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주투데이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도에 스위스 명품 시계 장인, 이탈리아 명품 구두 장인, 프랑스 명품 향수 장인들이 지내는 타운하우스를 조성한다. 여기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마치 수십 년 전 이것저것 수식어를 붙여 추진하던 개발사업을 닮은 이 내용은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공약 반영을 요청한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도는 ‘제주 미래과제와 추진전략’을 작성해 대선 후보 측에 전달했다. 여기엔 10대 핵심 아젠다와 40개 핵심과제, 78개 세부과제 등이 포함됐다. 내용이 비공개인데다 지역사회 반발이 거센 제2공항과 제주신항만 건설 사업도 담고 있어 논란이 됐다(☞제주도, 대선후보들에 제2공항 등 공약 반영 요청...도민에겐 내용 비공개). 

이중 ‘평화·인권·교육의 공동체 구현’이라는 아젠다에 핵심과제로 ‘글로벌 마이스터 제주평생교육 타운 조성’사업이 들어갔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비 1조원을 들여 주거 공간(타운)을 만든 뒤 전 세계 장인(마이스터)와 교육기관 입주를 유치한다. 그리고 이들을 일정 기간 체류하게 하며 자신들이 가진 기능을 가르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기간 체류비와 일정 수입은 예산으로 지급된다. 

교육 과정에서 만들어진 시계나 구두, 향수, 제과 등은 지역 내에서 판매해 수입을 창출, 도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도록 지원이 이뤄진다. 이 사업은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에 포함된 ‘국제 교육도시 조성’과 연계해 진행된다. 

도는 이 사업을 통해 수제산업, IT산업,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 잠재력을 키우고 세계 최고 수준의 평생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20년 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추진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됐던 영어를 공용화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대선 공약으로 타운 부지 및 시설 조성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장인과 교육기관을 입주시켜 보상을 하기 위한 법적 근거인 지원 특례 규정을 만들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사업이 속한 아젠다 ‘평화·인권·교육의 공동체 구현’의 취지와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든데다 개발사업 일색이었던 기존의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과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홍명환 도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이도2동갑)은 “도민들의 삶을 위해, 공익적으로 필요한 것들도 많은데 황당한 개발사업 계획을 제안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대선 후보 선거대책기구에서도 현실성이 없거나 공감을 얻지 못할 공약들은 제외한다”며 “행정이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실한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고 하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주도는 상하수도 문제, 쓰레기 문제 등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사업들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다”며 “도민들이 체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업들을 대선이라는 계기로 힘을 받아 추진하려는 고민은 하지 않고 현실성 없는 사업을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제안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3차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보고 때에도 도민사회와 도의회에서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며 “특히 이런 내용을 도민사회에 공개하지도 않고 전달했다고 하니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지 아직까지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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