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의회 등은 28일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2012년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당시 촉발된 이후 약 10년 간 ‘정책 캐비닛’에 보관돼 있던 '환경보전기여금'. '형평성' '이중과세' 등을 이유로 추진이 좌초됐지만 제주섬의 환경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르자 제주지역 정치권·행정·언론 모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마련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위성곤 국회의원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28일 10시 도의회 의사당 대회의실에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한 도의회, 제주도정, 언론인, 관광계 모두 해당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해 제안된 법률안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도 실행력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의지"라면서 "대선 후보들의 핵심 공약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다는 데 뜻을 모았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 환경보전기여금, 어디까지 진행됐나

환경보전기여금은 애초 ‘입도세’란 이름으로 물꼬를 텄다. 입도세란 말 그대로 섬에 들어가기 위한 ‘세금’이다. 조세 성격이 강하다 보니 ‘형평성’ ‘이중과세’ 문턱에 걸려 번번이 좌초됐다. 관광객 감소 등을 우려한 관광업계 반발도 거셌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2018년 발표한 '환경보전기여금 제조 도입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관광객과 이주민의 급증하면서 제주 환경수용력은 이미 포화상태다. 2015년엔 생활하수, 2016년엔 쓰레기가 이미 제주섬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섰다. 국제적 망신을 산 '필리핀 쓰레기 불법 수출' '도두동 하수처리장 똥물 누수 사건' 등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 사례다.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생활폐기물·하수·대기오염·교통혼잡 등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처리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마련을 위해 현재 행정 입법안과 의원 입법안이 동시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월 환경보전기여금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자치행정 입법안을 만드는 중이다. 

이와 별개로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은 입도 관광객을 대상으로 1만원의 환경보전기여금을 의무 부과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27일 대표 발의했다. 

또한 위 의원은 환경보전기여금 관련 내용을 제주특별법에 신설한다는 내용의 '부담금관리 기본법(부담금관리법)' 일부 개정안도 제안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환경보전금제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김태윤 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사진=박소희 기자)

# 높은 기획재정부 문턱 넘으려면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금이 아닌 부담금 성격으로 추진되는 환경보전기여금은 원인자 부담원칙에 의해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고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제주도가 준비하는 행정 입법안과 위성곤 의원이 추진하는 의원 입법안 모두 부담금 설치 근거 법률인 현행 부담금관리법에 따라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그 빗장을 쉽게 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꼼꼼하고 치밀한 법률안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주환경보전금제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김태윤 제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부과금 신설 및 또는 변경 절차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통과해야 하는데 부담금관리법의 경우 신설이 아닌 증설 억제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으려면) 해당 법률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태윤 위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부담금은 현재까지 전무하다. 그래서 장벽이 높다. 현재 부처별 부과금 수는 90개다.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빗장을 걸어 잠글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법률안에서 부담금 운용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부담금 부과 원칙의 경우 적합성 여부를 매년 검토한다. 가령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관광객 항의가 높다는 이유로 매년 제외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선거철마다 정치권 계산기에 놓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부담금 부과 대상, 설치 목적, 부과 요건, 산정기준 및 방법, 등 부담금 부과 요건을 법률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조례나 규칙으로의 위임은 최소화 할 것을 주문했다. 

위성곤 의원 (사진=박소희 기자)
환경보전기여금 추진을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위성곤 의원. (사진=박소희 기자)

# 환경 문제의 집단적 책임성 부각해야

위성곤 의원 대표발의안에는 제주도 입도객을 대상으로 1만원을 일괄 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위헌 요소가 있음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부담금이 1만원 선이라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헌법이 정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특별부담금의 경우 납세 의무를 넘어서는 추가 부담이기 때문에 평등 원칙에도 위배될 수 있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부과 대상의 보편성과 부담금 사용처의 적정성을 확보하도록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강 교수는 "국민 모두가 제주 환경 보전에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는 논리를 지금보다 강화하지 않으면 헌재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면서 집단적 동질성, 집단적 효용성, 집단적 책임성, 객관적 근접성을 보완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경보전기여금 용도를 법률안에 명시하지 않고 도 조례로 넘기면 일반 재정 유혹에 빠지기 쉽다"면서 "권리구제절차 등 도정에서 추진중인 입법안이 잘 마련된 편이다. 위성곤 의원은 이를 잘 참고해서 보완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오버투어리즘이 야기 할 문제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오버투어리즘이 야기 할 문제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 갈무리)

# 공항 사용료 내듯 제주 자연 자원 사용료 내자는 것

위성곤 의원 법안의 경우 체류기간이나 오염원 발생량에 상관없이 입도객에 1만원을 징수한다고 명시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같은 우려에 양용호 제주관광학회 부설연구소 부소장은 '공항세'를 예로 들며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에 유독 인색하다고 반박했다. 

양 부소장은 "우리는 3박4일 머물든 1박 2일 머물든 똑같이 공항 이용료를 내지만 불만하지 않는다. 환경보전기여금은 섬의 유한한 자원에 대한 사용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허문정 제주도 생태환경국장 역시 환경보전기여금을 공항세 납부와 같은 선상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입도객 모두에게 1만원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해당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쓰레기 봉지 1개를 버린 사람과 쓰레기 봉지 10개를 버린 사람에게 똑같은 금액의 부담금을 적용하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의한 공공서비스 창출'이란 환경보전기여금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 입도객 모두에게 징수하기 보다 환경오염 원인자를 특정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입도세가 아닌 기여금 성격을 강조해야 정부부처나 관광객을 설득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제주도가 제안한 자치입법안에는 숙박시설 이용 시 1박 당 1500원, 렌트카 이용시 승용차 5000원, 승합차 1만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사용 용도를 제주도 환경보전 및 환경개선 사업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시 봉개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모습. (사진=김재훈 기자)

# 오버투어리즘으로 축소된 주민 복지...환경보전기여금으로 확장

이날 허 국장은 현재 제주도가 직면한 쓰레기와 생활하수 등의 처리 용량 초과 문제를 '오버투어리즘'에서 찾았다. 

허 국장에 따르면 2019년 생활쓰레기 하루 배출량은 1인당 1.77㎏, 2010년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0.92㎏)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예산 역시 2010년 410억에서 2019년 2650억원으로 6.5배 증가했다. 

그는 "방문객 입장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렸으니 추가 부담할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종량제 봉투 판매 대금 및 소각장 반입 수수료 등 세외 수입으로 들어오는 수수료는 도 생활폐기물 관리 예산의 12% 불과하다. 생활 폐기물 관리 예산의 경우 70% 가까이 지방세로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지역 주민 복지로 사용될 예산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기도 하다. 

허 국장은 "지하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스페인 마요르카는 제주도와 비슷하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해양경관 훼손, 전력 부족, 교통 대란 등을 겪자 오버투어리즘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 자치입법을 통해 '에코텍스'를 도입했다. 도입 초기 마요르카에서도 관광객 감소 및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저항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고, 우려와 달리 관광객도 줄어들지 않았다"면서 과잉관광으로 피해를 보는 도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을 역설했다. 

이에 송창권 도의원(외도·이호·도두동,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가 의지를 가지면 다른 부수적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취지에서 "여야 정치권에서 환경보전기여금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면서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려면 대선 후보들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제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수진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장 역시 환경보전기여금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홍보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0년 간 환경보전기여금이 거론됐지만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은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면서 "한정된 자연 자원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관적인 정책 홍보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연결된 존재다. 따라서 제주 환경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전국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주에서 지방자치로써 처음으로 논의되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추진이 그 빗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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