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대선과 페미니즘

조/

대선과 페미니즘,입니다.

윤/

대선과 페미니즘...

조/

어제 가장 뜨거웠던 뉴스 아닐까 하는데요.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건데요. 신지예 대표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어 다닐 정도로 우리나라 페미니즘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며 내걸었던 슬로건이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었는데요.

조/

짧은 머리를 한 신 후보의 포스터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만큼 이미지가 강렬했습니다. 그때 젊은 여성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으며 정의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아서 4위를 기록했었습니다. 의석 수가 하나도 없는 정당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건 파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줬었습니다.

윤/

당시 제주에선 고은영씨가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녹색당에서 냈던 두 정치인이 여성으로서, 청년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죠.

조/

네. 당시 고은영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었죠. 그런데 두 후보 모두 공교롭게 작년에 녹색당을 탈당했습니다. 탈당 이유는 둘 다 다릅니다. 고은영 전 후보는 최근 제주녹색당의 선거운동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청춘 선거’ 시사회 등을 통해서 그 이유를 밝혔었는데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그릇이 작다는 걸 느끼고 녹색당을 후원하는 시민으로 남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신지예 대표는 녹색당이 처음에 비례연합 정당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반대하며 탈당했는데요. 인터뷰 등을 통해 했던 표현이 “새 정치를 담기에는 그릇이 많이 약해졌다”였습니다. 두 분 다 탈퇴 이유로 ‘그릇’을 언급 했고요

윤/

사실 신지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건 아니지만. 녹색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이례적인 선택에 놀랐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

네. 그래서 어제와 오늘 포털 메인에선 신지예 대표가 이전에 했던 발언이나 SNS에 게시했던 글들이 소환되면서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 소개를 하자면 지난 2019년 만우절에 “오늘부로 저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합니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는데요. “오늘이 가기 전 만우절 당원으로서 자유한국당에 요구한다. 녹색당 정책을 베끼라”는 댓글도 달았습니다. 만우절에 했던 장난 같은 트윗이 진짜 현실이 됐다는 반응입니다.

윤/

그 정도로 보수정당은 물론이고 거대 여당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거침없이 하던 인물이었는데.

조/

네. 녹색당을 탈당하고 작년 총선과 올해 3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에는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기도 했는데요. 출마하면서 “과거의 문법에 얽매인 정당에 들어가지 않겠다. 양당 체제를 넘어 제3지대의 문을 열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3지대의 문이 윤석열 후보에게 있다고 판단을 한 건가하고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그 표현이 마침 있더라구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왔던 얘긴데.

윤/

어떤?

조/

대선 구도에서 양강구도를 깨고 다자구도로 가야한다고 외쳐왔는데 어쨌든 대선 날짜가 가까워오면서 물리적으로 바꿀 수도 없고... 제3지대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자신이 외치는 목소리는 미약한 목소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 고민 끝에 양당구조 안에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고 정권교체가 됐을 때 여성들이 더 많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윤/

3지대는 지금도 있는데요? 아니면 3지대의 그릇이 작다고 느낀걸까요????  어쨋거나 정권교체에 방점을... 그렇다면 양당구조에서 현재 여당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조/

정책자체보다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지금까지 어떤 행보를 보였느냐를 두고 봤을 때 그 부분에선 굉장한 불신을 갖게 됐다는 건데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과 연루됐을 때 피해자에게 2차 가해 등을 하는 데 대해 가해에 앞장서는 정치세력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예전에 검찰총장으로서 여성 안전만큼은 보장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정치인의 말은 깃털보다 가볍다는데 믿음이 가도록 얘기를 했나봅니다...

윤/

여성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 키워드인 페미니즘 이야기를 해볼까요.

조/

페미니즘이란 말은 라틴어에서 여성을 뜻하는 ‘페미나’와 이론이나 담론 등을 뜻하는 ‘이즘’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에 맞서서 나온 개념인데요. 원래 20세기 초에 여성도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페미니즘 운동, 그러니까 여성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수십년 전만 해도 여성들은 선거권이 없을 정도로 시민이라면 당연히 가졌어야 할 권리를 이야기할 때 항상 배제가 됐습니다. 여기서 ‘여성’이라는 건 특정 성별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차별 받는 대상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윤/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리 신장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조/

네. 우리 사회에서 억압 받고 배제 당하고 차별 받는 사회적 약자 모두에게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이 페미니즘의 어원 때문에 여성의 권리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고 했을 때 다른 사회 구성원은 모두 배제하고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나 활동가라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남성 혐오까지로도 이 의미가 와전이 됩니다.

윤/

그래서 젠더 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 이슈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고 있구요.

조/

네. 페미니즘이 마치 남성과 여성을 대립하는 구도로 두는 프레임 때문인데요. 이대남이라는 표현이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대남이란 건 한국의 20대 남성을 줄인 말입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남성’이라고 특정한 것은 ‘여성’에 반대측에 있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걸 두고 페미니스트가 여성 집단이기주의자라거나 남성 혐오자라고 오해한 데서 생긴 반발, 그러니까 백래시 현상이라고 보는 분석이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만 높이자고 하니까 마치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게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성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

이준석 당 대표가 많지 않은 나이에 선출된 배경에도 이대남으로부터 많은 지지가 있기도 하고요.

조/

네. 이준석 대표는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강조하고 있죠. 페미니즘이 성별을 두고 차별을 야기하니까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 젊은 남성들이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인간이 선택할 수 없는 성별을 가지고 대립하는 싸움은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흑인이라서, 백인이라서, 또는 20대라서, 50대라서, 또는 부모의 직업에 따라 차별을 받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불공정하다고 쉽게 말을 할 겁니다. 그런데 성별을 두고 대립하는, 갈등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정치인들이 짜놓은 프레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자본 권력과 정치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시민들의 연대입니다.

윤/

연대하지 못하도록 갈라치기한다?

조/

네. 우리가 맞서야 할 상대는 나와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갈라치기하는 권력일 텐데요. 그 권력들이 이런 갈등을 야기하는 주체라는 겁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젠더 이슈는 쟁점이 되는 현안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유권자는 중요한 선거에서 권력들이 짜놓은 프레임을 벗어나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시 신지예 대표 이야기로 돌아가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정치인이 국민의힘 캠프에 합류하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윤/

윤 캠프가 신 대표를 영입한 이유는 젊은 여성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조/

네. 이준석 대표가 이대남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반면 한국의 20대 여성, 그러니까 젊은 여성층의 지지도 얻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는데요. 만약 신 대표가 거대 보수정당에서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실현을 한다면 잘된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여기엔 다른 비판이 나옵니다.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정당에 가입한 자체보다는. 시민들과 지지자들이 함께 쌓아온 상징자본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입니다.

윤/

본인 혼자가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함께 만든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상징적인 자본을 본인의 것으로만 사용했다...

조/

네. 신 대표의 윤석열 캠프 행보를 두고 경향신문의 김민아 논설실장이 칼럼에서 쓴 표현인데요. 기성 정당 체제에서 제3지대를 꿋꿋하게 외치던 신 대표에게 페미니스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준 지지자들에게 윤석열이라는 선택은 마치 배신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이 분들은 신지예라는 개인 자체를 지지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죠. 자신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내주는 신지예 정치인을 지지한 거였는데 과연 국민의힘에 가서도 변함없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라고 했을 때 우려가 더 큰 부분입니다.

윤/

사실 윤석열 후보가 신지예 대표를 영입했다고 해서 신 대표가 가진 지지자를 그대로 표로 가져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조/

네.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페미니즘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신지예 대표이든 윤석열 캠프든 큰 착각을 하는 걸 겁니다. 진정한 페미니즘이란 누구도 소외 되지 않고 차별 받지 않는 사회이니까요. 지금 대선 정국에서 불필요하게 개인적인 상황을 두고 논란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본질을 흐리게 하는 작업일 수 있습니다. 이건 모든 정당과 후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구요.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