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제주도 산하의 한 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도 산하 각종 위원회의 '문'을 여는 근거가 마련됐다. 각종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조례가 지난달 23일 제주도의회를 통과했다.(사진=김재훈 기자)

345. 제주도 산하 각종 위원회의 수다.(2021년 10월 기준) 제주 행정을 운영하며 각종 사안에 자문하고, 심의·의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제주 도민들에게 회의 내용은 물론 위원회 명단조차 들여다볼 수 없는 '성역'이자 '그들만의 밀실'이었다.

제주투데이는 지난 2019년부터 제주도의 불투명한 위원회 운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먼저 제주도가 각종 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제주도는 위원회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제주도 산하 전체 위원회의 연인원 3600이 넘는 명단을 확보하고 공개했다. 동시에 위원회 명단을 공개토록 하는 조례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투데이가 공개했던 제주도 산하 위원회 전체 명단 중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제주투데이가 공개했던 제주도 산하 위원회 전체 명단 중 일부(사진=김재훈 기자)

 

보도 이후, 홍명환 제주도의원이 위원회의 명단을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토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각종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고 도의회에서 가결되면서 도민의 알권리가 확보됐다. 그럼에도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제주도가 회의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도민 알권리를 침해하는 중요한 문제다. 제주도는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근거가 미비했기 때문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회의록 공개 관련 조례 제-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타 지자체의 사례를 비교하며 도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다시피 하고 있는 제주 행정을 비판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3일 비로소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토록 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위원회 회의 및 회의록 공개 조례안’이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이다. 물론, 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조례를 갖게 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고현수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도 위원회 회의 공개 조례’는 경기도의 관련 조례를 참조했다. 경기도는 위원회 회의록을 속기록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의록의 신뢰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한 ‘제주도 위원회 회의 공개 조례’는 “회의록과 함께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중 어느 하나를 통하여 위원회 회의 내용을 기록하여야 한다. 다만, 녹음기록으로 기록한 경우에는 필요한 때에 녹취록으로 작성한다.”고 명시했다. 녹취록으로 작성해야 하는 “필요한 때”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에 대해 “모든 위원회에 속기록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도내 속기인력풀의 한계, 매번 모든 회의를 속기록으로 작성하는데 따른 행·재정적 부담 등의 행정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심사보고서에 담았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회의록 작성과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을 선택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하되 녹음기록은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필요한 경우 녹음기록을 녹취록으로 작성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도의회 행자위는 “‘필요한 경우’와 ‘녹음기록을 녹취록 작성 및 공개 기준’에 대해서는 조례 시행과정에서 부서의견 수렴 등을 통해 시행규칙으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 측면이 있음”이라고 조례안 심사보고서에 담았다. 시행규칙은 도지사에게 제정권한이 있다. 도의회의 심의 및 의결 절차를 밟지 않는다. 그렇기에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행정 편의적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행규칙에 “필요한 때”를 어떻게 담는지에 따라 도민 알권리 충족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애써 조례를 마련했지만 시행규칙이 커다란 구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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