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의사당 (사진=픽사베이)
미국 국회의사당 (사진=픽사베이)

연말연시에 코로나 확산과 가파른 물가 상승 등으로 눈 내리는 날씨와 같이 춥고 어수선한 시간을 미국은 맞이하고 있다. 

연일 이 지역에서만 2만 명 가까이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오고 지인들을 비롯해 주변 많은 분이 코로나 확진에 2시간 넘게 확진 테스트를 기다린다. 확진 후 큰 이상 증상이 없으면 집에서 열흘간 자가격리 조치로 이 시국을 헤쳐나가는 형국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큰 이슈는 대선 관련 소식이 항상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다.

한국의 거대 양당의 정책이나 정강들을 살펴보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랑 비슷한 점이 많은 듯 하다. 

주변분들에게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두 가지 이념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자유와 평등'이 제일 많고 민주주의와 반사회주의, 성장 우선과 복지 우선 등등 대답이 다양하다. 따라서 한가지 이념으로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민주당과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공화당을 나눌 순 없지만 경제 이론 측면에서는 두 가지 큰 줄기가 있다. 민주당이 케인스 수정 자본주의에 기초를 둔 큰 정부를 추구한다면, 공화당은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시장론에 기초를 둔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 

거대 양당 정책적 기조가 되는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1920년대 대공황부터 1970년대까지는 수정자본주의(큰 정부론)가 앞장을 섰다면 1970년대 오일쇼크 사태 이후 현재까지는 신자유주의(작은 정부론)가 전 세계의 주요 경제 정책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금 북유럽을 롤 모델화한 바이든 정부의 큰 정부론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1860년대부터 1920년대 초까지는 미국의 혁신적인 정책들은 주로 공화당이 주도했다. 공화당의 시작은 서부까지 노예제를 확대하려는 민주당에 맞서서 설립됐다.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남부 농장주들이 대부분인 민주당에 비해 혁신적이며 온건주의자들이 공화당의 주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850년대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적 차이점들은 첫째는 연방정부(공화당)와 주 정부의 우선권(민주당)과 권한 문제, 둘째는 노예제도 찬성(민주당)과 반대(공화당)의 문제이며 셋째는 영국에 대한 관세 부여 여부였다. 

당시 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북부 지역(연방주의 공화당)에서 생산되는 품목들은 영국에 비해 품질이 낮아 영국과 면화 및 공산품을 두고 자유무역을 하고 있던 남부지역에 대한 장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북부 지역의 영국산 관세 부여는 영국 수입품에 대한 가격 상승의 결과를 초래해 남과 북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즉 연방주의와 주 자치주의의 대결, 노예제 찬성과 반대의 대결, 그리고 무역 관세에 대한 입장 차이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시작이었다. 이 정점이 바로 남북 전쟁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북부 연방주의자(공화당)들은 보호관세를 채택했고, 주 단위로 통용되던 통화를 폐지해 달러를 연방정부 통화체계로 확립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서부로 뻗어 나가면서 무상으로 토지를 배급받은 소자 영농자들의 권익과 주립 대학체계를 확립해 나갔으며 흑인들의 인권 강화와 백인 우월단체들을 배척하는 민권 법안들을 계속해 통과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법안들에 민주당(남부)은 항상 반대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입장이 바뀌게 되는 계기는 대공황에서였다. 대공황 전까지의 미국 발전의 큰 획은 공화당이 선점했다고 볼 수 있다.

공화당 출신 최고의 대통령을 뽑으라면 링컨이며 민주당 최고의 대통령으로는 루스벨트를 꼽는다.

당시 민주당이었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뉴딜정책을 실행한다. 흔히 3R로 불리는 구제( Relief 실업자 구제)  회복(Recovery,  댐, 도로 건설과 전력 인프라 구축과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 개혁(Reform  시장규제와 사회보장 제도 확립)이 바로 그것이다.

뉴딜 정책은 위기의 미국을 구해냈고 민주당은 기존의 백인, 기독교 중심의 초기 미국 건국 과정에서의 모습과는 완전 반대 양상으로 인종, 소수계의 인권과 남녀평등, 낙태 옹호, 성 소수자들, 불법 이민자 보호, 종교적 다양성, 노동자 권익과 노조설립에 관대한 정책을 계속 펼쳐 나가게 된다. 뉴딜 정책 성공으로 민주당 노선이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크게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는 케인스의 경제 정책인 수정 자본주의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이런 일련의 큰 정부의 시대가 1970년대까지 주 대세론으로 자리 잡게 되며 이후 민주당은 레이건의 등장 전까지 10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7번을 이기고 의회는 항상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 대부분이 도시에 거주했기에 도시지역은 자연히 민주당의 텃밭이 됐고 전통적인 남부 백인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전통적인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가치관에 벗어난 급 진보적인 정책이라 여기게 됐다. 결국 1970년대 이후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남부지역이 공화당의 텃밭으로 바뀐다.

큰 정부론 즉 수정자본주의 경제정책은 1970년대까지 모든나라의 롤 모델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는 불황인데 물가는 오르는 상태가 되면서 수정자본주의의 우상인 케인스의 시대는 저물고 하이에크 경제론에 기초한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가 주를 이르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공화당의 주요 경제 정책이 됐고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질서 안에 편입하게 된다.  

1980년대 레이건-대처시대와 부시 부자시대 그리고 최근의 트럼프까지 공화당 정권들은 세금 감면, 공기업의 민영화, 금융시장 개방화, 무역 관세 철폐 및 자유무역 실시 등의 슬로건을 걸고 나라를 운영했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 선물, 비트코인, 부동산 등으로 자본의 흐름이 쏠리고 금융 자본이 비대화 되면서 실물경제의 위축, 제조산업의 퇴조와 산업 구조의 불균형을 자초하게 됐다. 빈부 차이는 맹렬해졌으며 실업, 사회보장제도 약화 등 불행을 자초한 점은 크게 반성 돼야 할 점이다.

물론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시대의 필요에 따라 취해지는 상대적 이념으로 각자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 나라가  코로나 비상시국에 직면하면서부터는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되지 못하면서 시장주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되며 트럼프는 결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하게 된다.  즉 작은 정부, 시장 주의자들은 국가재정 및 역량기능 약화 ,건강, 의료 환경 기후 변화에 대처할 공공재의 역부족과 의료의 민영화등으로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코로나는 전세계적으로 큰 재앙이다. 하지만 세계인들로 하여금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숨고르듯 천천히 살펴볼 여유의 시간이 된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산업구조는 첨단화되고 인공지능을 비롯 4차산업 혁명의 시대이며 지구는 포화되고 온난화로 시름을 앓고 있다. 산적한 난제들을 푸는 문제에 있어 큰 정부 역할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이재명과 작은 정부 시장 주의를 표방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대결에 과연 국민은 어느곳으로 향할지 60여일 남은 나날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리라 여겨진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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