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사회적경제포럼은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3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금융’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지난 3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사회적경제포럼은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제3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금융’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민선7기 원희룡 도정의 제36호 공약 ‘사회적경제 선도도시 제주’. 이를 위한 7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제주형 사회적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주도정은 사회적경제 금융 마중물 격인 기금 조성 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경기도・경상남도 등 광역단체를 비롯해 화성, 성남, 전주, 성북 등 기초단체까지 지자체 사회적 경제 기금 조성에 힘을 쏟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피가 돌아야 생명이 유지되듯,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지난 3일 제주도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금융’ 정책간담회에서 제주 사회적경제 현장 관계자들은 사회적 경제 금융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역 사회적금융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지방자치단체 기금 조성의 시급성을 피력했지만, 제주도정과의 인식 차이는 이날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참석한 제주도청 관계자는 사회적 경제가 내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자체 기금 등 사회적 금융을 조성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금융 지원체계는 현재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비수도권인 제주지역의 경우 접근성 제약이 있다. 따라서 비수도권 지역의 열악한 자금 공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기금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사회적경제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그래픽=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실장 제공)
(그래픽=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실장 제공)

현장 관계자로 참석한 영농조합법인 제주다 강석수 대표는 “실재 사회적 금융을 통해 자금 조달을 시도했지만 중개기관이 수도권에 쏠려 있어 절차도 복잡했고 이동비 등 비용 추가로 실제 금리(2~3%)보다 더 많은 비용(6~7%)을 부담해야 했다”면서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경제는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고용불안·소득양극화 등 부작용을야기한 시장경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안경제 마저도 수도권 중심으로 금융 지원 체계가 조성되면서 ‘지역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정 관계자는 일반회계처럼 쓰이는 지자체 기금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다만 필요에 대한 인식에는 공감하는 바, ‘중소기업육성기금’ 등 현재 제주도가 운영중인 기금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도정이 사회적금융과 관련해 이처럼 보수적인 입장만 고수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8년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사회적경제 선도도시 제주’를 표방하면서 세부 공약인 사회적금융 관련 논의가 2019년 본격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제주도는 재원 부담을 이유로 다른 정책 기금 활용 방안을 주장했지만, 지자체 부담이 적은 ‘신용보증기금 소셜 임팩트 특례보증 출연’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제주도가 신용보증기금에 10억원을 출연하면 신보가 8배인 80억원 규모의 지역 문제 해결형 사회혁신 특례보증기금을 조성하기로 협의도 마쳤다. 특례보증기금이란 지자체가 보증기관(신보)에 자금을 출연, 사회적 경제 기업이 자금 지원 요청을 하면 제주도가 보증 지원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 보건복지, 교통・환경 등 사회 투자를 하고 지역 자산화를 통한 제주형 사회적금융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제주도의회가 동의안까지 통과시켰지만 주무부처 담당자가 바뀌면서 예산 부족과 수요 저조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하상우 일자리경제통상국 경제정책 과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하상우 일자리경제통상국 경제정책 과장은 “당시 담당자는 아니지만 제주형 소셜 임팩트 특례 보증에 대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수요가 적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사회적 금융과 관련해서는 조례 재・개정 등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제주도는 올해 제2차 사회적경제 발전 기본계획까지 수립했으며 제주형 사회적금융 조성은 민선7기 세부 공약이기도 하지만 현행 제주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에는 아직 사회적 금융 관련 조항이 없다.

김경미 도의원
김경미 도의원

이에 김경미 도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도내 별의별 기금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돌려써야 할 기금이 소진되는 일반회계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기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좋은 선례를 사회적 기금 부분에서 지자체가 보여줄 수 있다는 역발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기금 조성 당시 설계를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실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타 지자체 사회적 금융 조성 사례를 발표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김정현 실장은 “수요 발생 후 자금 지원은 행정이 뒤따라 가는 방식”이라면서 “행정이 의지를 갖고 등불을 켜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장경제에서 돈은 내돈과 남의 돈으로 나뉘지만 사회적경제에는 ‘우리돈’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기금은 돌려 쓰는 돈이다. 내가 갚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회적경제는 우리라는 연대체기 때문에 ‘우리돈’의 따뜻함과 무서움을 안다. 여주의 경우 99% 상환률을 보이기도 했다. 지자제 기금은 사회적경제가 ‘우리돈’을 마련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기금을 잘 운용해서 사회적 경제 기초 체력이 생기면, 이를 기반으로 자조기금을 마련해 지자체 기금을 갚고, 이후 사회적경제 스스로 잘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사회적 기금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제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이번 정책간담회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사회적경제포럼(대표 김경미 의원)과 사회적경제네트워크(대표 김효철)가 주최하고 제주 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강종우)가 주관했다. 1차는 사회적 농업(9월), 2차는 사회적 돌봄(11월)에 대해 다뤘다. 

이날 사회적금융연구원 문진수 원장은 ‘사회적금융의 이해와 지역 주도 사회적금융의 필요성’을 김정현 실장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소개 및 타 지자체 사회적 금융 조성 사례’를 발표했다. 

사회적경제 현장 관계자로는 생드르영농조합법인 김기홍 전무, 영농조합법인 제주다 강석수 대표,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김효철 상임대표와 강호진 정책위원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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