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김경미 제주도의원(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의회가 최근 어승생 공설묘지로 이설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 단죄비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농수축경제위원회 소속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17일 오후 2시 개최된 제401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이같이 주문했다. 

김경미 의원은 "박진경 대령 추모비의 이설 또는 철거를 제주도정에 재차 주문한다"면서도 "추모비 철거 동의 및 사유재산 등의 행정적 절차 문제로 철거에 어려움이 있고, 당장 다른 곳으로 이설하기 어려워 현 위치에 존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박 대령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기재한 표지석이나 단죄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박 대령은 1948년 제11연대장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독립을 방해하는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며 무차별 진압작전을 벌인 인물이다. 실제로 박 대령은 양민과 무장대의 구별이 힘들다는 이유로 40여 일 만에 도민 6000여명을 막무가내로 잡아들이는 등 4·3 당시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책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대령 추도비는 1952년 11월 제주도 군경원호회 주관으로 설치됐다가 마모 등에 의해 1985년 재설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노형동 충혼묘지(국립묘지)에 설치된 추도비는 현행법에 따라 지장물(支障物)로 지정돼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했다. 11월 한라산 관음사 육군 특수전사령부 내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국가보훈처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동한 '처치곤란'이었던 추도비는 결국 어승생 공설묘지로 이설했다. 

지난 11월 어승생 공설묘지로 이설한 박진경 추도비.(사진=박소희 기자)
지난 11월 어승생 공설묘지로 이설한 박진경 추도비.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김경미 의원은 추도비를 어승생 공설묘지료 옮긴 것과 관련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어승생 공설묘지는 제주호국원이 조성된 북측과 맞닿아 있고, 4·3항쟁 희생자들이 안장돼 있는 장소로 김 의원은 "어승생 공설묘지는 4·3의 아픔이 서려 있는 유적지 ‘아흔아홉골’이 있는 곳이다. 박 대령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된 4·3 희생자분들과 유족들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며, 희생당한 모든 분들에 대한 예우를 져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제주사회의 공분을 산 박진경 대령 추모비 처리 방안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 2017년 이상봉 의원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 지난 2018년 김경미 의원은 아예 철거를 요청했다. 지난해엔 홍명환 의원과 강철남 의원도 박진경 대령 추모비 철거를 주장했다. 

대전에 있는 국군 2연대 기념비 (사진=조수진 기자)
대전에 있는 국군 2연대 기념비 (사진=조수진 기자)

김 의원은 이날 4·3항쟁 초토화 작전의 또다른 주역인 함병선 2연대장 공적비에 대해서도 철거를 요청했다. 

1948년 말 발생한 여순사건 진압에도 참여한 함병선 장군은 1948년 12월 19일 제주에 부임해 강력한 토벌작전을 벌여 1949년 2월까지 숱한 민간인 희생을 낳은 인물이다.  2001년 2월 5일 81세로 사망해 국립현충원 장군묘역에 묻힌 그는 4·3 초토화작전에 책임있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제주지역에는 그의 이름을 딴 공적비와 마을 이름이 있다. 실재 제주시 봉개동의 옛 이름 함명리(咸明里)는 그의 이름을 따 지었다. 한병선 장군 공적비는 현재 제주 특전사훈련장 부근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미 의원은 "함병선은 마을단위 4·3 최대 비극인 ‘북촌대학살’을 주도한 인물"이라면서 "제주도 차원에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실태 파악 후 4·3유족들과 도민들의 뜻에 따라 처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은 것은 제주도의 당연한 도리이자 책무다. 화해와 상생은 진실 위에서 피어날 수 있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2001년 2월 5일 81세로 사망해 국립현충원 장군묘역에 묻힌 함병선 장군.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2001년 2월 5일 81세로 사망해 국립현충원 장군묘역에 묻힌 함병선 장군. (사진=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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