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 손을 들어준 대법원과 이를 방관한 제주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17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 손을 들어준 대법원과 이를 방관한 제주도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최근 대법원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에 대해 녹지 측 손을 들어준 가운데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과 제주도,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여는 말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돈이 우선인 한국 사회에 무리한 기대를 한 것 같다”며 “원희룡 전 지사가 영리병원 도민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독단적으로 개설 허가를 할 때부터 지금 같은 상황은 예견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70만 도민 민중과 함께 영리병원 폐지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3일 대법원 특별1부는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며 “사법 역사상 영리병원 관련 첫 재판인데도 대법원은 심리조차 하지 않고 중국녹지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공공의료 파괴를 불러올 영리병원 완전 폐기를 위해 지난달 3만여 명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지만 대법원은 민중의 염원인 ‘공공의료 강화’가 아닌 자본의 ‘영리병원’을 선택했다”며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 판결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내팽개친 대법원을 강력 규탄한다”고 피력했다. 

또 소송을 준비해 온 제주도를 상대로 “도는 소송전에 자신감을 표명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며 “도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 문제를 재판이 아닌 제주도-JDC-중국녹지그룹의 3자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녹지그룹은 국내 초대형 로펌인 태평양 법무법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재판 시작부터 맹공에 나섰지만 도는 1심, 2심, 3심 모두 다른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연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는 국회에 제출된 ‘영리병원 허용조항 완전 삭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제주도 3기 보건의료발전계획’에서 영리병원 관련 내용을 부록으로 남겼다”며 “사실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가 영리병원 제도 유지를 위해 이번 재판을 아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성토마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영리병원 개설 허가라는 도민 공론화 조사 결과를 뒤집고 녹지병원 측에 개설 허가를 내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에게도 이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도민운동본부는 “원 전 지사는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도민의 결정과 반대로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했다”며 “심지어 조건부 허가가 피해를 최소화할 ‘신의 한수’였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고 모든 피해는 도민에게 떠맡겨졌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원희룡은 지난 2018년 12월5일 영리병원 허가를 강행하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도 밝혔다”며 “이제 정치적 책임을 질 때이다. 정치인으로 실낱 같은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약속대로 책임을 지고 당장 정계를 떠나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 종결에 따라 잠정 중단됐던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도 3월에 재개된다”며 “이 재판마저 제주도가 패소한다면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영리병원이 개원할 수 있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녹지국제병원발 쓰나미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타고 전국을 강타할 것”이라며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전국 영리병원 확산의 신호탄이며 공공의료 파괴의 전초전이다.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안 된다. 우리는 의료영리화·민영화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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