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제주칼호텔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강준호씨(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강준호씨(사진=김재훈 기자)

강준호씨는 1996년 재오픈 때 제주칼호텔에 입사했다. 25살이었다. 작은 2급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조리 일을 배웠다. 칼호텔에 들어가면서 제주도 내에서는 알아주는 호텔에 들어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살았다.

호텔뿐 아니라 대한항공에 대한 애정도 있었다.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까.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문제들이 보도되어도 큰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생각했기 때문. 오래 몸담은 일터와 회사에 대한 애정이 컸다. 제주칼호텔은 강준호씨의 삶의 일부였다.

올해 날벼락이 떨어졌다. 제주칼호텔이 영업 종료 및 매각 방침을 공식화했다.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강준호씨는 제주칼호텔에서 한식 담당으로 일해왔다. 장장 25년여의 시간. 4분의 1세기다. 호텔 매각은 강준호씨의 조리 경력의 마침표가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적지 않은 나이도 강준호씨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든다.

“매각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루 이틀 잠이 안 왔어요. 이게 뭐지, 일터를 잃게 된다는 게 확 와닿지 않더라고요. 체감상 느끼지 못했죠. 근데 회사에서 폐업 결정한다 하니, 내 안에서 뭐가 툭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고민도 많이 하기 시작했고요.”

강준호씨는 칼호텔에서 일하며 다섯 가족을 먹여 살려왔다. 자녀가 셋이다. 막내는 13살, 아직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큰딸은 섭섭해하죠. 지난해 12월 촛불 문화제에 와서 발언도 했어요. 막둥이는 뉴스에 가끔 나오니 ‘아빠 파이팅’ 하더라고요. 아이들도 아버지가 여기서 일하는 데 대해 자부심이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대한항공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그랬으니까요.”

(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 내 로비를 걷고 있는 강준호씨(사진=김재훈 기자)

강준호씨는 오랜 시간을 호텔에서 일해온 만큼 사측 관리팀장이나 인사과, 노무 담당자들과 친하게 지내왔다. 매각 결정이 나오면서 관계도 다소 서먹해진 분위기다.

“이분들도 제주칼호텔이 없어지길 바라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인간적으로 참 섭섭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요. 설 무렵, 어느 아침에 경영 설명회를 한다고 직원들한테 문자가 왔어요. 아침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날 오전 10시에 경영설명회를 한다는 문자를 받은 거예요. 직원들과 함께 불안해하면서 가보니 매각 결정한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동료 직원들은 많이 허탈했죠. 진정성 있게 설명회 한다면 오후 직원들 모이는 시간대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강준호씨와 동료 노동자들은 지난 9일부터 호텔 로비에서 24시간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사측의 매각 결정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만으로만은 부족한 상황. 여론이 움직여줘야 한다. 강준호씨는 도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제주 시청에서 도민들에게 호텔 매각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았어요. 도민들이 서명을 해줄 때 너무 고맙고 그냥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우리끼리로만은 부족하니까. 도민연대 사람들이 도와줘서 도민들에게 함께 호소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목소리 내는 것만으로 부족하면 서울 가서 한진칼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해야할지 고민도 하고 있어요. 로비에 철야 농성장 차려놓으니 투숙객 분들이나 오신 분들이 음료를 주면서 힘내라고 해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도 울컥하고 그러네요.”

인터뷰를 마친 강준호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눈물이 많아지네요.”

기자가 답했다. “저도 요즘 좀 그래요.”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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