화순곶자왈]

마소들에게도 위협적인 식물 1순위 

발로 힘껏 밟아보지만 워낙 가시가 거세고 거칠어서 순간 멈칫하게 한다.

외래식물들이 제 땅인 양 터를 넓혀가는 모습이 심각하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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