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이 된 제주. 제주의 현실은 주류사회가 추구해온 미래 모습이 아닐까?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투데이는 제주 청년 보배와 육지 청년 혜미가 나누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주류사회가 답하지 못한 자리에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는 [보혜미안편지]는 음악·영화·책 등 다양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10회 연재된다. 이들이 끌고온 질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을 하길 바라며. <편집자주>

혜미님, 추천해주신 <돈 룩 업>은 잘 봤습니다. 재미있게 봤지만, 고민도 많이 던져준 영화였어요.

특히 최근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모습은 끊임없이 우리를 프레임 전쟁에 담아 가두려고 하는 것 같아 더욱 공감되게 본 것 같아요. 원전, 부동산 개발, 성별 갈등 등 시민들을 프레임에 가두고, 서로 갈등시키면서 자신들이 시민의 편이라 말하는 형국은 정말 프레임 전쟁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그 프레임으로 우리를 결코 가둘 수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제주는 GRDP 등 지표상 성장을 크게 이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삶은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프레임으로 재단된 성장이 제주도민들의 행복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제주도민들도 더 나은 제주를 새롭게 상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주가 준 자연을 살려 생태마을을 만들기도 하고요.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공황 확충보다 적정 관광에 대한 고민도 하기 시작했죠. 

<킹메이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청와대사람들> 등 속칭 정치공학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들도 이기기 위해 프레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도 종국엔 진정성 없는 정치는 패배한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수 많은 프레임이 만들어져도 그 프레임에 담기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더라도 그들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거 한번 한 번의 결과가 매번 정답이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프레임의 소외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하고, 또 다시 선거를 맞이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려 할 것입니다. 혜미님처럼요.

그러니깐 프레임에 당해 외면하지만 맙시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 불린다지만 결국 외면만큼 무서운 결과는 없을거예요. 

(영화 스틸컷)
학교에서 과제로 내준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교실에서 발표하고 주인공 멀리. (영화 스틸컷)

이차원에서 영화 한 편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스윙보트 Swing vote>입니다. 선거철이면 매번 나오는 영화지만, 매번 나올 만큼 울림이 큰 영화인 것 같아요. 스윙보트란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생각이 있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영화 주인공 버드(케빈 코스트너)는 계란공장에서 일하며 술을 무척 좋아하는 싱글대디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딸 멀리(매들린 캐롤)는 어떻게든 아빠를 투표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주인공은 “투표로 달라지는 것 아무것도 없어”라며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하죠.

투표하지 않으면 같이 안 살 거라는 딸의 엄포에 버드는 투표하겠다 마음 먹습니다. 하지만 결국 술을 먹다 투표를 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투표를 해야한다 생각한 딸은 자신이 몰래 투표를 대신하려다 선거시스템이 오류가 나게 됩니다. 선거법에 따라 주인공에게만 10일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그 한 표만 뺀 결과는 동률. 결국 주인공의 한 표가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는 스윙보트가 됩니다.

후보들은 주인공의 표를 얻기 위해 그가 생각 없이 말한 내용에도 자신들이 추구해오던 방향과 전혀 다른 정책을 하겠다 선언합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버드는 그저 술과 유흥거리만을 찾아다니죠.

그는 딸과 주변 도움으로 주인공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당의 공약을 공부하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탈바꿈하게 되죠. 그리고 후보들을 불러 토론회를 열며, 자신처럼 소외된 사람들이 보내온 질문들을 후보에게 대신 전합니다.

어쩌면 그저 말도 안되는 상상 같지만, 결국 우리 개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보름도 남지 않은 대선, 그리고 3개월 정도 남은 지선. 우리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다음도, 그리고 그 이후도. 그렇기에 나 하나쯤이란 생각에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강보배

전국을 노마드처럼 다니며 청년을 연결하는 제주 토박이. 회사 상무님들이 무서워한다는 90년 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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