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미성 제공)
산실에 있는 만삭 고양이(사진=김미성 제공)

"제가 선택장애가 있어서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굳이 장애라는 표현을 갖다 붙일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 정도로 '선택'이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매번 '선택'의 순간과 맞닥뜨린다.

구조 중 만나는 선택의 순간은 정말 고통스럽다. 생명과 관련되어 잘못된 선택이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

티앤알(중성화수술)을 위해 민원 지역에 설치한 틀에 아주 마르고 어린 만삭의 길고양이가 잡혔다. 얼른 풀어주면 좋겠지만 고양이가 있던 곳에 누군가 약을 뿌려 위험한 상황이었다. '선택'해야 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풀어줘야 하는지, 보호를 해야할지.

고민하던 그날 고양이는 진통을 시작했다. 급히 산실을 마련해 주었다. 분비물이 나오고 괴로워 했지만 진통속에 시간만 흐르고 출산은 쉽지 않았다. 난산이다. 급히 병원으로 이동하여 제왕절개를 시작했다. 수건에 쌓인 아이들을 말리는 손이 바빠진다. 7마리의 아이들은 숨을 쉬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살았구나.

하지만 이번엔 어미가 제 아이들 전혀 돌보지 않아 품에 넣어줘도 밀어버린다. 본인 몸이 힘들어 아가를 돌볼 겨를이 없나보다.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7마리중 4마리를 선택하여 인공포육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를 데려간다고 해서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잘못될 확률이 더 높다.

오히려 어미가 몸이 좋아져서 아가들을 돌봐주기 시작할 지도 모른다. 7마리중 누구를 데려가고 누구를 남겨둬야 하는가. 어미에게 남겨둔 아이가 살아날까, 데려간 아이기 살아날까. 전쟁같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선택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아가들은 모두 별이되고 어미만 살아 남았다. 포획이 안되었다면 약을 뿌린 것과 상관없이 난산으로 어미와 아기들 모두 살아남지 못했을지 터. 하지만 어미 젖 한번 못물어보고 떠난 아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생태계 속에는 참 숨가쁜 삶과 죽음의 연속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사진=김미성 제공)
새끼 고양이들(사진=김미성 제공)

선택의 순간마다 두려움이 있다. 결과는 아무도 장담을 할수 없다. 다만 매 순간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입양처를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단체에서 입양을 보낼때는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거친다. 입양의 문턱을 낮추라는 이도 있지만 선택이 잘못됬을 때 구조동물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그럴 순 없다. 그렇게 신중하게 선택을 했지만 때로는 파양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 선택의 순간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선물상자를 여는 것 같은 설레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들을 마무리, 평가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지금이다.

우리 모두 참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나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해결 되지 않는 일들도 많았다. 무엇을 잘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혹은 방향을 어찌 잡아야 할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어떠한 선택의 순간에도 우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신중하면서도 단호할 것이다. 동물과 사람이 지구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엄성과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심장이 박동치고 있다.

제주동물친구들 김미성 대표
제주동물친구들 김미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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