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봉수 교수의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강연이 진행중입니다. '악의 시대'라 불리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정치 사상을 톺아보며 제주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해서 궁금해졌습니다. 제자백가 정치론을 들으러 온 시민들, 그들이 바라는 제주 정치는? <편집자주>

강봉수 교수(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사진=박소희 기자)

“봉수야~~ 니 밥 묵읏나? 안 묵읏쓰면 같이 묵자! 그래 묵적에 밥 묵자”

제자백가 정치철학 3강, 묵자 강의를 시작하는 강봉수 교수의 경상도 사투리 흉내가 반갑다. 나는 경상도 사람이다. 평생을 경상도에서 살았고 지금은 제주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제주를 알기 위해 이곳저곳 유랑하며 배움을 청하고 있다.

춘추전국 시대라 불리던 기원전 여러 사상가들의 정치 철학은 말랑 말랑하고 재미난 내용이 아니다. 고리타분하기 그지없는 내용을 말랑 말랑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강 교수의 외모는 영화 감독이자 배우 양익준을 닮았고 말투는 도올 김용옥을 닮았다. 매 시간 강 교수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마치 1인극 모노드라마 같은데 수강생들을 단숨에 춘추전국 시대로 빠져들게 만든다.

'제자백가' 강연은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데 묵자(墨子, BC.479?~BC.381?)는 19일과 26일 이틀에 걸쳐 다뤘다.

그의 본명은 묵적(墨翟)인데 보편적 사랑, 즉 겸애(兼愛)를 기본 이념으로 삼는 그의 철학은 수백 년 동안 유학과 맞섰고 묵가(墨家)라고 부르는 종교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묵자는 원래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던 유학자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교는 부담스러운 의례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종교적 가르침을 너무 소홀히 한다고 확신하게 되어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공자는 모든 점에서 볼 때 귀족적인 기질과 경향을 갖고 있었으며, 화려하고 웅장한 주나라 초기의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꾸었다.

반면에 묵자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끌렸고, 주나라보다 훨씬 오래된 원시시대의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과 솔직한 인간관계를 꿈꾸었다. 〈묵자〉는 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남긴 주요저술을 집대성한 것으로, 묵자의 정치, 윤리, 종교적인 가르침의 핵심을 담고 있다. (다음 백과에서 인용)

묵자는 천민 출신으로 공자와는 달리 평생 이렇다 할 벼슬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의 제자들도 천민 계급의 노동자 출신으로 전해진다. 묵자는 초나라와 월나라 등 여러 곳에서 봉토를 주겠다며 초빙을 받았으나 귀족 신분이 되는 것을 거절하고 노동자의 검은 옷을 입고 전쟁 반대 운동에 나섰으며, 차별 없는 사회 건설을 위한 사회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공자는 <시>, <서>, <예>, <악>을 모두 중요시 여겼지만, 묵자는 <시>, <서>만을 취하고 <예>, <악>은 취하지 않았다. 또한 공자가 전통을 조술하되 창작하지 않는 술이불작(述而不作) 태도를 견지했다면 묵자는 전통을 조술하되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술이가작(述而可作) 태도를 견지했다.

공자가 주나라의 봉건계급제도를 인정하고 그것이 문란해진 춘추시대에 예악의 문화를 다시 회복하고자 했다면 묵자는 주나라 봉건계급제도의 모순을 직시하고 고통받는 인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체제변혁의 길을 사유했던 혁명가였다. 묵자는 모든 환란의 원인을 부자간, 형제간, 군신간 서로 사랑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이익을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겸애(兼愛), 즉 두루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겸애는 유가들의 차별적 사랑인 별애(別愛)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겸애는 세상의 환란을 없애고 치평(治平)을 가져오는 길이지만 별애는 오히려 세상에 환란을 가져오는 사랑법이기 때문이다.

묵자가 활동했던 시기는 춘추에서 전국시대를 넘어가는 시기로 개인적 윤리규범과 사회정의가 무너진 악의 시대였다. 묵자는 사회정의가 무너진 것에 더욱 주목하며 인민에 의한 인민의 정치를 부르짖던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였다. 기득권 보수귀족 세력에게 묵자의 정치 철학은 불온했고 척결의 대상이었다. 진한시대 이후 2천 년 간 묵자철학이 종적을 감춘 이유다.

정권이 여러 번 바뀌는 동안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말뚝은 서로 경쟁하듯 꼽아댔고 “일자리 창출”도 지겹도록 들었지만, 아직까지 노동하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지듯 아직도 아파트 공사 현장이 무너져 내리고, 석재 채취장의 토사가 무너져 내려 일하던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질병,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2021년 2146명이다. 최근 노동건강연대가 기획하고 온다프레스가 출판한 책의 제목은 그래서 <2146, 529-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이다.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는 어떠한가? 해군기지가 들어오면서 평화라는 말은 퇴색한지 오래이다. 마을 사람들은 쪼개지고 상처만 깊게 남았다. 쓰레기와 오폐수가 넘쳐나니 그 또한 골칫거리이다. 개발을 위한 자본의 속력은 보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신호등을 쳐다볼 시간이 없다.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학교와 교육청은 영어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을 외면하고 그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정치 지도자는 누구일까? 반전과 평화, 차별 없는 사회 건설을 위한 혁명가 묵자, 묵자 같은 사람은 언제쯤 우리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내 살아 생전에 그런 지도자를 한번은 꼭 갖고 싶다. 

한편 제자백가 정치철학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인문숲이다,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탐라학당이 주관합니다. 

제자백가 포스터
참여인원이 많아진 관계로 장소는 제주투데이 사무실에서 희망나래 미디어 카페로 변경됐습니다. (공지일 : 2022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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