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위나라 혜왕에게 물었어요. ‘몽둥이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과 칼로 찔러 죽이는 게 다릅니까’라고. 그러자 혜왕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같다’라고 답을 하죠. 그러니까 맹자가 다시 ‘칼로 찔러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건 같습니까, 다릅니까’라고 물어요. 역시 ‘다르지 않다’라는 답을 하죠.”
5일 오후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인문숲이다,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탐라학당이 주관하는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이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진행됐다.
강사를 맡은 강봉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부설 탐라학당 학장이자 제주대학교 교수는 ‘춘추전국시대와 오늘의 대한민국, 제주도’ 주제로 열 차례에 걸쳐 이어질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강연 1부에선 춘추전국시대 역사를 다룬 소설 <동주열국지>에 등장하는 왕과 사상가 등 주요 인물들을 소개했다.
2부에선 같은 시대 활약한 제자백가의 사상과 학문을 설명하며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오늘날 정치의 모순과 과제들을 풀어냈다.
강 교수는 “지금은 창칼을 들고 벌이는 전쟁은 없지만 정치도 전쟁의 일종”이라며 “창칼이라는 수단을 쓰진 않지만 오늘날 우리도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그게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을 꼽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학력 격차이다. 오늘날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한다. 이 학력 격차는 또다시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벌여놓는다.
또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청소년 및 청년, 노년층 자살률이 최상위 수준인 점을 들며 세대 간 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언급했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지역 갈등 문제 역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강 교수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갈등을 조정하고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춘추전국시대 활약했던 제자백가들의 철학을 통해 오늘날 사회 문제를 반추하고 이를 해결하는 정치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맹자는 아픈 사람과 늙은이,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치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인의(仁義) 정치의 출발이다.
묵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겸애교리(차별 없이 이익을 나누는 사랑)을 바탕으로 이익을 똑같이 나누는 사회를 주장한다.
공자는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가난’ 때문이 아니라 ‘빈부격차’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
강 교수는 “춘추전국시대와 오늘날의 차이는 예전엔 지배자가 좋은 제도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진 가능성을 피력했다.
또 “노자는 ‘무위의 정치’ 즉 지배자(정치인)들에게 사심을 내려놓고 필요 이상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뭐가 더 큰 이익이고 뭐가 더 적은 이익이라는 걸 만들어내지 말라고 한다. 쓸데없이 군자라니 성인이니 인간상을 만들어 그렇게 되라고 하지 말라.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라서 좋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공자는 더 나아가서 무위적 사유, 그러니까 인간만을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며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던진 사유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첫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제자백가의 정치철학’ 강연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 맞춰 마련됐으며 오는 3월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다음 강연 주제는 ‘공자:안인의 정치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