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오염으로 정수장 오염물질 차단 및 정화 시설에 제주도민 혈세 3800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제주도 내에는 17개 정수장이 운영 중인데, 그 중 9개 정수장은 취수 심도가 100∼300m로 여과시설 없이 소독만 하여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심정지하수에서도 분원성대장균이 검출됨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2028년까지 이들 9개 정수장에 38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여과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제는 축산분뇨 등이 유발한 오염이 심정지하수까지도 여과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러 제주도 농림어업 GRDP 1조8천억원의 20%가 넘는 부담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이 지구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4.5%를 차지하며, 인류가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면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의 70%가 소를 키우기 위한 초지로 사용하기 위해 불태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기를 덜 먹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에는 약 15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는데 이들 소가 방귀나 트림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1억톤에 이른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3배나 크기 때문에 소들의 내뿜는 메탄가스가 전 세계 차량들이 내뿜는 배출가스보다 온실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도살장 벽이 유리로 돼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라며 2009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운동을 제안하였다. 이후 이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현재 40여 개국이 동참하고 있다.
2019년부터 미국 뉴욕의 모든 공립학교에서는 ‘고기 없는 월요일’이 시행되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고기는 물론 해산물이 배제된 식단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제공하고, 급식재료의 절반 이상을 지역 유기농산물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벨기에 헨트시, 독일 브레멘시, 브라질 상파울루시도 주1일 채식운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슬로푸드 운동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토리노시는 ‘채식 도시’를 선포하였다.
영양사인 필자의 아내는 식단을 짤 때마다 고민이 된다고 한다. 고기를 제공하면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 채소메뉴를 내놓으면 아예 손도 대지 않는 학생이 많아서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걱정이라고 한다.
파리 근교의 몽트르시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일 채식메뉴와 일반메뉴를 함께 제공했는데 첫해에는 10%만 채식메뉴를 선택했었는데 3년이 지나자 25%로 증가하였다. 환경의식이 확산되고 채식을 즐기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물론 채식메뉴의 맛이 향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식급식 성공의 열쇠는 채식을 해야 하는 당위성에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 더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고 다양한 채식메뉴 제공에 있다. 유럽에서는 학교급식 채식요리 개발에 유명 셰프들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비건인구는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인 150만명에 이른다. 채식문화가 급격하게 대중화되면서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건강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실물경제에 있어서도 ‘비건족’을 잡기 위한 ‘비거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비거노믹스는 비건(vegan: 채식주의자)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다. 비건 열풍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소비’와 친환경을 넘어 환경을 필수로 생각하는 ‘必(필)환경’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꿈꾼다.
우리의 식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가 먹는 음식이 지구 환경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체득하는 급식시간. 유명 셰프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유기농산물을 이용하여 개발한 채식메뉴를 학생들이 맛있게 먹는 급식!!!
수학 시간에는 대정읍 인구 21,056명이 일 년 동안 쓰는 휴지를 공급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나무 몇 그루를 베어내야 하는 지를 계산하고, 과학교사는 1,023개소였던 용천수가 676개소로 줄어든 원인과 보호방안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한다.
국어시간에는 제주의 혈맥을 끊은 고종달 설화로 대본을 쓰고, 영어시간에는 그레타툰베리의 기후변화 연설문을 읽은 소감을 발표하며. 사회교사는 학생들과 기후위기에 따른 불평등과 빈곤문제를 조사하고, 생물시간에는 유기재배포장과 관행포장에서 서식하는 곤충의 개체수를 조사하는 기후위기가 모든 과목을 관통하는 주제가 되는 교과과정!!!
모든 건물 옥상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필요만큼만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하고 필요만큼만 생태적으로 소비하는 경제!!!
환경오염, 농업의 공익적 기능 등 외부경제와 불평등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경제성장률 대신 생태와 행복 지수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세상!!!
필자도 필자의 꿈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되면 세상은 바뀐다고 굳게 믿고 있다.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꾼다. ‘말랑농업’은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글이다. 매주 화요일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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