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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민]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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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민]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3월
  • 김연주
  • 승인 2022.02.28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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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전업농이 아니었던 몇 해 전 내리 심기만 하고 거두어들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씨앗을 들고 밭에 가는 것도 룰루랄라 콧노래 나오는 일이고 밭에 가 앉으면 세상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착각이 있었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씨앗을 심고 또 심었다. 가끔씩은 완두콩이 심어져 자라고 있는 곳에 쪽파를 심기도 하곤 했지만 조그맣게 밭을 정리하고 씨앗을 심고 씨앗이 잘 자라주길 기도하는 마음이란. 

그렇게 3년이 지났을까? 아직도 심는 것에 비해 거두어들이는 것은 미미했고 검질을 제때 매주지 않아 내 작물이 실종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도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뮬레이션 해 본다. 이런저런 자료도 찾아보고 고민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으나 머릿속 농사와 밭에서 골갱이로 하는 농사는 또 많이 달랐다. 

아직도 경작면적은 몇 평 되지 않지만 이제 제법 수확물이 생겨났다. 완두 농사도 제법 되었고 고추도 열매를 제법 달아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농사를 지어보자 마음먹고 시작한 ‘언니네텃밭’ 꾸러미 생산자 활동. 그때까지만 해도 생산물 없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첫 생산물로 강낭콩을 내기로 했을 때 머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꾸러미 소비자 인원을 헤아려 보고 내 강낭콩의 수확량을 가늠해보고 꾸러미 하나의 중량을 계산해본다. 양이 부족하면 어쩌지? 너무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걸 얼마나 해야 내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이지? 등 이제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나를 괴롭혔다. 전업농이 될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확량을 가늠하고, 정갈하게 손질하여 포장하고 소비자에게 건네주는 작업은 밭에서 생산물을 생산해 내는 일과는 또 다른 경지의 일이었고 난 그런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쪽파를 심고 가꾸고 검질 매는 작업까지는 하겠으나 쪽파를 다듬는 작업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쭈그린 자세로 앉아 오랜 시간 쪽파를 다듬는 일은 그냥 고문이다. 다듬은 쪽파를 1kg씩 포장을 한다고 했을 때도 어려움은 있다. 10%인 100g은 더 넣어 포장해야 하나? 정량 포장을 해야지? 그랬다가 그사이 수분이 빠져 줄어들면 어쩌지? 등 중량을 어찌해야 하는지만 해도 여러 가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갈팡질팡이다. 중량을 정했다 해도 종이상자에 그대로 포장할 것인지 아니면 비닐 포장을 한번 하고 재포장할 것인지 등.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 해보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작물을 어디에 파종할 것인가를 계획하고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해야 할 것인지 밭은 어느 정도 배분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그려 나간다. 수확은 언제쯤 하게 될 것인지를 가늠해보고 다른 작물의 파종, 관리 시간과 겹쳐 애를 먹지는 않을지도 고민을 하게 된다. 

수확을 하고 어떤 경로로 시장에 나갈지도 이때 생각해 둔다. 대부분 언니네텃밭 온라인 장터를 통해 판매하고 있지만 자연재배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몇 년 새 꾸준히 늘어 개별 판매량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항상 생산물의 부족을 절감하고 또 절감한다.

첫 생산 농산물은 자연재배 토종 완두였는데 판매 수입이 50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해 결산하면서 얼마나 뿌듯해 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그에 비하면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해 내고 있지만 조금 더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전업농 4년 차인 지금은 파종을 계획할 때 생산량을 가늠해보고 소비자들을 생각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곧 3월이고 새소리가 경쾌해진다. 내 마음은 바빠지고 움직임도 가볍게 통통거린다. 작년 농사를 짓고 갈무리해 둔 씨앗들을 꺼내어 다시 한번 눈을 맞춘다. 씨앗들을 확인하고 확인하면서 올해 농사를 다시 한번 더 큰 그림으로 그려본다.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갈무리 중인 여러 씨앗들. (사진=김연주 제공)

참외재배는 조금 늘려보리라 생각하고 맞춤한 밭이 어디일까 생각해 본다. 작년에 내 참외를 넘봤던 그 귀여운 녀석이 올해도 찾아올지도 모를 일. 그 녀석이 모르는 곳으로 참외밭을 숨겨둬야겠다 맘먹는다. 수박도 작년 반응이 좋았었다 평가하고 올해도 작황이 좋기를 기대한다. 다만 시기를 조금 늦춰도 좋겠다 메모해 둔다. 

3월이 되면 쪽파 수확을 시작으로 풋완두를 수확하고 파종을 하고 모종을 내고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칠 것이다. 아직 밭에 있는 무와 당근도 수확하여 저장고에 저장해 두어야 하고 귤나무 전정도 곧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지만 일의 양이 많은 것은 아니니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 해나가면 될 것이다. 예전에는 머리부터 지끈거리며 아팠던 일들이 이제는 모두가 기쁨이 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김연주.
김연주.

전업농이 된 지 4년 차. 농민으로 살면서 느끼는 일상을 가볍게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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