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김종철 씀, 녹색평론사 펴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김종철 씀, 녹색평론사 펴냄

김종철은 녹색평론사 대표였다. 1947년에 태어나서 2020년에 돌아가셨다. 73년을 살았다. 돌아가신 날이 6월 25일이다. 1950년 6월 25일엔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같은 날이라 돌아가신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돌아가시기 앞서 몇 달 동안 귀울림으로 힘들어 했다. 비행기 소리가 귀에서 심하게 나서 잘 걷지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평소에 병원에 가지 않던 분이 병원 치료를 했지만 낫지 않았다. 대신 밤이나 새벽에 가까운 산을 자주 올랐다. 그러면 조금은 괜찮았다고 한다. 6월 25일에도 밤인지 새벽인지 모르지만 산을 혼자 걷다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떨어져 돌아가셨다.

이 책은 2019년 6월 20일에 나왔다. 그가 하늘나라에 가기 앞서 나왔다. 물론 이 책에 나온 이야기는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쓴 글이나 이야기를 엮었다. 아무튼 당신이 살아있을 때 나온 마지막 책이다. 김종철 선생이 살면서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알고 싶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책 이름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이다. 근대문명을 벗어나서 생태문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근대문명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기계문명이다. 핵과 석유와 농약과 기계를 써서 이룬 세상이다. 그런 세상으로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스스로 먹을거리를 거두어 살던 마을이 없어졌다. 땅에는 지렁이 한 마리 살지 않고 하늘에는 맑은 비가 내리지 않고 바다는 썩어 들어간다. 1750년대 서구 산업혁명 뒤로 이루어진 산업화 결과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서 앞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이 30년일지 50년일지 모른다. 아니 지금처럼 돈을 벌려고 자연을 더럽히면서 산다면 분명히 지구에서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은 살 수 없는 날이 온다. 김종철은 피를 토하듯 말을 한다. 생태문명을 이루자고. 그럼 생태문명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경제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고르게 가난한 삶을 찾아야 한다.

마을이 살아나도록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마을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히 핵발전소를 만들지 않아야 하고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일궈야 한다. 참 힘든 일이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편하게 살고 싶다. 그런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까.

내가 살고 있는 제주도는 아름답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아름답고, 바다도 마음을 푸르게 한다. 무밭도 당근밭도 파릇파릇 아름답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이런 아름다움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김종철은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아니 이제는 무엇을 해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희망이 없어도 희망을 갖고 살자고 말한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한 달에 똑같이 생활배당금을 주고, 지역 일꾼을 제비뽑기로 뽑는 것이 낫다고. 이런 모든 일이 꿈같다. 하지만 꿈을 꾸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이 책은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꼭  읽었으면 좋겠다.

지난 2020년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쓴 글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김종철 선생님 하늘나라 가는 길에

“이제야 편하게 쉬네요. 마음이 아파요.” 이렇게 조의봉투에 썼다.

이렇게 쓰면서 한 편으로 돌아가신 분께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또 한 편으론 부러웠다.

김종철 선생님은 73세를 사셨다. 나는 55살. 앞으로 나는 18년을 더 살아야 선생님이 돌아가신 나이가 된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사는 것은 지금껏 자연을 더럽히고 나를 더럽히는 삶을 살았는데, 그것을 뉘우치고 그 죄값을 갚으려고 산다고. 하지만 살수록 자연은 더 더렵혀지고 나도 더 더러워지고 있다.

무섭다. 사는 게 힘들다. 다시 못된 말을 한다. 김종철 선생님이 부럽다. 하늘에서 권정생 선생님을 만날까. 나도 죽으면 아버지도 만나고 싶지만 권정생 선생님을 꼭 만나고 싶었다. 이젠 그 곁에 계실 김종철 선생님도 보고 싶다.

지금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은 편하게 사는데 모두가 불편한 세상이 되었다. 물, 불, 흙, 공기. 세상을 이루는 네 가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먹지 않고, 맛있게 먹을거리를 데워 먹던 불은 핵무기 핵발전소로 돌아왔고, 먹을거리를 일구는 땅은 화학비료와 석유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막이 되고 있다. 맑은 공기는 깊은 산 속에 들어가야 마실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살아왔나. 우리는 지금 무슨 짓을 하며 행복해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나.

많은 사람들이 인도 나들이를 간다. 그곳에 가서 행복했다고 한다. 한 번 간 사람은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도 간다.

아는가, 인도가 아동착취가 제일 심한 것을. 10살 도 안 된 아이들 수천 만 명이 강제노동으로 눈을 잃고 손가락이 잘리고 강제임신을 당한다. 하루에 15시간 일을 하고 한국 돈으로 2~3천 원을 받는다. 이게 근대산업사회다. 인도가 공업사회가 아니라 자연농업사회였으면 어땠을까.

김종철 선생님이 꿈꾼 사회는 바로 인도 간디가 꿈꿨던, 농사꾼들이 평화롭게 농사를 짓는 세상이다. 점점 멀어져 간다.

김종철 선생님이, 권정생 선생님이 하늘나라에서 환하게 웃는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안아 올까. 여기 계신 분들은 왜 여기에 있나. 나도 또 왜 이 글을 쓰나. 누가 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마음이 아프다. 선생님 도움을 더 받고 싶다. 선생님 글이 더 보고 싶다. 그래도 부럽다, 선생님이 먼저 가셔서.

오, 선생님. 저도 하늘나라에 가겠지만, 지금은 이 땅이 더 지옥이 되지 않도록 살고 싶어요. 살 수 있을까. 살아야 하나.

-2020년 6월 26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은종복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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