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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개발과 성장’이 ‘지속 불가능한 삶’과 동의어가 된다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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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비밥] ‘개발과 성장’이 ‘지속 불가능한 삶’과 동의어가 된다는 역설!
  • 안혜경
  • 승인 2022.01.2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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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일의 기억> 스틸컷. 

도공 김정근이 할아버지 아버지로 내려오다 자기 세대에서 끊겼던 제주옹기 명맥을 이으려고 아내와 네 아들과 고군분투하는 삶이 담긴 다큐멘터리 <사일의 기억>. 제주옹기는 세계유일의 돌가마(노랑굴, 검은굴)에서 만들어진다. 활활 타오르는 불구멍 앞에서 밤낮 없이 나흘간 땀 흘린 도공들의 불때기가 끝나고 가슴 두근대며 가마를 열어보지만 옹기들은 맥없이 주저앉아있다.

옹기를 빚어 가마에서 구워낼 찰진 흙을 구했던 땅은 점점 귀하고 화력에 알맞은 땔감을 얻는 곶자왈은 대형 오락·숙박 시설 그리고 국제학교들과 그에 따른 시설들이 차지하고 있다. 부족한 곶자왈 땔감 대신 사용한 공사장 폐자재 나무들로는 돌가마의 온도를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었던 것인지. 그의 할아버지가 사용했던 가마는 현대식 높은 건물들에 갇힌 듯 둘러싸여있고 곧 무너질 듯 처연하다.

작가이자 제주민속 연구자 이은봉이 곶자왈과 갯가에 대해 쓴 아주 짧은 글을 읽었다. 이은봉은 옛 문헌에서 숲을 화花 즉 꽃이라 했는데, 된소리가 약해져 곶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숲이 꽃이라니! 때마다 싹이 솟아나고 피어나 자라는 생명 순환의 풍성하고 끝없는 연속을 상상하게 된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국마장 말을 키우고 화산토 척박한 제주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필수인 소를 키울 목초지가 필요하다보니 오름에 나무를 키울 수 없었단다. 용암이 흐르다 식은 용암암반지대는 울퉁불퉁 균열이 심해 그 틈 사이로 나무 씨앗이 발아했고 현재의 숲을 이루게 되었다는데 ‘숲’인 ‘곶’은 암반지대이기에 개간이 어려워 농지나 목초 활용이 불가능해서 숲/곶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지난 11일 국가위성센터 도유지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가운데로 큰 트럭이 지나간 바퀴 자국이 보인다. (사진=조수진 기자)
국가위성센터 도유지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산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가운데로 큰 트럭이 지나간 바퀴 자국이 보인다. (사진=조수진 기자)

곶/곶자왈은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식생을 유지하고 있어 제주자연생태환경 보존에 필수적이다. 용암에 의해 형성된 궤는 4·3 때 마을 주민들이 학살을 피해 숨어들었던 역사의 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5년간 진행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과학자와 경제인, 환경 운동가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기후위기의 현실을 섬뜩하게 담아낸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를 읽고 있다. 클라인에 의하면 문제의 본질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정치’와 ‘경제’에 있기에 탈성장이 생존의 길이라고 한다. 그럴려면 탄소 배출 에너지로 일상의 모든 전력을 얻고 대형 공장을 가동해 생산한 제품을 전 세계로 운송하고 판매해서 이익을 얻는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데, 현실은 탈탄소 정책을 세워야 할 정치권과 실행해야 할 기업이 브레이크 없는 기차에 지구 생명을 태우고 공멸을 향해 달려가는 형국이다.

윤리적 양심을 매번 시험받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물 절약, 에너지 절약 같은 이런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벗어날 수가 없는 현실이라니! 한 지인은 지구온난화를 막으려고 주택 냉난방도 안할 뿐더러 그의 남편은 한겨울에도 찬물 한 바가지로 샤워하고 설거지를 줄이려고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 닦아내듯 남김없이 먹는다는데 개개인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정치지도자와 기업가 그리고 언론이 지구파멸을 막으려는 과학자의 노력을 무시하고, 아니 그 파멸의 상황을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으로 전환하려 머리 쓰다 결정적 시간을 놓치고선 마지막 순간에 과학기술을 이용해 자신들만 파괴된 지구를 탈출하는 냉소적 블랙 코미디 영화 <돈 룩 업>. 오죽하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을까?

제주 해안 전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며 제주 바다가 사막화되어가고 자리돔과 방어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들린다. 어부와 해녀들의 한숨이 시장과 식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주의 자연과 그 안에서 형성된 제주의 문화가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고 이를 이해하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반면에 강정해군기지건설, 제2공항건설, 비자림로 건설, 선흘곶자왈 동물테마파크 건설.

개발만이 유일한 생존 해법인 것처럼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우리들 삶을 담아내는 제주문화는 자연생태와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막개발의 성장은 삶/생명의 파괴와 동의어가 될 것이다. “오래된 미래”, “두툼한 현재”가 살길이다.

 

안혜경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

예술은 뜬구름 잡는 이들의 영역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포착해 굳어진 뇌를 두드리는 감동의 영역이다. 안혜경 대표가 매월 셋째주 금요일마다 연재하는 '예술비밥'은 예술이란 투명한 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를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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