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자료사진. (사진=플리커닷컴)
주식시장 자료사진. (사진=플리커닷컴)

지난 19일 LG에너지솔루선 공모주 청약에 440만명이 114조원을 투자했다는 기사와 양배추 재배면적 1904ha 중 250ha를 폐기처분한다는 기사가 동시에 나왔다. 돈을 향한 끝없는 욕망이 노동의 가치를 폐기하는 것 같은 기시감에 씁쓸함이 몰려왔다.   

작년도 국세수입은 342조원으로 60조원이 더 걷힌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다. 집값 급등으로 인한 양도소득세와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및 상속·증여세가 예상보다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동안에도 가진 자들은 자본소득으로 부를 더 축적했다는 말이다. 

2021년 전국 주택가격은 2020년 대비 15.0% 올랐다. 지난해 1〜9월 서울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매매총액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2020년보다 10조3520억원(40.8%)이 늘어난 35조7550억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실시한 2006년 이후 최대치였다. 

2021년 상반기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의 총 거래 대금은 3706조 8430억원으로 2020년보다 64.2%로 증가했다. 2020년 말 주식활동계좌(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이고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실적이 있는 증권계좌)는 5500만개로 2020년 말보다 56%나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임금 상승률은 1.1%에 그쳤고, 금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으로 책정됐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2%로 결국은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 7.4%도 넘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소득 향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민들은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가 32.9%, 업무역량강화 및 승진 14.9%, 창업 9.1%, 이직 7.8%, 기타 35.3%로 답하였다. 재테크가 본업을 앞지른 것이다.

특히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합성어가 등장할 만큼 2030세대의 투자열풍은 거세었다. 주식시장 신규투자자의 54.1%가 2030세대였다. 신한금융투자의 MTS(주식거래시스템)의 사용자의 67%가 2030세대이고, 핀트(AI 일임 투자애플리케이션) 이용객의 52%가 20대이며,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거래자의 31%가 20대라고 한다. 

지난해 6월말 기준 2030세대가 빚을 내어 주식에 투자한 돈은 38조745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 신규투자자의 60%가 손해를 보았고, 그중에서도 20대 남성·소액 투자자가 가장 많은 손해를 보았다. 자본이 없어서 고위험 중소형주식에 단타거래를 하다 보니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9세 이하의 평균 순자산은 2020년 12월말 기준 7231만원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중앙값은 3152만원에 불과했다. 2017년에 비해 평균값은 248만원 줄었고, 중앙값은 598만원 줄었다. 같은 기간 순자산이 줄어든 세대는 20대가 유일했다. 평균값과 중앙값과의 차이도 2020년이 2017년에 비해 350만원 더 벌어졌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뜻이다. 

2019년 고용보험가입률을 보면 정규직은 94.9%인데 비정규직은 74%이다. 건강보험가입률도 정규직 98.2%, 비정규직 64.2%이며 국민연금가입률도 정규직 98%, 비정규직 61%이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20대에게는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잘 작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열약한 사회보장이 불확실한 미래와 더불어 그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근로소득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세대 간 및 세대 내 부의 불평등 및 ‘벼락거지’로 표현되는 불확실한 미래가 청년들을 자본의 투전판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야의 대선후보들도 청년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부동산 감세 공약과 “코스피 5000 돌파,” “개인투자자 1000만 시대”의 주식시장 공약,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5000만원 비과세”의 공약 등으로 재테크를 부추기고 있다. 

재테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산 증식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변동성이 큰 주식·부동산·가상화폐에 미래의 삶을 저당 잡히는 일은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되었다. 

젊은이들이 재테크를 고려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주거·교육·의료·일자리진출 비용만큼은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부모보다 부자세대인 우리 기성세대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인 청년층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변되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지고 자본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를 바꾸지 않고는 청년들의 농촌유입은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노동이 존중되고 이익을 서로 나누는 공동체가 바로 농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땅과 땀의 정직함을 믿고 이익을 나누는 공동체를 꿈꾸며 동료들과 힘을 합해 양배추를 수확하는 청년농부들이 눈에 밟힌다.  

고기협.
고기협.

쌀 증산왕의 아들로 태어나다. ‘농부만은 되지 말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뒤로 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다. 대학에서 농사이론을 배우고 허브를 재배하다. 자폐아인 큰딸을 위해서 안정된 직업 농업공무원이 되다. 생명 파수꾼인 농업인을 꿈꾼다. ‘말랑농업’은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연결하는 글이다. 매주 화요일 독자들에게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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