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와 북부에 대설주의보 발효 중이라 

쌓인 눈이 얼면서 도로가 결빙, 1100 도로 차량 전면 통제라는 안전 안내 문자 

한라산 눈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누군가에는 긴장의 하루이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한라산 

산간 눈 소식이 있지만 다행히 어리목 날씨는 맑음 

눈 덮인 백록담 화구벽이 아른거리는 새벽, 7시 30분 첫차를 타고 

가자! 어리목으로~

[백록담 화구벽]

어리목은 '길목'이라는 뜻으로 어리목 등반로를 따라 들어가면 

사제비동산의 아름다운 숲길과 봄이면 산철쭉, 털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는 초원 

겨울 눈부신 백설에 덮인 구상나무 군락지와 백록담 화구벽 

아름답게 펼쳐지는 한라산의 신비스러움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어리목 광장]

한라산 서북쪽 코스인 어리목 광장에서 남벽분기점까지는 

6.8km로 3시간(편도) 정도 소요된다.

어리목을 출발하여 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대피소~족은윗세오름~

어리목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잡고 화구벽을 만나러 간다.

[참나무 숲]

부드러워진 아침 공기 

이곳은 졸참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으면서 서어나무, 때죽나무 등이 

서로 어우러져 자라는 참나무 숲이다.

참나무는 봄에 새순이 나와 겨울에 모든 잎이 떨어지는 낙엽 활엽수로 

참나무 6형제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로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들을 통틀어 부른다.

졸참나무와 당단풍나무는 한라산에서 영원히 함께 할 

인연을 맺은 사랑나무이기도 하다.

[어리목 목교]

졸참나무 숲을 지나고 나니 어리목 계곡이 반갑게 맞아준다.

학창 시절에는 이곳에서 1박을 하며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흐르는 물도 말라 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눈 덮인 계곡만이 

이 자리를 조용히 지키고 있다.

계곡을 지나면 바로 가파른 계단은 등반로가 눈으로 덮여 있어서 

등산객들이 다져 놓은 오르막이 계단임을 알려준다.

[해발 1,100M]

해발 1,100M 

계속 오르막길이라 걸어가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제각각 다른 모습의 눈 덮인 주목들이 관심을 끈다.

[주목]

나뭇가지가 꺾일 듯 켜켜이 쌓인 눈, 

잎이 떨어진 겨울나무는 파란 하늘을 품고 

겨울 왕국 한라산의 이국적인 풍광에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한겨울에 더욱 빛나는 '붉은겨우살이']
[숲 터널]
[소나무]
[구급함]

숲을 만나 숲을 벗어나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원 

가파른 오르막과 환상적인 순백의 터널은 사제비동산까지 이어지고 

군락을 이룬 소나무, 탁 트인 평평한 고원이 펼쳐지는 사제비동산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겨울왕국이 펼쳐진다.

[구상나무 군락]
[제주조릿대]
[해발 1,500M]
[오름 풍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제주시내, 

그리고 푸른 바다와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삼형제오름~노로오름~바리메오름~쳇망오름~큰노꼬메~족은노꼬메~사제비동산으로

이어지는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하는데 

제주에는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

한라산 천연 보호구역 내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물장오리'를 포함하여 46개의 오름이 있다.

[만세동산 전망대]

만세동산은 예전에 한라산에서 우·마를 방목했을 당시에 

높은 곳에서 말이나 소들을 감시했다고 하여 '망동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민오름은 정상 부분에 나무가 자라지 않아 민대가리 동산이라 하고, 

장구목은 장구목과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구같이 좁아져 있어 장구목이라 한다.

[만세동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

만세동산 전망대에서는 

민오름(민대가리동산)~장구목~화구벽~윗세붉은오름~윗세누운오름 

중심에 '백록담 화구벽'의 아름다운 모습 

서 있기만 해도 영화가 되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 '구상나무 숲']

오래도록 한라산의 품을 지켰던 '구상나무'  

한라산은 지구 상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사는 곳이다.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나무(상록 침엽수)로 힘찬 기상을 가진 한국 특산식물이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해발 1,400m 이상에서 자라는 토종나무는 

겨울 혹독한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오랫동안 한라산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주인공이다.

[구상나무]
[구상나무 '고사목']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구상나무']
[눈보라를 감싸 안은 '구상나무']

눈 덮인 고산 평원 

의젓하게 눈보라를 감싸 안은 구상나무, 역시 장관이다.

어리목 파란 말뚝은 1-17이 마지막이다.

어리목 대피소에서 윗세오름까지 말뚝 하나의 거리가 250m니까 

대략 4.7km라는 계산이 나온다.

[희귀식물이 많은 고산습지]

2월의 겨울 햇살에 새하얀 세상 

탁 트인 고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백록담 화구벽 

눈 덮인 화구벽은 겨울에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 중의 하나로 

자연이 주는 벅찬 감동, 꿈속을 걷는 듯 눈부신 설국이 제대로 펼쳐진다.

이 보다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

[윗세누운오름과 윗세족은오름]

이웃한 윗세누운오름과 

전망대가 있는 윗세족은오름이 다정한 형제처럼 보인다.

1,100 고지 부근의 세 오름보다 위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윗세오름'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윗세오름 대피소]

만세동산을 지나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는 

백록담 화구벽을 마주하면서 비교적 여유롭게 평탄한 길을 걷는다.

대피소는 아직 공사 중~

[윗세오름 정상 표지석]

윗세오름의 돌 표지석은 눈에 묻혀있고 

대피소 처마 끝에는 기다란 고드름이 대롱대롱 매달려 

이곳의 강한 바람과 혹독한 추위가 가져다주는 흔적만이 남아 있다. 

[등반로임을 알리는 깃발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부드러운 비단결처럼 눈이 소복이 쌓인 등산로, 

거친 숨소리가 잦아들면 들리는 눈 밟는 소리,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겨울산은 그야말로 순수, 그 자체다.

[노루샘]<br>
[노루샘]

표지판만이 노루샘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윗세족은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

장구목~화구벽(백록담)~윗방아오름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선작지왓]

겨울 산행의 또 다른 매력 

사방이 탁 트인 끝이 보이지 않는 활주로 끝에는 

백록담 화구벽을 중심으로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눈에 들어오는 선작지왓의 넓은 고원 초원지대 

봄에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꽃바다를 이루는 산상의 정원에는 

가을, 제주조릿대와 노랗게 물든 호장근은 눈 속에 파묻혀 흔적도 없고 

하늘과 구름이 하나된 듯 펼쳐지는 겨울 설원은 장관이다.

[백록담 화구벽]
[윗세오름 대피소를 지나면서]
[만세동산이 보이는 길목]

이곳에도 제주조릿대와 호장근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백록담을 제외한 한라산 전역에 분포한 제주조릿대는 땅 속 줄기가 그물처럼 넓게 뻗어 있고, 

마디 부분에서 매년 새순이 돋아나 군락을 이룬다.

조릿대 숲은 강풍, 강우, 폭설 등으로 인한 토양의 유실을 막아주고 

야생동물들의 좋은 서식처가 되어준다.

[2월의 겨울 햇살]
[주목]

다시 만난 어리목 계곡의 눈 쌓인 목교 

아름다운 소리로 '반가워'하며 포근하게 맞아주고 

'사각사각' 내가 걷는 소리는 친구처럼 다정하게 들린다.

이 아름다운 숲 속의 이야기를 혼자 듣고 가기에는 긴 여운이 남는다.

[다시 어리목 광장으로]

"1년이면 50일 정도만이 한라산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어느 선생님 말씀 

이 겨울, 눈이 녹기 전에 

모든 삶은 타이밍, 망설이지 말고 설원으로 가보자!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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