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원장 민무숙)은 ‘근현대 제주여성노동사 정립을 위한 기초 연구’(연구책임자 강경숙 연구위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는 지역여성 노동사 연구의 방향을 정립하고 근현대 여성노동의 양상을 살펴보기 위해 추진됐다.
경제학과 민속학, 사회학, 여성학, 한국학 등 다양한 분야 집필진이 참여했으며 기존에 구축된 사료집과 신문, 사진, 구술사 등 자료를 분석, 아울러 해녀와 농업인, 관광산업 종사자, 공장노동자, 장인 등 10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가 다루는 시기는 1876년 개항부터 2000년까지 120여년의 근현대시기다. 이를 ‘개항과 일제강점기(1876~1944년)’, ‘해방 이후 과도기(1945~1960년)’, ‘지역개발 시기(1961~2000년)’ 등으로 구분했다.
주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제주 여성들은 일제강점기와 제주4·3 시기 동안 밭일과 물질을 병행했다.
또 국내외 타 지역으로 이주노동 등을 통해 남성이 부재한 제주경제를 살려내고 마을과 지역을 재건했다. 1960년대 이후 지역개발 시기에는 경제발전을 위한 근면한 노동자로서 노동역군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제주 여성의 노동 참여와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가 여성의 지위를 높이지는 못했다. 전산업화시기 제주 여성은 제주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으나 노동에 대한 보상은 남성보다 낮았다.
제주사회의 산업화가 여성 지위 향상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1차 산업의 남성 노동력 확대 – 3차 산업(관광서비스업)의 여성화’와 같은 남성 중심적 개발정책으로 인해 제주 여성들은 무급가족종사자이거나 임시 및 일용직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이게 되어 더욱 주변화했다.
이러한 사실은 여성의 노동 참여 자체가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여성 노동의 지위는 경제활동 참여율뿐만 아니라 일의 성격과 역사적, 지역적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강인한 제주 여성’이라는 담론은 제주사회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 ‘강인한 제주 여성’ 담론의 효과는 일상을 살아가는 제주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여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해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이해와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강인한 제주 여성’이라는 신화와 실제 제주 여성의 노동과 삶을 분리해 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민무숙 원장은 “본 연구는 제주여성과 제주사회 이해에 중요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연구로, 이를 계기로 제주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성평등 의제와 정책 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홈페이지(연구자료>연구보고서)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