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정상의 뿔바위 '군산', 

원시 모습을 간직한 제주의 감취진 속살 안덕계곡의 숨은 비경, 

그리고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화순금모래해변 

제주올레 9코스(대평포구~화순금모래해변)는

대평포구를 시작으로 몰질 입구~대흥사 삼거리~약천암~군산오름 정상부~

안덕계곡~올랭이소 정상~창고천다리~화순금모래해변까지 11.9km로 5~6시간 소요된다.

올레 8코스의 종점이면서 올레 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한 대평포구 

변경된 제주올레 9코스, 의미 있는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본다.

[대평포구]

수천 년 탐라국의 바닷길~

대평리는 바다가 멀리 뻗어나간 넓은 들이라 하여 '난드르'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로 

평평하고 긴 들판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옮기면 대평(大坪)이 된다.

대평포구는 당포, 당캐로 불리는데 당나라와 원나라에 말과 소를 상납하는 

세공선과 교역선이 내왕한 데서 연유한 이름으로

어부들의 생활터전인 어선정박 장소로도 이용되는 유서 깊은 곳이다.

박수기정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안절경과 더불어 잔잔하고 포근한 대평포구,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올레 9코스 시작 스탬프]
[몰질 입구]

몰질은 말이 다니던 길로

고려시대 제주 서부 중산간 지역에서 키우던 말들을 

대평포구에서 원나라로 싣고 가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몰질에는 보리밥나무가 숲터널을 만들어주고 

노박덩굴, 후추등, 송악, 동백나무, 돈나무, 밀사초, 맥문아재비, 도깨비고비 등 

바닷바람에 강한 식물들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대평리를 감싸 안은 뿔바위 '군산']
[애기동백나무가 아름다운 올레]
[월라봉과 산방산]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모양과 같다는 '월라봉' 

그리고, 마을의 수호신처럼 위풍당당 용암돔 '산방산'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서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올레길 화살 표시]

군산으로 가는 오고생이 곱앙이신(고스란히 숨어있는) 숲길

겨울 빨간 열매가 아름다운 백량금과 자금우가 지천에 깔려있고 

처음 걸어보는 숲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본다.

[석위]
[자금우]

군산오름 입구 주차장에는 

올레길을 걷기보다는 오름을 찾은 방문객들의 차들로 채웠다.

걸어야만이 볼 수 있는 주위 경관들 

거대한 바위 덩어리 산방산의 기개에 기가 꺾인다.

[군산오름 입구]

군산오름은 안덕면 창천리에 위치한 해발 334.5m의 원추형 기생화산으로 

오름의 모양새가 군막(軍幕)을 친 것 같다고 해서 '군산(軍山)오름'이라고 부른다.

산이 솟아날 때 굴메(그림자의 제주어)같이 보였다 하여 '굴메오름' 

화산이 폭발하니 상서로운 '서산(瑞山)' 등 여러 가지 유래를 지니고 있는 오름으로 

남쪽 해안가의 산방산과 함께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오름이다.

[진지동굴 입구]

진지동굴은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제주도에 들어온 일본군에 의해 우리나라 민간인을 강제 동원하여 만들어졌다.

 이곳에는 일본군들이 대피장소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잔재물로 

 가슴 아픈 역사의 상처로 남아 있는 현장이다.

[올레 9코스 중간 스탬프(변경전: 창고천다리)]
[오름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용의 머리에 쌍봉이 솟았다고 하는 정상의 뿔 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지만 

막상 정상에 서면 한라산을 배경으로 중산간의 광활한 초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부드러운 능선과 대평리의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에 가려 한라산의 적나라한 속살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마라도~가파도~형제섬~송악산~용머리~산방산~모슬봉까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름군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조망된다.

[굴메오름(군산오름) 전망대]
[영구물]
[양재소]

지명의 유래는 재물을 기른다는 뜻에서 '양재소'라 전해 내려왔고

이곳 양재소는 길이 80m, 폭 40m, 깊이 25~30m 되는 저류지로 

예부터 가뭄이 들면 하류 2km에 있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퍼내어 벼농사를 지었다.

수영에 능숙한 사람들이 마음껏 수영을 즐기곤 하였고, 상류에는 가메소가 있다.

[수백 년 된 육박나무와 조록나무]
[추사유배길 하천(도고샘)]<br>
[추사유배길 하천(도고샘)]

제2의 안덕계곡이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심산계곡을 연상케 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다량의 생수가 솟아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안덕계곡 가는 길]

창고천 생태공원(안덕계곡)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마을 앞 계곡으로 

천연기념물 제377호 안덕계곡 상록수림 지대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감산천계곡, 창고천계곡이라고도 부른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계곡의 양쪽으로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평평한 암반 바닥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멋스러운 운치를 자아낸다.

계곡 양쪽 기슭에 상록수림 등이 울창한 고목림을 이루고 

300여 종의 식물과 하층식물인 양치식물이 서식하고 

희귀 식물인 담팔수, 제주상사화, 나도생강 등이 자생하고 있다.

군데군데 있는 동굴들은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으로 알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안덕계곡]

휘어져 아름다운 안덕계곡 

한라산 남서쪽 사면 삼형제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창고천 따라 안덕계곡으로 유입된 물줄기가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는 황개천까지 도달한다.

[돌하르방이 맞아주는 안덕계곡 입구]
[샛소]

이곳은 안덕계곡 하류에 위치한 S계곡이 끝나는 장소로

마지막 식수가 용출하는 곳이다.

오랜 옛날 서쪽 절벽이 높이 있다가 차츰 무너지면서 생겨났다.

[애기동백나무]
[담쟁이덩굴]
[멀구슬나무와 송악]
[구름다리]
[월라봉]

월라봉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

월라봉(다래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표고 200.7m, 비고 101m로 말굽형을 지닌 복합형 화산체이다.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월라봉(月羅峰),

오름에 다래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다래오름이라 불린다.

[장군석]

세월을 낚아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 

'도막은소' 동북쪽 절벽에 웅장한 바위 셋이 서 있는데 

바위 옆모습이 마치 장군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버섯바위]
[진모르 동산]

긴 능선을 이룬 야트막한 지형이라는 의미에서 진모르 동산이라고 부른다.

[개끄리민소]

개끄리민소는 화순리 황개천 중류의 쇠머리 동산 절벽 아래에 있는 

그 깊이가 매우 깊은 곳으로 소(沼)의 동단은 암벽 아래를 깊숙이 밀고 들어가 있다.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형 돌개구멍이 보인다.

[팽나무와 새집]

휘어져서 더 아름다운 '안덕계곡'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추사 김정희가 다녔을 제주 유배길 '사색의 길' 

안덕계곡을 품은 창고천의 숨은 속살까지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길을 걷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빠르게 지나치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

가는 길마다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꽃들이 옷자락을 붙잡는다.

[매실나무]
[홍매실나무]
[금잔옥대]
[올레 9코스 종점이자 올레 10코스 시작 스탬프]

다시 시작점으로....

[등대와 소녀]

아름다운 대평리 앞바다, 

여러 겹 병풍을 풀어 세운 박수기정은 '박수'와 '기정'의 합성어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 '박수'와 솟은 절벽 '기정'을 뜻한다.

울창한 수림과 절벽이 바다를 향해 이어져 있는 박수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대평포구의 아름다운 해안절경들이 눈앞에 다가와 숨이 멎는 듯하다.

[대평포구]

 확진자 폭증을 단절시키기 위한 잠시 멈춤!

산길, 숲길, 바닷길, 그리고 마을길 어디를 걸어도 제주의 아름다움은 빛을 발하고 

등대 소녀는 힘든 시기를 극복할 희망의 빛을 켠다.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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