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3만 시민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다.  (사진=박소희 기자)
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3만 시민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다.  (사진=박소희 기자)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공공재다"

노동·시민·보건의료단체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3만 시민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다. 

3만1351명 탄원인과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전국 운동본부들은 16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의료 붕괴를 초래할 국내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판결을 확정할 것을 대법원에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도민 공론화 결과를 무릅쓰고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받았던 녹지국제병원. 결국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여부가 결정될 상황이다. 

이들은 "의료는 돈이 있든 없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기본권인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공공의료 댐에 구멍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대법원은 사법기구의 최고 결정 기구로서 명백한 공익에 근거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해 2014년 설립한 ‘미개원’ 병원이다. 

2015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서 의료 사업계획을 승인함에 따라 그해 8월 제주도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2017년 7월 28일 완공했다. 대한민국 첫 영리병원으로 개원 준비를 마쳤지만,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공공의료성 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2018년 제주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공론조사위원회는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불허’를 권고했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도민은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한 공공의료 약화’를 개설 불허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는 금하고 외국인 진료만 허용한다’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걸었다. 

병원측은 조건부 허용에 반발, 개원을 미루고 제주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17일 제주도는 국내 의료법에 따라 3개월 기한을 넘긴 채 개원하지 않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병원측은 허가를 취소한 행정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은 제주도에 손을 들었고 병원측은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녹지측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8일 병원측이 제기한 항소심에 대해 원심을 깨고 제주도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홍영철 대표(왼쪽)과 양영수 집행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홍영철 대표(왼쪽)과 양영수 집행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이에 홍영철 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녹지국제병원은 애초 외국인 전용 진료만 허용하는 조건으로 개설 허가를 받았음에도 내국인 진료를 요구하며 병원 개설을 미루며 녹지측 스스로 사업계획서 내용을 전면 위배한 것이다. 이런 부분을 대법원이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녹지측 패소를 판결한 1심 재판부는 “녹지 쪽이 개설허가처분에 붙인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개설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개설허가 뒤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했어야 한다. 그러나 녹지는 업무 시작을 거부했기 때문에 개설허가에 위법 여부와는 관계없이 개설허가를 취소할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양영수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기적 감염병 위기 속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담당하는 것은 영리 병원이 아니라 공공병원들이다. 정부의 1~3% 병상 동원 명령에도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병원들이 있다. 건강보험 환자들을 받는 민간병원들의 행태가 이럴진대, 건강보험환자들을 받지도 않는 영리병원은 어떤 모습이겠는가?"라고 물으며 시대를 역행하는 영리병원 개설 허가에 대해 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는 3만1351명 탄원인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전국민중행동(준)이 참여했으며 박찬식 제주가치 공동대표와 박건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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