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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부부의 제주탐독]후투티가 날아오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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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부부의 제주탐독]후투티가 날아오는 섬
  • 현택훈
  • 승인 2022.02.25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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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새』, 강창완, 박찬열, 지남준, 강희만, 김은미 공저, 한그루,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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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한자 표기를 보면 섬과 새의 친연성을 알 수 있다. 새(鳥)와 산(山)이 결합해 새가 사는 섬(島)이 되었다. 그러니 섬은 새가 머무는 곳이다. 제주도 역시 새들의 고향이자 새들이 날아왔다 날아가는 곳이다.

하도리 철새도래지에만 해도 해마다 겨울이면 철새들이 약 5,000여 마리 정도 찾아온다. 저어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흰물떼새, 큰기러기 등이 도래한다. 철새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직박구리, 물총새, 휘파람새, 방울새, 알락할미새 등도 볼 수 있다.

이 책 『제주의 새』는 제주에서 관찰되는 새들을 총망라한 도감이다. 새 사진과 함께 그 사진을 찍은 장소를 표기했고, 새의 형태, 행동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그 새가 관찰되는 위치와 계절을 지도로 표시했다.

나는 서귀포에서 살면서 왜가리를 몇 번 봤다. 저녁 무렵 새연교 바닷가에 있는 왜가리는 저녁먹이를 찾아 나선 모습이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먹이를 찾아야 하는 고독한 자세가 보였다. 또 걸매생태공원에 갔다가 가만히 한 방향만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왜가리를 보았다. 그때 문득 ‘왜가리 우표’가 떠올라 동시 한 편을 썼다.

“삼촌이 내게 물려준/ 해오라기 우표./ 편지봉투에 붙이면/ 더 멀리 날아갈 것 같다.// 아주 멀리 가버린 삼촌./ 해오라기 우표를/ 붙인다 해도/ 삼촌에게 갈 순 없겠지.// 해오라기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졸시 「삼촌 생각」이다. 길고 가는 다리,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 뾰족한 부리, 회색 날개, 움직이는 않는 모습 등이 외로운 생각을 불러일으켰고, 돌아가신 삼촌에 대한 그리움까지 떠올리게 했다.

제주도 자연에 대한 동시를 쓰겠다가 다짐하고서 찾아나선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그 생물의 이름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어떤 새를 보고,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그 새에 대한 시를 쓰려고 하는데, 그 새의 이름을 모르니 난감했다. 그래서 도감이 필요하다. 제주도 새에 대한 책은 한그루에서 나온 이 책이 보기 편하게 편집되어 있어서 좋다.

한그루는 생이 전문 출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 관련 책을 많이 만들었다. 한그루는 제주도 지역 출판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에서 중요한 새 관련 책이 많이 나오게 되었나 보다. 이 책 말고도 『제주의 새와 열매』, 『성산포의 새』, 『제주도 맹금류』 등이 있다.

탐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필수 소장 도서이겠다. 최근에 탐조의 세계에 빠진 김세홍 시인은 돈을 모아 가격이 꽤 많이 나가는 쌍안경을 샀다며 기뻐했다. 내가 김세홍 시인에게 왜 굳이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는지 물은 적 있다. 그러자 그는 쌍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새가 생활하는 곳을 간섭하지 않고 멀리서 그 새를 보기 위해서 쌍안경이 필요하다는 것.

작년 세밑 한그루 출판사 사무실에 갔다가 새 달력을 얻었다. 새 달력이자 새 달력이다. 그 달력을 보니 김세홍 시인이 떠올라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새 달력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태껏 새 달력은 용담동 먹돌세기로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 달력은 봄이 오기 전에는 산북으로 날아갈 수 있겠지.

고향이 압해도인 노향림 시인은 시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을 썼다. 고향 섬을 찾아오지 않는 후투티를 노래했다.  제주도에는 희귀하게 봄과 가을에 제주도에 온다. 제주도에 계속 후투티가 날아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최하림 시인도 팔금도 출신이다. 팔금도는 문학이 숨 쉬는 섬으로 조성 중이다.강화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 와서 결혼한 김애리샤 시인은 제주도에서 시를 쓴다. 섬에서 태어나 다른 섬에서 산다. 안면도가 고향인 헤르츠티어 사진가는 제주도에 와서 사진을 찍는다. 섬의 이미지가 섬에서 섬으로 이끌었으리라. 섬이 어떤 예술의 고향 같은 생각도 드는 지점이다.

시인들은 왠지 다 섬 출신인 것 같다.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 시인의 시 「섬」 전문)라는 짧은 시에 섬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함축했다. 섬은 외롭지만, 새들이 날아와서 덜 외롭다. 새의 시인 박남수는 새를 원초적 순수로 상징한다.

섬은 새들의 땅인데, 사람들이 서식하는 중이다. 새들이 섬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된다.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김신숙 시인과 현택훈 시인이 매주 번갈아가며 제주 작가의 작품을 읽고 소개하는 코너다. 김신숙·현택훈 시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부부는 현재 시집 전문 서점 '시옷서점'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 작가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다양한 기획도 부지런히 추진한다. 김신숙 시인은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 동시집 『열두 살 해녀』를 썼다. 현택훈 시인은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음악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를 썼다. 시인부부가 만나고, 읽고, 지지고, 볶는 제주 작가와 제주 문학.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매주 금요일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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