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 동물들이 지구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존엄과 권리를 인정받아 평화롭게 공종하는 세상을 꿈꾼다.” 제주동물친구들의 비전이다.
제주동물친구들은 위기와 어려움에 처한 동물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물보호단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기견, 길고양이 보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반려견 등록제도를 지역 사회 알리고,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 및 방사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동물권 교육과 홍보,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동물권 및 동물복지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제주동물친구들.
제주동물친구들의 김미성 대표. 김미성 대표는 우연히 유기동물쉼터의 동물들을 돕기 위해 처음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제주지역 동물을 보호하는 제주동물친구들의 대표를 맡게 됐다.
김 대표는 “20년 넘게 하던 직장 일도 매너리즘에 젖어 있었고, 퇴근길마다 들르던 어머니도 하늘로 떠나셨어요. 큰딸은 학교문제로 내 곁을 떠났고 정신없이 살아왔던 내게 갑자기 '시간'이라는 게 생겼던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시간'은 오히려 내게 허한 마음으로 다가왔고 우연히 유기동물쉼터에서 동물을 위한 나의 첫 봉사가 시작되었어요.”고 소회한다.
유기동물쉼터에서 봉사을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이 좋았다. 봉사 후 서늘하게 이마를 식혀주는 바람이 허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다. “동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치유받는 느낌이었어요.”
“어느 날, 봉사가 끝나고 난 뒤였어요. 그날은 예정된 봉사 날이 아니었지만 갑자기 직장 일을 하다 말고 달려갔어요. 깨끗한 옷과 신발이 더러워졌고 그런 내 신발을 쉼터장님께서 허리를 굽혀 닦아주고 계셨던 거예요. 다시 직장으로 나가야 할 내가 걱정이 되셨던 거죠.”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신 분이 잠깐 들려 봉사흉내나 내고 있는 나의 신발을 닦아주는 모습에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이 나요. 큰 귀감이 되었어요. 정작 내가 봉사해야 할 동물들과 쉼터장님께 난 지금까지 무슨 봉사를 했을까. 봉사를 하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 대표에게 봉사는 곧 ‘섬김’이다. “나의 경력, 지식, 재산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봉사자의 이름을 건 순간, 나는 내가 간 그 공동체에 대한 섬김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아주 간혹이지만, 봉사현장에는 도움이 필요한 '약자'가 있고 나는 그 '약자'를 돕기 위해 와준 구세주인 양 행세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요.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봉사를 진행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당시 내 모습에는 '허세'가 들어 있지 않았나 싶어 부끄러운 마음도 없지 않아요.”
제주동물친구들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이니 동물 구조 등 동물을 직접 상대하는 봉사의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만만치 않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구조동물이 입양처를 찾을 때까지 편히 쉴 수 있도록 임시로 보호해 주는 임시보호 봉사, 구조용품들을 세척하고 소독하는 봉사, 길고양이에게 깨끗한 밥자리를 제공하는 길고양이 급식소관리봉사,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위해 포획하기 위한 봉사, 가가호호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동물보호전단지를 나눠드리며 교육하는 일 등.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봉사에 참여하다 보니 상상치도 못할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매번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에요. 마음 다치는 일도 없지 않지만, 동물을 돕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마음도 건강하게 가꿔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