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제주칼호텔 매각을 공식화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이다. 매각 대상자 측은 호텔 운영을 이어가지 않고 주상복합 건물로 재건축할 계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제주칼호텔 직원과 외주 업체 등 300여명이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는 이 코너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고용보장 없이 호텔 매각을 추진하며 거리로 내몰리게 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진=김재훈 기자)
김동현씨(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은 김동현씨의 첫 직장이다. 82년 생인 김동현씨는 25살에 제주칼호텔에 입사해 햇수로 17년째 이어왔다. 김씨는 제주칼호텔 외식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다. 식음료 부서와 뷔페 식당에서 근무한다. 김씨는 제주칼호텔에서 꿈과 미래를 키워왔다. 제주칼호텔은 그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다.

“원래 성격이 하나 하면 다른 거는 잘 안하는 성격이에요. 처음 들어왔을 때 호텔에 대한 꿈도 있고 해서 들어와서 생활하는데, 일은 힘들었지만 대한항공 계열사니 주위에서도 좋은 직장이라고 좋겠다고 얘기도 해주셔서 자부심이 있었어요. 가족들도 직장 잘 들어갔다고 해서 그런 마음으로 다니다보니 이 시간까지 다니게 됐고요. 집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사실 집보다 시간을 많이 보낸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매각 관련 얘기가 나왔을 때 뜬소문으로만 생각했다.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호텔 이용자들이 먼저 어떻게 되고 있느냐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호텔 관련 루머가 많이 돌았다. 매각 소식 들려 올 때도 직원 중에서는 관련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역시 유언비어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1년 8월, 매각 관련 얘기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고, 9월 초쯤 사측에서 매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누구 하나 정확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매각을 한다지만 호텔업을 이어갈 회사에 할 건지, 부동산 개발회사에 팔 건지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 업체에 넘어간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비로소 17년을 믿고 일해온 직장을 잃게 된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증폭됐다. 

(사진=김재훈 기자)
김동현씨(사진=김재훈 기자)

호텔 매각 소식을 접했을 때 그에게는 두려움이 앞섰다. 결혼한 지 8개월밖에 안 됐을 때였다. 그는 재작년인 2020년에 결혼했다. 부부에게는 지금 9개월 된 아이가 있다.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됐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고 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부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아내는 제가 부담될 것 같은지 얘기를 잘 안 해요. 스트레스 받을까 봐 그러는 것 같아요. 제가 먼저 얘기 꺼내기 전에는 잘 안 해요.”

김동현씨는 불안한 마음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집, 부모님에게 불안한 마음 숨기고 있는데, 사실 그게 가장 힘들죠. 부모님한테는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 밖에 못드리고 있어요. 왜냐면 지금 상황 설명하게 되면 더 불안한 마음만 커지니까. 잘 될 거라는 말씀 밖에 못 드리는 상황이에요.”

그는 사측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측 직원들도 다 오래 다니셨거든요. 저희와 같은 마음이어야 되는데, 무슨 생각인지 정확히 말을 안 해줘서 답답하기만 해요. 그분들도 크게 입장은 다르지 않을 거거든요.”

상황을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것. 그가 사측에 바라는 것이다. “자꾸 숨기려고 하는 부분이 안타깝죠.  미우나 고우나 한 직장에 같이 생활하니 크게 서먹한 것 없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대화도 하고 했던 분들을 이제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이 슬프고요.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호텔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지 정말 의문이에요.”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바람은 부동산 개발 업체가 아닌 호텔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업체에 매각을 타진하는 것이다.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매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인생 책임져달라는 얘기도 아니고. 다만 최소한 그동안 같이 지낸 식구고 함께 생활했던 공간인데, 매각 되더라도 호텔 운영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거죠. 제주칼호텔에 청춘 바치신 분들 많거든요.”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제주칼호텔(사진=김재훈 기자)

김씨는 사측의 일방적인 매각 진행에 화도 난다고 말했다. “호텔 운영을 이어갈 업체를 알아봐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업자에게 매각시켜서 저희의 일자리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화가 나요.”

17년을 다닌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 김동현씨. 호텔 건물을 바라보는 마음도 이전과 같지 않다. “회사에 다니면서 주차장에 서서 제가 다닌 이 호텔 건물을 유심히 본 적은 처음이에요. 저도 나이 먹고 호텔도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건물이 외롭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느껴졌어요. 이제 영업을 안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바라보니 건물이 쓸쓸해 보인달까. 그래서 결의대회 할 때마다 가슴 아파요. 종사자와 그 가족들까지 더하면 수많은 사람의 생존권이 달려 있잖아요. 그런데 굳이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해야 할까요. 호텔업 이어갈 곳을 찾아서 윈윈할 수 있는 방안 찾아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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