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업》 마르쿠스 베른센 씀, 오연호 옮김, 오마이북 펴냄
《삶을 위한 수업》 마르쿠스 베른센 씀, 오연호 옮김, 오마이북 펴냄

덴마크 나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풍차가 있는 나라. 섬이 많은 나라. 인구가 500만 명이 넘는 작은 나라. 모두 맞다. 나는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 나라에는 핵발전소가 없다. 왜 그럴까. 1945년이 지나면서 덴마크도 경제발전을 하려고  많은 전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아무리 연구를 해도 핵발전소를 만들고 나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기술을 만들 수 없었다. 핵쓰레기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게는 10만 년, 많게는 30만 년이 걸린다. 지금 사는 사람들이 뒤에 태어난 사람에게 방사능덩어리를 물려줄 권리는 없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하나 만들면 몇 사람이나 전기를 쓸 수 있나 살폈다. 핵발전소 한 대는 10만 명이 쓸 수 있는 전기를 만든다. 10만 명 하나하나가 풍차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 나라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풍차를 만들면 쉽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덴마크에는 수많은 풍차가 있고 핵발전소를 만들지 않고도 살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풍차를 만들겠다고 하면 돈을 많이 받지 않고도 풍차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지금 우리나라는 반대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를 다른 나라에 만들어 팔아서 돈을 벌기도 한다. 우리나라 큰 회사는 환경을 깨끗하게 한다면서 풍차를 만든다. 풍차를 만들며 오히려 숲을 없애고 바다를 더럽히고 마을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려고 풍차를 만들기도 한다. 덴마크는 그렇지 않다. 마을 사람들 스스로가 나서서 풍차를 만들어 마을에서 써야 할 전기만을 만들 뿐이다.

덴마크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 1940대 초반 독일 나치당은 유럽에 있는 유태인을 모두 죽이려 했다. 덴마크에도 쳐들어갔다. 어느 날 선전포고를 했다. 덴마크에 사는 유태인들은 모두 노란별을 차고 나오라고 했다. 유태인이 아닌 사람들은 살려 주겠다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어느 말쑥한 옷차림을 한 나이 든 사람이 왼쪽 가슴에 노란별을 차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알고 놀랐다. 바로 덴마크 국왕이다.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노란별을 차고 길에 나섰다. 그 나라 사람들 모두가 노란별을 가슴에 달았다.

그 사이에 덴마크에 살던 유태인들은 이웃 나라로 몸을 옮겼다. 그들이 떠나고 남은 유태인 집에는 덴마크 사람들이 들어가 살면서 지켜 주었다. 덴마크에 살던 수십 만 명 유태인은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았다.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이 전쟁에 지고 나서 그들은 다시 돌아와 평화롭게 자기 집에서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이 덴마크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유태인이 도망가도록 도와주었고 그들이 살던 집을 지켜주었냐고. 그들은 말했다. 유태인들이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같이 살던 이웃이다.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몰라도 누구도 사람 목숨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를 만들지 않고, 그 나라에 사는 다른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했다. ‘삶을 위한 수업’을 읽으며 알았다. 바로 교육 힘이다. 내 목숨이 귀하면 다른 이 목숨도 귀하다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웠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는 사람이 사랑을 베푼다는 말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럼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보자.

사람으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행복한 길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답을 준다. 굳이 하나만 뽑으라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한다. 숲과 들과 강과 바다와 하늘과 바람과 새와 동물과 흙 속에서 배울 때 행복하고 더 잘 익힐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북유럽에 있는 나라 ‘덴마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배움터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는데 또 하나만 뽑으라면 아이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갖는 배움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영어나 수학을 잘 못 할 수는 있지만 춤, 축구, 전자놀이를 하는 것을 잘할 수 있다. 수학을 하더라도 누구는 아주 잘하고, 어떤 아이는 아예 수학공부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럼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수학을 안 하려는 아이를 가르쳐준다. 아니면 선생님은 수학을 포기한 아이에겐 당분간 수학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 공부는 교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을 떠나서 밖으로 나가 건물을 짓거나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상에서 수학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서 재밌게 배운다.

덴마크에선 학교 선생이 아이들과 동무이기도 하고 어머니 아버지이기도 하다. 학교는 국어 수학 영어 천문학 춤 물리를 배우는 곳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아이들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며, 살면서 느끼는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곳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친구이면서 어머니 아버지가 된다. 덴마크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이어서 있다. 모두 9년 과정이다. 한 선생님과 같이 쭉 지낸다. 아이와 선생님은 오래도록 같이 지내니 서로를 잘 안다.

덴마크에선 9학년이 될 때 나라에서 치루는 시험을 처음 본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이 시험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초중등학교를 마친 아이들 90% 가까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어떤 아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얻거나 잠시 쉬기도 한다. 덴마크에 사는 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은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 행복하게 산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덴마크에 사는 선생님과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행복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관계를 맺으면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회와 학교에서는 서로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풀어간다. 자라는 아이들 한 사람이라도 따돌림이 없도록 애쓴다. 모든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애쓴다. 물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일엔 돈이 들지 않는다. 초중고 대학교까지 공짜로 다닐 수 있다. 대학생들은 오히려 한 달에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 원쯤 생활비를 받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한 아이가 자라려면 한 마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하다. 아이를 소중하게 대하는 선생님도 소중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서도 배운다. 선생님이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것을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아이들은 선생님 마음을 알게 되면서 자기 마음도 털어놓는다. 이 책에 나온 선생님 열 사람은 20년 30년 넘게 아이들과 생활을 하면서도 힘들었던 일보다는 행복했던 일이 훨씬 많다. 그건 학교생활이 즐겁기 때문이다. 시험도 없고 교과과정도 아이와 선생님이 같이 만들기도 하고, 이름난 대학에 가려고 암기식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오로지 이름난 대학에 가려고 공부를 시킨다. 대학에 가서 의사 판사 검사 공인회계사 교사 공무원이 되려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공부를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다. 어린이가 가장 불행한 나라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물론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곳도 있고 일반학교에 다니면서도 학습공부보다는 교양공부를 더 많이 시키는 부모들도 있다. 그런 예는 아주 적다. 대안교육운동을 하는 곳은 전체 교육에 0.03%로 모두 3,000명이 되지 않는다. 혁신학교라고 해서 제도교육에 대안교육을 실험하는 학교가 여럿 있지만 나중에는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나라는 백성들이 행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덴마크 교육정책을 배워야 할 이유다.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