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시려오는 계절~

붉게 익어가던 가을은 

어느새 거리마다 애기동백꽃으로 물들이며 겨울로 간다.

[월림리 삼거리]

감귤향이 머무는 제주어 마을 '월림리'는 

옛날, 숲이 울창하고 한림 16경 중 '월림채원'이라는 이름으로 

유채가 유명했던 마을이기도 하다.

제주 농촌의 정서와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옛 지명 '음부리(音富里)'에 걸맞게 부촌의 꿈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감귤처럼 향긋하고, 갈옷처럼 구수하고, 제주어처럼 정감 어린 

고즈넉한 중산간 마을 월림리를 시작으로 중산간 숲길, 쪽빛 바다가 아름다운 월령까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

[물거리 못]

자연을 담은 연못 물거리 못은 

자연환경 보전과 이용을 위해 정비된 생태연못이다.

마을길로 들어서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달린 노란 열매가 아름다운 '멀구슬나무'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지만 고향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멀구슬나무]
[담쟁이덩굴]

아직은 가을색이 묻어나는 마을 안길에는 

담벼락을 타고 줄기를 뻗은 담쟁이덩굴이 붉은색으로 곱게 물들고

비파나무 작은 꽃에서 나는 향기는 길을 멈추게 한다.

[비파나무]
[계요등]
[주홍서나물]
[방가지똥]
[광대나물]
[덩이괭이밥]
[자주색달개비(닭개비)]
[월림교]

조용하던 마을에 왁자지껄 소리가 친근하게 느껴졌던지 

골목을 돌아 멀어진 후에야 수줍은 듯 동네 어르신이 무공해 감귤을 맛보라고 말을 건네 온다.

중산간 마을의 소박하지만 넘쳐나는 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밭담 안으로 싱그러운 초록 물결]
[탱자나무]
[간세]

고요하고 아늑한 초록의 숲길 올레와 

시원하게 생동하는 바당 올레가 어우러진 제주 올레 14코스(저지~한림 올레)

중산간 마을이 주는 소박한 풍경의 밭길을 지나면 곶자왈처럼 무성한 숲길이 이어지고 

푹신한 숲길을 벗어나 물이 마른 하천을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걸음은 바다에 가 닿는다.

돌담길, 밭길, 숲길, 하천길, 나무 산책로가 깔린 바닷길, 마을길 들이 

차례로 나타나 지루할 틈 없는 여정이 이어진다.

(출처: 사단법인 제주올레)

[낡은 의자]

하천 따라 걷는 숲의 끝자락에는 낡은 의자가 쉬어가라 한다.

[팔손이]
[상동나무]
[댕댕이덩굴]
[굴거리나무]
[마삭줄: 6월]
[마삭줄]
[송악]
[사위질빵]

빼곡하게 군락을 이룬 '선인장' 

곧게 뻗은 하천 따라 걷는 바닥은 말라있고 

고즈넉하고 한적한 숲길, 푹신한 흙길이 이어진다.

[자줏빛 열매를 맺은 선인장]
[선인장 길]

돌담 위의 억새는 지나간 가을이 아쉬운 듯

작은 바람에도 쉼 없이 흔들거리며 낭만의 길로 안내한다.

[억새]

멀리 보이는 바다 모습, 그리고 반갑다고 손드는 선인장 

맑은 날씨와 작은 바람, 그리고 자줏빛 열매가 매력적인 선인장의 조화 

중산간 올레가 마무리되는 월령 포구가 가까워진다.

[선인장(외래종)]
[일주서로]

일주서로를 건너 선인장 군락지 월령 마을길로 들어선다.

한림읍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선인장 마을로 더 알려진 '월령리' 

옛 이름은 감은질(검은 길이란 뜻이다)로 

제주 4.3의 아픔을 간직한 채 생을 마감한 무명천 할머니의 삶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인장 군락이 펼쳐지는 해안가 산책로는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잘 정비되어 있고, 쉼터 정자에서는 바다와 마주하고

나무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다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자줏빛 선인장 열매가 돋보인다.]

구불구불 돌담이 아름다운 선인장 마을 '월령리' 

선인장 마을의 시작은 조류를 타고 떠내려 온 열대지방 선인장이 

야생으로 자라는 것을 집안으로 뱀이나 쥐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돌담 주변으로 심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군락을 이루며 지금의 선인장 군락지로 만들었다.

[벽화길(무명천 할머니 길)]

4.3의 아픔과 고통의 상징 무명천 할머니

70여 년 전,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던 제주 4.3 안에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다 가신 제주의 슬픈 역사 4.3의 산증인 무명천 할머니가 계셨다.

경찰의 쏜 총에 턱을 잃고 반세기가 지나도록 무명천을 두르고 다니셨던 진아영(1914~2004) 할머니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 위장병과 영양실조로 늘 약을 달고 90년 한의 세월을 

홀로 후유 장애의 삶을 살다 떠나신 상처는 아물었지만  

할머니의 삶 자체가 처절하고 한 많은 삶을 사셨기에

그곳에서는 슬픔과 서러운 일 없이 고운 얼굴로 온전한 삶을 사시기를....

할머니의 고통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할머니의 삶을 기억한다.

2004년 9월 8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다.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 삶터]

고된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무명천 할머니 삶터' 

벽화로 가득 찬 골목에는 

돌담마다 군락을 이룬 선인장과 바다 향기를 품은 조용한 바람이 스치고 

할머니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16년간 지켜 온 할머니의 단칸방 삶터에는  

쓸쓸함이 감돌고 누군가 다녀가기를 기다린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위로 나란히 선 풍력발전기의 이색적인 풍광 

신창 바닷가에 줄을 잇는 풍차들의 행렬은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내고 

해안가를 중심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돌무더기와 

검은 현무암 사이로 펼쳐지는 가시를 품은 자줏빛 열매가 돋보이는 '선인장' 

새로운 볼거리가 되어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선을 끌고 

마을 안길과 해안을 따라 선인장이 군락을 이루며 독특한 경관을 만든다.

[선인장(7월)]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선인장 군락 자생지]

선인장은 선인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건조에 견디는 힘이 강하고 가뭄에도 고사하는 잎이 없다.

선인장에 나 있는 가시는 잎이 변형된 것으로 두꺼운 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줄기이다.

여름에 피는 노란 꽃과 가을에는 자줏빛 열매를 맺고 

소염제, 해열제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월령리 자생종 선인장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손바닥과 닮았다고 해서 '손바닥선인장'이라 부른다.

선인장이 이곳에 군락을 이루게 된 것은 해류에 의해 이곳까지 밀려와 

해면의 모래밭이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상코지]
[등대 너머로 조록코지(월령곶)가 보인다]
[부들]

제주 바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월령리' 

울창한 나무 숲과 독특한 색깔, 현무암 돌무더기들이 널려 있는 마을로 

성담 같은 돌무더기 위에 군데군데 가시 돋친 선인장들이 자생하여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선인장 열매는 '백년초'라 하여 건강식품으로 마을의 중요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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