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재훈 기자)
환경영향평가와 제주의 문제 현장들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엄문희씨(사진=김재훈 기자)

제주 지역 개발 현장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제주제2공항,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두 사업 모두 환경영향평가의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업 모두 현재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제2공항 건설사업과 비자림로 공사 외에도 제주해군기지진입도로 개설사업,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역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마련됐다. ‘환경영향평가와 제주의 문제현장들’을 주제로 제2공항 건설사업, 비자림로 공사, 제주해군기지진입도로 개설사업,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의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이 14일 오후 2시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지속가능사회연구센터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2층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아이쿠. 최근 귀에 자주 들리는 환경영향평가제도. 이게 뭘까? 한 번 알아보자.

환경영향평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의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예측, 분석하고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획과정의 일환이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 규모와 대상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대규모 개발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정책계획, 개발기본 계획), 소규모환경영향평가(소규모 개발사업)로 세분된다.

국가 정책 계획인 제주제2공항 개발사업은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고,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경우 전체 규모를 놓고 볼 때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구간이 쪼개져 사업이 추진되면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만 이뤄졌다. 제주해군기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는 해군기지 건설과 함께 추진되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적용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유효기간이 만료 일자가 채 두 달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하면서 꼼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주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개발사업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2공항 건설사업에 이어 비자림로 공사의 문제를 살피면서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들여다보고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영향평가의 문제가 확인된 위 다섯 개 사업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으로 활동하며 비자림로 공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김순애씨는 비자림로 공사 관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멸종위기종이 누락되는가 하면 자생하지 않는 종을 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시밈모임은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면서 재평가 절차를 밟을 것과 관련자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지만,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보완 작업만 거치면 되는 ‘부실’로 판정했다.

김순애씨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며 비자림로 공사 환경영향평가의 문제가 확인됐다면서 환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환경향평가 용역업체와 이에 대한 검토를 게을리한 영산강유역환경청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특히 사업자 입맛에 맞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영향평가의 구조적 문제를 거론했다.

(사진=김재훈 기자)
환경영향평가와 제주의 문제 현장들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김순애씨(사진=김재훈 기자)

김순애씨는 “결국은 평가서는 작성하는 데 대한 책임과 평가절차를 누가 주도 적으로 진행하느냐가 핵심이라 생각한다. 사업자에게 종속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때문에 서로 면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관리 감독하는 주체에 대한 책임은 나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리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것.

강정천을지키는사람들의 엄문희씨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진입도로 개설사업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강정천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다수 서식하는 곳이다. 그러나 엄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진은 직접 원앙 관련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려도에 도래하는 원앙의 월동생태에 관한 연구’ 문헌을 통해 구좌읍 김녕목장과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등 엉뚱한 지역의 사례를 제시하며, 원앙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 근거로 썼다.

그런가 하면, 용역진은 역시 천연기념물인 강정동 담팔수의 위치를 공사 현장에서 450m 떨어져 있다면서 담팔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했는데, 실제로는 담팔수와 공사현장의 거리는 180m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었고, 실제 공사가 추진되면서 진동으로 인한 암반 붕괴, 백탁현상 등이 나타났다.

비슷한 문제가 제주동물테마파크사업에서도 확인됐다. 관련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1,2급에 속한 종은 없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긴꼬리딱새, 비바리 뱀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들을 대거 발견했다.

이상영 선흘2리장은 멸종위기종을 누락시키기 위해 생태 조사 시기를 조정하고 의도적으로 멸종위기종을 누락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영 이장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개선책으로 환경영향평가 공탁제 시행, 환경영향평가 재평가 사유 및 대상의 확대, (사업 규모뿐 아니라)사업 내용 변경 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조치 등을 제시했다.

이어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에서 나타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에 대해 서신심씨가 발제자로 나섰다. 서씨는 천지연과 정방폭포의 상류 지역으로 왕복 6차선 도로 개설의 문제를 제기했다. 도로 부근 지역의 난개발이 가속돼 서홍천과 동홍천 오염이 심해져 두 폭포의 수질오염과 수량이 적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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