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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크투어]마치 명절처럼 온 마을이 제사를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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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크투어]마치 명절처럼 온 마을이 제사를 지낸다
  • 신동원
  • 승인 2022.02.0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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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동원 제공)
지난달 21일 봉행된 제73주년 제주4·3 북촌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신동원 제공)

길다고 생각했던 설 연휴도 끝이 났습니다. 반가운 얼굴을 보며 평안한 여유를 만끽하셨나요? 명절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족, 맛있는 음식, 연휴 등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들이 대부분인데요. (물론, 설거지 지옥, 친척들의 잔소리 등의 말도 슬쩍 떠오릅니다.)

제주4·3에서도 ‘명절’하면 연상되는 어구가 있습니다. 

'마치 명절처럼 온 마을이 제사를 지낸다'

이 말은 4·3 당시 불과 이틀 사이에 수백 명이 학살당한 조천읍 북촌에서 유족들이 같은 날에 제를 지내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북촌사건’ 혹은 ‘북촌대학살’ 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4·3의 전개 과정 속에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입니다. 

(사진=신동원 제공)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북촌. (사진=신동원 제공)

1949년 1월 17일 오전 11시쯤, 느닷없이 북촌에 들이닥친 군 토벌대(2연대 3대대)가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북촌국민학교 운동장으로 몰아세웁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주민 1000명가량을 운동장에 모이도록 한 토벌대는 주민들 가운데 군·경 가족을 분리시키고 무차별 학살에 들어갑니다. 주민들은 수십 명씩 학교 동·서쪽에 있는 밭으로 끌려가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학살은 이날 오후 5시쯤 대대장의 중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수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날 하루 희생된 주민이 3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군 토벌대는 살아남은 주민들에게 이튿날 함덕에 있는 대대본부로 오도록 하고 철수합니다. 

주민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군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쪽과, 지금이라도 도망을 가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게 됩니다. 결국 군 토벌대의 말을 듣고 함덕에 찾아간 100여 명의 주민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됩니다. 400여 명의 주민이 이틀 사이에 목숨을 잃은 것이죠. 

(사진=신동원 제공)
북촌초등학교 전경. (사진=신동원 제공)

학살의 이유는 보초를 잘못 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아침 북촌 인근에서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 2명이 사망하자 그 분풀이로 주민들을 학살한 것입니다. 심지어 군인들의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이처럼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애꿎게 목숨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를 추모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른바 ‘아이고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일은 1954년 1월 23일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마을 청년들을 기리는 꽃놀림 행렬이 북촌국민학교를 지나는 과정에서 벌어집니다. 그저 5년 전 ‘대학살’ 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묵념을 하자는 것이 ‘아이고’하는 통곡으로 이어졌습니다. 불과 5년 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설움에 북받쳐 통곡하게 되는데요.

이 일이 사정 당국으로 흘러 들어가 당시 이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불려가 고초를 당하게 됩니다. 이장은 다시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됩니다. 이후 북촌 주민들은 더욱 숨죽인 채 엄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사진=신동원 제공)
순이삼촌 문학비. (사진=사단법인 제주다크투어)

세월이 흘러 1970년대 후반, 북촌의 이야기를 담은 현기영 작가의 작품 <순이삼촌>이 발간되었습니다. 북촌의 아픈 역사는 4·3을 입 밖으로 내뱉고, 더 나아가 4·3을 제주섬 밖으로 알리는데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북촌은 다른 지역보다 4·3유적지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너븐숭이4·3기념관에서는 4·3 당시 북촌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알 수 있습니다. 기념관 바로 인근에는 애기무덤과 제주4·3북촌희생자위령비, 순이삼촌문학비(학살터 옴팡밭), 당팟 등이 유적지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북촌은 짧은 시간 동안 4·3에 관해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4·3에 관해 알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시라면 일단 북촌에 가볼 것을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안녕하세요. 신동원입니다. 지난해 이맘때 [후다닥크투어] 첫 칼럼을 연재했는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4·3에 관해 아는 것보다는 알아야 할 것이 많은 저이지만, 이 코너에 연재하며 어떻게 하면 4·3이 시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후다닥크투어] 연재는 이번 글로 마무리합니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4·3에 관해 알고 싶은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만 물러갑니다.

신동원.
신동원.


비생산적인 지식이 정말 재밌는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청년. 철학과 자연과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다.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을 동경한다. 지금은 비영리단체 ‘제주다크투어’에 적을 두고 있다. 다크투어란 전쟁이나 테러, 재난 등 비극적 역사 현장을 찾아 성찰을 얻는 여행이다. 제주에는 신축항쟁, 일제강점기, 4·3 등과 관련한 유적이 600~800곳에 이른다. 매달 한 차례에 걸쳐 아프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품은 곳들을 안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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