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한국-엘살바도르 국가 사과의 차이점. (자료=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 연구팀)
엘모소테 학살, 제주4·3, 피의 일요일. (자료=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 연구팀)

“한국(제주4·3)에선 왜 가해자 처벌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나요?”

24일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 ‘문화간 정치적 사과 연구팀(Political Aplogies across cultures)’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세 가지 맥락에서 정치적 사과’ 주제로 온라인 국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연구팀은 엘살바도르의 ‘엘모소테 학살’과 영국의 북아일랜드 학살 사건 ‘피의 일요일’, 한국의 ‘제주4·3’ 등 세 나라의 대규모 학살 사건을 두고 이뤄진 국가의 사과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 티아 사게리안 딕키 박사는 세 국가에서 127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딕키 박사는 “세 국가 인터뷰 대상자 모두 국가의 사죄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고 있었고 이 사죄를 통해 국가 폭력이나 범법 행위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사죄가 공개적이었고 학살을 인정하는 것이었다고 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며 “특히 서울 인터뷰 대상자는 ‘이제는 4·3학살에 대해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영국-한국-엘살바도르 국가 사과의 차이점. (자료=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 연구팀)
영국-한국-엘살바도르 국가 사과의 차이점. (자료=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 연구팀)

그러면서 세 국가 간 정부 차원의 사과 이후에 보이는 양상에 대해선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엘살바도르의 경우 국가의 사과가 있고 나서 당시 학살의 주체인 공권력(군)을 상대로 기소 등 법적 절차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제주4·3 당시 공권력에 대한 가해자 처벌에 대해 언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딕키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오늘 시간을 통해 한국에선 왜 가해자 처벌에 대한 언급이 많지 않은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국에선 제주4·3특별법을 만들어 (희생자)명예회복과 진상조사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특별법에서 가해자 처벌과 관련한 부분은 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에선 공소 시효(어떤 범죄 사건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라는 제도가 있어서 74년 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줌’으로 진행됐으며 영어와 한국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틸뷔르흐 연구팀은 지난 2019년 제주 등을 찾아 4·3에 대한 관련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엘모소테 학살’은 지난 1981년 엘살바도르의 엘모소테 마을에서 벌어진 정부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이틀 동안 최소한 민간인 1000여명이 정부군에게 학살 당했다. 지난 2012년 마우리시오 푸네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정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후 학살사건 주범인 군부대를 지휘한 지휘관들은 살인과 고문 혐의로 기소됐다. 

‘피의 일요일’은 지난 1972년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영국군이 비무장 아일랜드 시위대를 상대로 총격을 가해 14명이 숨진 사건이다. 지난 2010년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가 사과를 하고 가해자 처벌 약속을 했다. 이후 2019년 당시 진압에 참여한 공수 부대원이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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