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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봄, 충분히 누리고 열심히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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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스밍]봄, 충분히 누리고 열심히 기억하다
  • 강영글
  • 승인 2022.03.02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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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도래했다. 제주에는 올봄에도 샛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낭만을 만끽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봄을 노래하는 음악이 유독 한국에 많은데, 청춘을 상징하는 계절이기도 하며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 피고 낭만을 누리기에 적합한 온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까. 

올봄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그 속에서 봄을 대표하는 음악들이 감상될 것이다. 곧 다가올 따뜻한 공기 속을 가득 채우는 만개한 꽃들의 향기를 올해 유독 기다리는 이유는 그만큼 지난겨울이 추웠고 고되었기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 1집 발매 5주년 기념 LP 재킷.
버스커버스커 1집 발매 5주년 기념 LP 재킷.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서비스에서 2010년대 가장 많이 재생된 곡 1위를 차지하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곡이자,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사랑을 수놓은 봄의 상징으로 자리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2012)'.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이다(같은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여수 밤바다(2012)'도 여수의 상징이 되어버린 곡이기도 하니 장범준이라는 송라이터는 정말 대단하다). 

매년 벚꽃이 피기 전에 음원차트에 슬금슬금 올라와 그 이름을 먼저 꽃피우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이 음악을 들으며 봄의 낭만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으로 가득 찬 이 곡이 연인들에게 불리고 너무나도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였을까, 그 좋은 봄날에 연애하지 못하는 솔로들의 질투를 담은 곡이 ‘벚꽃엔딩’ 이후 발매되었고 이 또한 많은 사랑을 받는다.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라고 연인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10CM의 ‘봄이 좋냐??(2016)’와 아이유가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라 부르는 ‘봄 사랑 벚꽃 말고(2014)’가 그렇다. 꽃이라는 주제로 질투를 표현한 음악 역시 많은 사랑과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봄이 청춘의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 찬 계절이며 꽃이 이를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봄 안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수록되어 있다. 봄의 시작인 3월 1일부터 4월 19일, 5월 18일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아픈 역사이며, 4월 16일은 길지 않은 내 인생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날이었고, 제주에겐 4월 3일이 있다. 그리고 세계에선 최근 일어난 전쟁으로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아직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은 채 유족들이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현재 진형형인 사건이고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봄의 한 부분이다.

BTS 봄날 뮤직비디오(사진=공식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BTS 봄날 뮤직비디오(사진=공식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멜론 일간차트에 1800일이 넘도록 연속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멜론 누적 스트리밍이 가장 많은 곡인 (수식어가 필요없는)방탄소년단의 ‘봄날(2017)’의 뮤직비디오 안에는 세월호 참사를 의미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나오는 노란 리본과 9시 35분을 가리키는 시간, 바닷가에 떠내려온 신발,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옷가지들 그리고 세탁기에 붙어있는 “Don't Forget” 스티커. 

그들은 아픈 봄날을 노래했고 이것을 절대 잊지 말자 한다. “여긴 온통 겨울뿐이야 / 8월에도 겨울이 와”라는 가사는 이를 기억하고 현재도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이며, “아침은 다시 올거야 /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 영원할 순 없으니까”는 결국 돌아올 봄날을 향한 우리의 희망일 테다. 이 메시지는 세월호 참사를 넘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봄에 모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음악과 함께 이 좋은 봄날을 누릴 것이다. 하지만 너무 취해있어서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넘칠 만큼 ‘가득히’가 아닌 ‘충분히’ 누리고, 마음 한켠 자리를 비워놓고 열심히 기억할 것이라고 봄의 시작에서 다짐한다. 그리고 2022년의 봄은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며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고, 당연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계절이길 바란다.

강영글.
강영글.

잡식성 음악 애호가이자 음반 수집가. 중학생 시절 영화 <School Of Rock(스쿨 오브 락)>과 작은누나 mp3 속 영국 밴드 ‘Oasis’ 음악을 통해 ‘로큰롤 월드’에 입성했다. 컴퓨터 앞에 있으면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컴퓨터과학과 입학 후 개발자로 취직했다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기획자로 전향. 평생 제주도에서 음악과 영화로 가득한 삶을 꿈꾸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제주와 관련된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음식, 술, 영화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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