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주민투표는 참여율 33.3%을 넘기기가 무척 어렵다.(자료사진=제주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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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지방선거 맥잡기

6·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제주지역 정가도 수면 아래서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재임 기간 제주 지역의 많은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고 고스란히 차기 도정으로 넘어갔습니다. 특히 원 전 지사는 '반대 우세'로 나타난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의견을 국토부에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요. 원 전 지사의 그와 같은 결정으로 인해, 종식될 수 있던 제2공항 갈등은 차기 정부와 도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도민 의견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리는 ‘제왕적 도지사’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줬달까요.)

원 전 지사가 도민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여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 또 있습니다. 네, 영리병원 문제입니다. 영리병원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 ‘불허’ 권고가 나왔지만 원 전 지사가 조건부로 허가해준 녹지국제병원.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관련 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이 역시 차기 도정에서 매듭지어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차기 도정으로 넘긴 현안들이 이뿐만이 아니죠. 난개발, 쓰레기문제, 교통문제 등이 산적해 있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수술대에 올릴 비전과 전략 요구돼

이와 함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제주 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또 전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를 맞아 제주도가 앞으로 어떤 길을 찾아내고 실천할 수 있는지도 무겁게 바라봐야 합니다. 이런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정치인의 얼굴을 바꾸는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 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첫단추로 지금의 제주를 만든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념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의 폐기 혹은 전면적인 수술이 거론됩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념과 특별법을 이대로 두고는 제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이번 지방선거는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선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있는 정치인을 요구합니다.

#거대 양당 제주도지사 후보군은 '겉으론 대선 집중 모드'...무소속·녹색당은 '잰 발걸음'

지역 유력 정당의 정치인들이 표면적으로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역시 출렁이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지역 정치인들이 대선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대선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자당 후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방선거 공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엿보입니다.

대선 캠페인 스케줄이 없는 작은 진보정당이나 소속 정당 없이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출마예정자들이 앞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한 발 빨리 나서서 인지도를 쌓아갈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의 박찬식 제주도지사 후보, 녹색당 부순정 제주도지사 후보가 대표적입니다. 무소속으로 제주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장정애 제주해녀문화보전회 이사장도 있습니다.

#제주도지사 선거, 거대 양당에서 누가 나올까

이제 거대 양당의 움직임을 들여다 볼까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대림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이 가장 먼저 본격적인 제주도지사 선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직을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임했거든요. 선거에 나서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와 함께 송재호, 오영훈, 위성곤 국회의원이 도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셋 모두 표면적으로는 대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리고 변수가 있습니다. 김우남 전 제주마사회장. 김 전 회장도 도지사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 당내 경선에서 문대림 후보에게 밀린 바 있죠. 김 전 회장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그래서 기자가 김 전 회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길 계획이냐고.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김태석 전 제주도의장, 박원철 도의원 등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한발 먼저 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문성유 전 사장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있었고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자서전 등의 책을 출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문 전 사장은 지난 19일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문 전 사장은 이날 출마하겠다는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출마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성유 전사장 외에도 고경실 전 제주시장, 김방훈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장성철 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정은석 한국노총 국민은행지부 지회장,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보 진영, 자당우선주의 깨고 선거연합해낼까?

정의당에서는 고병수 전 제주도당 위원장과 고은실 제주도의원이 제주도지사 선거 유력 주자로 여겨지는데요. 개인적인 여건과 당의 상황 등을 고려하며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등 진보 진영의 선거연합 여부도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관전포인트입니다. 환경과 노동, 인권 문제 등에 있어서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진보정당들. 하지만 그 목소리를 거대 양당 체제 속에서 '현실정치'로 만들어내는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원 중 진보 진영 의원이라고는 정의당 비례대표 한 석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죠.

진보 진영이 선거연합을 하려면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시점입니다. 선거연합을 한다고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자당우선주의와 ‘현실정치’ 참여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선거연합론 측의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선거연합은 진보 진영이 거대 양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인데요. 선거연합을 위해서는 각 당이 자당우선주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모든 진보 정당이 사회의 대전환을 주요하게 얘기하고 있죠. 자당우선주의도 '대전환'의 대상으로 삼을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제주도교육감 선거...최대 변수는 보수 후보군 단일화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3선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입니다. 이석문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의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지난 번 선거에 이어 이번 교육감 선거도 ‘진보 대 보수’ 프레임으로 짜여지는 모습입니다. 이석문 교육감에 맞설 의사를 밝힌 후보군으로는 김광수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고창근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김장영 교육의원, 김창식 교육의원이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가 다자구도로 치러지면 아무래도 현직 교육감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이석문 교육감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중론인데요.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교육감 선거의 관전포인트입니다.

#'제2공항' 너머, '대전환'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제2공항 건설 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제2공항 건설 반대가 우세한 도민의견을 무릅쓰며 추진 강행을 국토부에 요청하고, 국토부는 환경부가 최종 반려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반려 사유 해소 용역을 발주하면서 제2공항 논란을 질질 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의 용역 결과는 선거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선거에서 활발하게 논의해야 할 다양한 제주 지역 의제와 정책들을 제2공항 문제가 뒤덮어버릴 수 있는 상황인 거죠.

하지만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아마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겁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미래를 위한 제주 지역 사회의 대전환을 위해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느냐,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은 ‘정책 축제’다운 선거 분위기는 아닙니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역시 본격적으로 정책을 다듬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번 제주 지역 지방선거는 '제2공항' 너머 지역 사회의 대전환을 이끌 정책들이 요구되는 선거입니다. 대전환을 위해서는 현재 제주의 모습을 만들어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념 및 특별법을 먼저 수술대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이와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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