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신임 이사장이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지난 8일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신임 이사장이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30년 전 대규모 관광개발 계획을 담은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저지를 외치며 산화한 고 양용찬 열사. 양 열사의 이름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하는 기업 이사장의 취임사에서 언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양영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신임 이사장은 취임식에서 “1980년대부터 90년대 제주도에 개발의 광풍이 불자 제주도의 내생적 개발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느낀 양용찬이라는 청년이 이를 통탄하면서 분신자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와 관계가 (양 열사의 분신) 문제에 뛰어들었고 제주도민의 내생적 개발에 부족한 동력을 국가가 마련해준 것이 바로 JDC”라며 “이처럼 JDC는 제주도민과 청년들의 간절함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DC는 제주를 우선 생각하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현지 국가공기업”이라며 “JDC가 이렇게 내생적 제주개발의 마지막 보루임을 알고 있기에 늘 JDC 이사장에 대한 뜻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생’이란 ‘안에서 생긴다’는 뜻으로 제주도가 지역 자본과 자원을 가지고 스스로 개발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양 이사장은 양 열사가 제주 주도의 개발을 외치다 스러졌으며 그 간절함에서 JDC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양 이사장의 취임사가 양 열사의 뜻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한 이사는 “제주 난개발의 핵심 역할을 해온 JDC의 새로운 수장이 반성과 성찰을 하지 못할망정 양용찬 열사의 뜻을 왜곡하는 취임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이사장은 즉각 사과하고, JDC의 해체를 포함해 기능과 역할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을 오늘 탄생하는 다음 정부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 열사가 반대했던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관광단지 중심의 개발, 투자 유치와 규제 완화 등을 담고 있다. JDC는 이러한 취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제주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됐기 때문이다. ‘국제자유도시’란 사람과 상품,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해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지역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람’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민간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비전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제주사회에선 국제자유도시를 폐기하라는 시민사회 단체 연대기구가 출범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JDC의 필요성 또는 공공성에 의문을 갖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진보정당 대통령 선거 후보나 도지사 후보들은 JDC의 해체를 공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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