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1948년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귀국하신 아버지. 3일이란 짧은 시간 함께 하고 가족들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헤어진 아버지는 7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오늘 딸과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74년 전 자신이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아버지와 헤어진 딸. 기억이 없어 가족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 막연하게 아버지를 그리기만 했다.

김영숙씨(74)의 아버지는 지난 1948년 4·3 당시 불법 군사회의에서 희생된 고 김석삼씨(1914년생)다. 아버지를 단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간절함은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져갔다.

그러다 4·3희생자 유가족을 찾는다는 뉴스를 보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유전자 검사에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몇 주 전 아버지를 찾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이제서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신 아버지가 너무 반갑고 이곳에 편히 모실 수 있게 돼 작게나마 자녀의 도리를 한 것 같다”며 “74년 동안 막연한 존재였던 아버지가 이제 겨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된 이날을 기쁜 날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유해 신원확인 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선 유해 발굴 유전자 감식을 진행했던 이숭덕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신원확인 과정을 설명했다.

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후 유가족들의 분향과 헌화, 유골함 이름표 부착, 봉안실 안장 등을 진행했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5명의 4·3희생자 신원을 새롭게 확인했다.

신원확인 희생자는 고 고군현(1926년생, 대정면 안성리, 행방불명), 고 김영송(1918년생, 조천면 함덕리, 행방불명), 고 김석삼(1914년생, 서귀면 호근리, 1948년 군법회의), 고 김규희(1924년생, 제주읍 화북리, 1949년 군법회의), 고 양희수(1923, 한림면 동명리, 1949년 군법회의) 등 5명이다. 

이는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쪽과 동북쪽에서 진행한 유해발굴을 통해 수습된 유해였다.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 방식 STR(보통염색체 또는 성염색체 검사·친부모 및 자식 관계 판별)과 SNP(단일염기다형성 검사·방계 6촌까지 판별) 검사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SG)을 적용하고 유가족 153명의 추가 채혈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군법회의 희생자 중 한 명은 101세 고령인 누나의 채혈로 신원확인이 가능했다.

이로써 지난해까지 제주국제공항 등지에서 발굴된 411구의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138명으로 늘었다.

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10일 4.3희생자 유해발굴 신원확인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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