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7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박찬식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7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오늘 나왔던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박찬식 제주도지사 후보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주장에 대하여 몇 가지 묻고 싶다. 참고로 나는 새내기 제주녹색당원이다

먼저 후보단일화 주장이 제주가치 전체회원들의 뜻인지 알고 싶다. 후보검증 절차까지 거쳐 회원총회에서 도지사 후보로 선출되었는데 다른 당이나 단체와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전체회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가.

후보 단일화란 여러 후보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후보를 정하는 것인데 만일 제주가치의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회원들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혹 그게 아니라면 미리 제주가치의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지어놓고 다른 후보에게 이를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이는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후보사퇴요구 아닌가.

이 같은 우려는 단일화 주장의 시기 문제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정의당의 경우 아직 당내 후보결정도 되지 않은 상황이며 제주녹색당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후보단일화 주장은 시기적으로 성급할뿐더러 혹시 정의당의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면 이는 제주녹색당 부순정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당사자들간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통하여야 할 일이며 이를 대외에 공개하여 누구한테 주장하고 호소하는 것인가. 그러면 아직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 사퇴를 결정하라는 압박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를 제주녹색당이 논의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25일 2022년 공직선거 입후보자 선출결과를 발표했다. 좌로부터 양영수, 박찬식, 박건도 2022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사진=김재훈 기자)
지난해 10월 25일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는 2022년 공직선거 입후보자 선출결과를 발표했다. 좌로부터 양영수, 박찬식, 박건도 2022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사진=김재훈 기자)

두 번째, 후보단일화의 내용이 무언가.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선거에 임하는 각 정당이나 단체의 정강 정책과 선거와 관련한 정책이나 공약 등을 중심으로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고 그 요구와 주장을 절충하여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함인데 이에 대한 어떤 방안이나 대책이 있는지 알고 싶다.
 
혹 말그대로 후보 인물의 단일화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인물이 박찬식 후보가 되어야 하는가. 박찬식 후보의 진정성과 덕망있고 헌신적인 모습은 제주사회의 귀감으로 충분히 존중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박찬식 후보의 장점과 적격성과 무관하게 부순정 후보의 진정성과 절박함이 폄훼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알지 못하며 이런 후보들 각자의 행보가 상대에게 또 나아가 제주 진보운동판에 어떤 폐해나 불이익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진보운동판의 의미 있고 성숙한 진전을 위해서도 지금은 보다 다양하고 절실한 후보들 각자의 목소리와 행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회자되는 제주가치는 무엇인가. 이는 지금 여기 제주의 삶 속에 지켜나가거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진보적 가치에 다름 아닐 터. 그것이 제주녹색당의 녹색가치와 크게 다른가? 다같이 제주가치를 위해 애써 활동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특히나 제주녹색당은 제2공항 반대싸움의 맨처음부터 맨앞에서 싸워왔다. 또 비자림로 확포장공사 반대, 덕천리 미사일기지부지 공여반대, 강정천 직선군사도로 반대, 서귀포시 우회도로 반대싸움 등에서 선도적으로 싸워왔다. 또 민중연대의 일원으로서 여러 노동 사안을 비롯해 사회적 현안의 싸움에 적극 동참하였다.

무엇보다 10년의 전국당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 지역선거에서도 도지사 후보를 내고 ‘제2공항 건설 반대’를 슬로건으로 지역선거판을 뜨겁게 달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무조건’ 후보단일화 또는 후보 사퇴를 제주녹색당에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 이전에 무엇보다 진보운동판에 어깨 겯고 같이한 동지로서 예의가 아니며 또 이번 선거판에서 제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제주녹색당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일부 운동판의 횡포로 보여진다.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세 번째로 지금 진보진영의 다른 후보가 자신의 선거운동에 방해가 되는가. 얼마 전 제주가치가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시내 중심가에 사무실을 열고 후보의 대형사진 현수막을 걸고 하면서 차근차근 선거판을 준비하는 모습은 보기 좋고 자극도 되고 또 축하드린다.

제주녹색당도 예비후보 등록준비를 하면서 아울러 비례후보 선정과 다양한 선거전략 실무적 준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선거판을 맞아 거기에 걸맞는 각 정당 단체들의 활발하고 탄력적인 활동들을 기대하고 존중하며 지지를 보낸다.

알다시피 선거판의 싸움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후보를 당선시켜 행정이든 의정이든 참여하는 통로를 갖는 장이며 또 하나는 선거판의 집중되고 열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당면한 의제, 특히 우리 제주의 경우 시급하고 절박한 제주의 위기 상황을 알려내고 그 대안을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이른바 선전선동의 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실을 살펴볼 때 두 번째 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하나의 스피커보다 다양하고 많은 스피커가 필요하지 않을까. 얼마 전 TV토론에서 녹색당과 정의당 제주가치의 입후보예정자가 출연하여 각 당이나 후보의 소견을 말하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그러한 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스피커를 갖는 일 필요하지 않을까. 

각각의 당이나 단체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만들어내고 또 시민과 소통하면서 그 내부나 외연을 확대해가는 일, 이는 궁극적으로 진보진영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며 이를 집중적이고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선거판이다. 그러한 선거 과정의 결과로서 필요하다면 후보단일화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하여 제주녹색당의 경우 두 명의 비례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며 비례후보가 확정되면 이들을 당선시키기 위하여 갖은 수고를 다 기울여야 한다. 알다시피 비례후보만 가지고 시민들을 만나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거의 없다. 

도지사 후보와 짝을 이루어 서로 상승의 시너지효과를 내며 당과 후보를 알리는 일은 시급하고 중차대한 당면과제이며 지난 지역선거에서 소중한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제주녹색당의 선거운동과 다양한 스피커를 갖는 일이 제주가치의 선거운동에 방해나 장애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지난해 4월 1일 제주 서귀포 가시리 주민 이성홍씨가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숙 작가)

어떤 이는 진보의 분열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금 제주의 진보진영이 단합된 모습이든지 단합의 과정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 됨을 말하는 것일 터, 다시 묻고 싶다. 지금 진보진영이 단일한 대오를 갖추지 못했다고 하면 진보진영의 단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각자의 영역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그 성과를 가지고 만나는 것이다.
 
더하여 다가올 선거판에서 진보진영의 힘을 키우고 제주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도지사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이 분열을 막고 단결하는 것인가. 아니 분열할 연대조직은 있는가. (이번 지역선거의 핵심쟁점이기도 한 교육의원 폐지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지 않는가)

도지사 후보의 단일화는 앞에서 말했듯이 과정의 결과이지 그 출발일 순 없다. 선거판을 최대한 활용하여 제주가치든 진보가치든 녹색가치든 보다 많은 스피커로 제주의 위기상황을 알려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 그것이 이번 선거판에 진보진영 앞에 놓여진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이다. 그러한 과정의 결과로 필요하다면 도지사 후보의 단일화든 논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진보진영의 책임감을 느끼는 선배들께 부탁드린다. 불필요한 논쟁이나 보이지 않는 압박이나 미리 금긋기 등 자기소모적이고 감정적 붉힘으로 선거판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행위나 일들을 막아달라 생각해 보시라. 선거판에 제 앞에 놓인 시급하고 중요한 과업들을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 시간이다. 

언젠가 들은 말이다. 이쪽 벽이 옆 벽을 보고 말했단다. “모서리에서 만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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