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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민 신냥, 어시민 어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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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민 신냥, 어시민 어신냥'
  • 박영수
  • 승인 2021.12.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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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호남위원장
4월 3일, 궂은 비날씨에도 제주4·3평화공원 행불인 묘역에는 그리운 이름을 찾아나선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사진=김재훈 기자)
4.3평화공원 행불인 묘역.(사진=김재훈 기자)

지난 12월 9일,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울리는 우렁찬 의사봉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른바 4·3특별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올해 73주년 4·3추념일을 앞두고 지난 2월, 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된 이래 10개월만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999년 12월, 4·3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래 22년 만의 개가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할 때만해도 과연 개선이 될 수 있을까, 좌불안석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11월에는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또 다른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야간 정쟁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과연 올해 내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런지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국회는 이 2건의 개정안을 통합, 조정하여 대안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 대안의 주요 골자는 ▲ 보상금을 고르게 나눠 지급하되, 사망 또는 행방불명 희생자는 9천만원, 후유장애·수형인은 장해정도 및 노동력 상실률, 수형 또는 구금 일수 등을 고려하여 9천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을 지급한다. ▲ 위원회의 신청순서 결정에 따라 최초 신청접수 개시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로써 유족들 입장에서 쟁점이 되었던 궁금증이나 많은 논란은 정리가 된 셈이다. 다만,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도 있다.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문제다. 이는 행정의 영역만이 아니라, 법원에서 어떻게 수용하는가의 여부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년 ‘4·3가족관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위한 예산(국비 1억원)이 계상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제주4·3을 겪었던 제주사람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는 누더기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면사무소가 불에 타버리면서 새롭게 복원해야 했던 경우가 있는가 하면, 행방불명이 됐지만 아직도 생존자로 등재된 경우, 먼 친척의 호적에 입적되거나 어린 아이인 경우 등재되지도 못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보상금이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친척 사이에 불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속내를 드러내진 않지만 금전이 개입되면서 야기될 얄궂은 예상이다. 만약 그렇다면 4·3으로 인해 빚어진 제주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자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음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제줏말 중에 ‘시민 신냥, 어시민 어신냥’이라는 말이 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라는 뜻이다. 그렇다. 4·3을 겪으면서 제주사람들은 호의호식을 바라기에 앞서 ‘베롱헌 날 이실 테주’ 하고 ‘놈의 대동’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 결과 헤갈라진 제주공동체를 하나로 보듬고 살아오지 않았는가. 그 저력을 4·3희생자 보상금 때문에 허물 수는 없다. 문제는 법 조항에도 나오는 ‘균분(均分)’이다.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억울함이 없도록 공평한 나눔이 관건이다. 이를 통해 제주사회가 과거사 극복의 모범이자 선진사례로 남아 더욱 단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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