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맹자가 위나라 혜왕에게 물었어요. ‘몽둥이로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과 칼로 찔러 죽이는 게 다릅니까’라고. 그러자 혜왕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같다’라고 답을 하죠. 그러니까 맹자가 다시 ‘칼로 찔러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건 같습니까, 다릅니까’라고 물어요. 역시 ‘다르지 않다’라는 답을 하죠.”

5일 오후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인문숲이다,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탐라학당이 주관하는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이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진행됐다. 

강사를 맡은 강봉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부설 탐라학당 학장이자 제주대학교 교수는 ‘춘추전국시대와 오늘의 대한민국, 제주도’ 주제로 열 차례에 걸쳐 이어질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강연 1부에선 춘추전국시대 역사를 다룬 소설 <동주열국지>에 등장하는 왕과 사상가 등 주요 인물들을 소개했다. 

2부에선 같은 시대 활약한 제자백가의 사상과 학문을 설명하며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오늘날 정치의 모순과 과제들을 풀어냈다.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강 교수는 “지금은 창칼을 들고 벌이는 전쟁은 없지만 정치도 전쟁의 일종”이라며 “창칼이라는 수단을 쓰진 않지만 오늘날 우리도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그게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을 꼽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학력 격차이다. 오늘날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한다. 이 학력 격차는 또다시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벌여놓는다. 

또 전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청소년 및 청년, 노년층 자살률이 최상위 수준인 점을 들며 세대 간 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언급했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지역 갈등 문제 역시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강 교수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갈등을 조정하고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춘추전국시대 활약했던 제자백가들의 철학을 통해 오늘날 사회 문제를 반추하고 이를 해결하는 정치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맹자는 아픈 사람과 늙은이,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정치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인의(仁義) 정치의 출발이다. 

묵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겸애교리(차별 없이 이익을 나누는 사랑)을 바탕으로 이익을 똑같이 나누는 사회를 주장한다. 

공자는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가난’ 때문이 아니라 ‘빈부격차’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 

강 교수는 “춘추전국시대와 오늘날의 차이는 예전엔 지배자가 좋은 제도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직접 바꿀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진 가능성을 피력했다.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5일 오후 강봉수 교수가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첫 번째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또 “노자는 ‘무위의 정치’ 즉 지배자(정치인)들에게 사심을 내려놓고 필요 이상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뭐가 더 큰 이익이고 뭐가 더 적은 이익이라는 걸 만들어내지 말라고 한다. 쓸데없이 군자라니 성인이니 인간상을 만들어 그렇게 되라고 하지 말라.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라서 좋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공자는 더 나아가서 무위적 사유, 그러니까 인간만을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 사유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며 “제자백가 사상가들이 던진 사유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첫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제자백가의 정치철학’ 강연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 맞춰 마련됐으며 오는 3월9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다음 강연 주제는 ‘공자:안인의 정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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