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선생』 강석주, 한그루, 2020
『맹추선생』 강석주, 한그루, 2020

서귀포에서 '청소년 책 활동가 <나를>'을 함께 하고 있다. 벌써 6년째다. 올해 처음으로 함께 읽은 책은 강석주의 소설집 『맹추선생』이다. 학생들과 함께 제주도 책 중에서 어떤 책이 좋을지 찾아보았는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학교생활의 이모저모를 소설로 담은 책이라 함께 나눌 게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석주 소설가는 제주도 현직 교사다. 이 책은 제주도교육청 우리 선생님 책 출판지원 사업 선정작으로 만든 책이다. 현직 교사다보니 책에에는 학교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잘 담아냈다. 토론 도서로 선정해서 읽기에 맞춤이었다.

‘나를’은 서귀포도서관에서 시작해 지금은 퐁낭작은도서관에서 이어서 진행 중이다. 서귀포가 고향인 나는 서귀포 일호광장의 토요일 풍경을 바라보다가 시계탑 같은 청소년 독서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김현희 사서와 함께 했고, 양윤정 사서 등 사서들도 고향 후배들에 대한 애정으로 많이 도와줬다.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선정한 책들은 많다. 책 전문가들이 심의를 거쳐 선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의 선정도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선정한다. 각자 책을 추천하고, 어떤 책을 함께 읽을지 서로 토론한다.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만나서 그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나를’은 ‘나를 위한 독서’, ‘미래를 향해 나는 독서’, ‘이웃에서 나르는 독서’라는 의미를 지녀 정적인 독서회라 하지 않고 동적인 활동가로 불렀다.

몇 해 전 ‘나를’ 활동가 몇이 서귀포고등학교 학생은 ‘우정’이라는 교육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열 달 동안 서귀포 방과후아카데미에서 스스로 ‘영포’라고 말하는 중학생 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봉사를 했다. ‘우정’ 학생들이 너무 열정적이서 나는 그들을 차로 실어 날랐다. 훗날 그들 중에서 몇은 교대와 사범대로 진학했으니 좋은 인재가 ‘나를’을 통해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하다.

한번은 어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은 고양이를 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고양이 사체를 수거하는 곳이 있지만 그들은 사체를 그냥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다른 방법은 없는가에 대해 얘기 나누자고 제안했던 여학생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독서가 ‘죽은 고양이를 염려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강석주 교사 겸 소설가는 법륜스님의 말 ‘무엇이든지 빨리 단박에 이루려 서두르지 마십시오’을 인용하며 교육학 전문서는 학문 연구를 단박으로 행하는 일이나, 교육 소설은 재미와 여유를 갖고 쓰다듬으며 사색하는 수행법이라 말한다. ‘진로소설이해와 독후활동’을 하던 중 학교와 교실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교환’을 제안한다. 소설을 통해 효과적인 수업방안, 생활지도 및 동아리지도에 대해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제안한다.

이 책의 수록 단편소설 중에서 우리가 집중해서 읽은 작품은 「잠과 전쟁」이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교장선생님의 특별 지시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지 않도록 하는 수업을 연구하는 내용이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을 졸지 않게 만들기 위해 뱀을 풀기도 하는데 어느날 그 뱀은 창 밖으로 탈출하고 난리가 난다. 이 소설집은 교사와 학생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각자 책을 읽고 모였을 때, 학생들은 PPT로 발표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용기내어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학교 얘기라 그런지 학생들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집중해서 읽을 단편을 정하자고 할 때도 내가 한 권을 정하자 여러 의견을 들어보자고 학생들이 제안했다. 결국 투표로 정했다. “선생님 입장으로만 썼네요.”라고 말하는 학생의 말이 공감이 갔다. 강석주 교사 겸 소설가의 제안처럼 나는 어느새 학생들과 생각을 교환하고 있었다. 다른 수록작에 대해 학생들과 생각을 교환한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서 전하고자 한다.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현택훈, 김신숙 '시인부부'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김신숙 시인과 현택훈 시인이 매주 번갈아가며 제주 작가의 작품을 읽고 소개하는 코너다. 김신숙·현택훈 시인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부부는 현재 시집 전문 서점 '시옷서점'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 작가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다양한 기획도 부지런히 추진한다. 김신숙 시인은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 동시집 『열두 살 해녀』를 썼다. 현택훈 시인은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음악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를 썼다. 시인부부가 만나고, 읽고, 지지고, 볶는 제주 작가와 제주 문학. '시인부부의 제주탐독'은 매주 금요일 게재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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