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첫 번째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1:6665

조/

1대 6665입니다.

윤/

어떤?

조/

시설 하나가 6천개가 넘는 건물에서 쓰는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오늘 제주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정당 등으로 구성된 연대 기구인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이 지난 2020년 기준 제주지역 에너지 다소비, 그러니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건물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1위가 바로 제주신화역사공원입니다.

윤/

서귀포 안덕면에 있는 복합리조트 시설이죠.

조/

네. 람정제주개발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시설인데요. 호텔도 있고 리조트도 있고 워터파크 같은 오락 시설도 있고 카지노도 있습니다. 참고로 람정제주개발은 중국의 투자 전문회사인 란딩그룹이 복합리조트 전문회사인 싱가포르 겐팅그룹과 합작해서 만든 회사입니다. 여기 신화역사공원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JDC가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단지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시설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소비 단지를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윤/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라고 했는데 그 기준은?

조/

우리나라에 기준을 정해놓은 법령이 있습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 35조에 따르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 이상이면 에너지 다소비 시설로 분류합니다. ‘toe’란 석유 1톤이 발생시키는 열을 칼로리 기준으로 표준화한 건데요. 2000toe이면 석유 2000톤이 낼 수 있는 열량을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제에너지 기구에서 석탄이나 석유 같은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표시하기 위해 지정한 표준 에너지 단위입니다.

윤/

제주도에서 에너지 다소비 시설은 몇 곳?

조/

모두 11곳이라고 합니다. 1위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주신화역사공원인데요. 지난 2020년 기준 1만1665toe에 이르는 에너지를 썼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실 텐데요. 같은 기간 서귀포시 건물 수는 모두 4만5202곳이라고 하는데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7만9290toe라고 합니다. 건물 하나당 평균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하면 6600개가 넘는 건물이 쓰는 에너지를 신화역사공원이 쓰고 있는 겁니다. 또 신화역사공원 하나가 서귀포시 전체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15%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윤/

다른 10곳은?

조/

이게 중요하니까 좀 길지만 쭉 읊어보겠습니다. 2위는 제주대학교병원, 3위는 제주국제공항, 그리고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롯데호텔과 신라호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그리고 리조트죠. 성산 섭지코지에 있는 휘닉스 중앙제주, 그리고 수족관이죠 한화아쿠아플래닛 제주, 마지막으로 메종글래드제주가 있습니다. 명단을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윤/

호텔이 유난히 많네요?

조/

네. 11곳 중 7곳이 대규모 관광호텔입니다. 여기다가 수족관인 한화아쿠아플래닛까지 포함하면 8곳이 관광 관련 시설입니다. 대규모 관광 시설에 에너지 쏠림 현상이 심각한 건데요. 이 현상은 서귀포 지역의 경우 특히 심합니다. 11곳 중 서귀포에 있는 시설은 6곳인데요. 모두 관광시설입니다. 여기 시설은 서귀포 전체 건물의 0.013%에 불과한데 에너지 소비량은 35%에 이릅니다.

윤/

단 6군데에서 에너지 소비량의 1/3을 쓰고 있다...

조/

네. 제주행동은 여기에 대해서 대놓고 에너지 불평등과 부정의가 판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또 공익 목적도 아니고 온전히 본인들의 매출 이익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며 도민 사회가 과연 이를 납득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온실가스인 탄소배출량 순위도 에너지 과소비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윤/

에너지를 쓰는 만큼 탄소가 나오는 거니까요.

조/

네. 에너지 다소비 시설은 제주도에서 탄소배출 주범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세계적으로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여 발생량과 같게 만드는 탄소중립. 이걸 위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실천만 요구한다면 공평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윤/

사실 많은 시민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도 최대한 안쓰려 하고 분리배출에도 신경을 쓰고 있잖아요.

조/

네. 여러 캠페인을 통해 각자 개인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정작 기업들이 이렇게나 에너지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고 하면. 시민들은 얼마나 허탈하겠습니까. 불편을 감내하면서 일회용 빨대 안 쓰고 난방기기를 좀 덜 쓰는 게 아무 소용이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선 기업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강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제주행동이 제주도에 요구한 게 있죠.

조/

네. 우선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정보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업체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참고로 오늘 제주행동이 공개한 내용은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라고 하는데요. 앞서 제주도에 에너지 다소비 건물 현황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제주도는 기업의 영업 이익이 침해 받을 수 있다며 공개 거부했다고 합니다.

윤/

정보공개 청구 관련 법률에 따르면 법인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게 명시하고 있죠.

조/

기업의 영업 이익이 도민의 공익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건데요. 기후위기보다 기업들의 이익이 더 중요하게 본다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전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나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나가는 데 동참하자는 분위기인데 탄소배출 주범에다가 에너지 과소비 주범인 기업들이 계속 그러도록 놔두겠다는 거 아닙니까.

윤/

그런 면에서 관련 정보를 매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할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요구를.

조/

신규 대형 건축물 허가 기준에 탄소 중립 달성을 명시하고 기존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해선 절전 설비 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강제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도시계획 심의나 환경영향평가 심의에 탄소중립영향평가 항목을 신설해서 개발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처음부터 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다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와 관련해서 뜨거운 단어가 됐죠.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인데요. 이걸 건물 분야에 적용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해선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

마무리.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2. 저항의 역사를 지우라.

조/

저항의 역사를 지우라,입니다.

윤/

어떤?

조/

지금 제주도의회 402회 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어제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민숙 도의원이 했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강 의원은 강정공동체사업추진단 업무보고가 진행되는 자리에서 "관광미항으로 갈 수 있는 강정이 되려면 그분들과 계속 소통을 하고 (해군기지) 반대의 내용·흔적들을, 역사의 흔적들을 지워가면서 관광객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윤/

반대의 흔적?

조/

강정마을에 가보시면 해군기지 반대라 쓰인 깃발이나 현수막 같은 걸 보실 수 있는데요.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만든 겁니다. 어제 회의에서 강 의원은 해군기지 반대했던 구조물이나 현수막, 벽화 이런 것들이 있으면 관광객들이 불편한 상황이라며 마을에서 잘 합의해서 정리를 하라고 말합니다.

윤/

제주의 아픈 역사 중 하나죠. 제주 해군기지. 이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가 부서지는 일도 겪었는데요.

조/

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걸 반대했던 주체는 바로 강정 주민들이었습니다. 주민들이 몸이 부서지도록 격렬하게 저항했는데요. 지난 2009년 해군기지 건설을 하기 위해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등 2개 안건이 날치기로 통과됐습니다. 참고로 제주도에선 절대보전지역에 개발사업을 금지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죠. 이게 상임위원회인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부결됐던 안건인데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본회의에 부친 겁니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죠. 제주도의회의 흑역사이기도 한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지난 2018년 당시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이 10년 만에 의회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윤/

잘못된 행위였다는 데 대해 의회 스스로도 인정을 했다.

조/

네. 게다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반대하던 주민과 환경단체 활동가 253명이 사법 처리 대상자가 됐는데요. 지금까지 사면 복권이 이뤄지지 않은 사람은 212명에 이릅니다. 거기다가 마을 공동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어 이걸 빠른 시간 내에 섣불리 봉합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관광객이 불편해 하니까 반대의 역사를 지우자는 발언이 나오니 공분을 사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윤/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강 의원의 발언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조/

네. 오늘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는 성명서를 내고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사법탄압이 일어난 사건“이라며 ”제주에서 4.3 이래 가장 심한 국가폭력이 행해진 곳이 강정마을인데 국가폭력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그 역사를 반드시 드러내야 할 곳이 강정마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유감만 있을 뿐 진정 어린 사과조차 없었다“며 강 의원에게 당장 모든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

오늘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이 직접 강 의원을 찾았다구요.

조/

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실언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요.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번 발언으로 상처받은 강정마을 주민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힘닿는 곳까지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정 지역주민 공동체 회복 지원 기금 사업 중 일부 사업이 효과가 미비한 부분을 지적하다가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발언하게 됐다“며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 등은 철거하지 않고 과거 강정마을의 아픈 역사로써 기록사업을 통해 보존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기록관 건립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마무리.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