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이 된 제주. 제주의 현실은 주류사회가 추구해온 미래 모습이 아닐까?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제주투데이는 제주 청년 보배와 육지 청년 혜미가 나누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주류사회가 답하지 못한 자리에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협력으로 진행되는 [보혜미안편지]는 음악·영화·책 등 다양한 텍스트를 중심으로 10회 연재된다. 이들이 끌고온 질문에 우리 사회가 책임있는 답을 하길 바라며. <편집자주>

8일 국민의힘 윤석열 제주 총력 유세를 보기 위해 동문시장 로터리에 모인 인파들. (사진=박소희 기자)
8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당시) 제주 총력 유세를 보기 위해 동문시장 로터리에 모인 인파들. (사진=박소희 기자)

대통령이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이 5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변화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받는 것이 유권자 이겠죠. 보배님이 지난 편지에서 소개해준 영화 <스윙보트>는 그 한 표의 무게에 대해서 밀착해 다루더라구요. 한편 양당제가 고착화 되어있는 미국의 현실도 잘 반영 되었고요. 

다만 저는 영화를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 표의 무게가 저렇게 무겁다면, 대통령의 권한은 얼마나 무거운가 라는 생각이요. 단편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고위직만 3000개, 관변단체까지 하면 1만 개가 넘는다고 하죠.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매우 중요한 일일텐데 과도한 권력이 아닐까요. 

그러나, 한편으론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충분한가 하는 고민도 들어요.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는 탄소중립을 선언한 2050년의 중간 목표인 2030년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녔죠. 뿐만 아니라 폭등한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거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가의 사회보장 정책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렇기에 투표를 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많았던 것같아요. 실제로 역대급 비호감 선거란 말과 달리, 후보자 TV 토론회 시청률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투표기간 열기도 뜨거웠죠.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폭발적으로 증가해 국민 10명 중 1명이 발병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역병은 무서웠지만, 그 가운데도 사전투표율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아쉽게 총 투표율은 80%는 넘기지 못했지만 말이에요. 이러한 와중에 압승을 한다고 자신만만 했던 국민의힘은 정말 간발의 차이(0.73%)로 정권교체를 했습니다. 이준석 당대표를 비롯하여 선거기간 내내 혐오의 정치만을 양산하고 비전 한 줄 보여주지 못한 국민의힘에 대한 시민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 보입니다. 그동안 설문조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민주당의 성비위 문제, 집값 폭등 등에 분노한 시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뜻이 컸지만 결과를 보니 얼마나 마음둘 곳 없었을까 싶습니다.

특히 제주는 모든 곳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되짚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전 제주도지사 원희룡은 대선출마를 하겠다고 도지사직을 무책임하게 내려놓았죠. 이 와중에 제주제2공항 건설 강행은 끊임없이 이야기 나오고 있고요. 제주 생태계의 위협은 계속 되는데, 대통령 후보들은 관심도 가지지 않으니 그에대한 우려가 컸겠지요. 

한편 서울역시 2020년 총선 후 민주당에 대한 판도가 완전히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작금의 민주당이 얼마나 제대로 된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는지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이 끝나도 2년의 시간동안 국회의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앞으로의 정치가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진보정당, 소수정당들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이라 말하는 정권에서 어떻게 한국정치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가장자리의 사람들을 대변하며 나아갈 지에 대한 분명한 전략이 필요하겠죠. 그 시작이 바로 6월에 있을 지방선거 일테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통령 만큼이나 중요한 제주도지사, 서울시장을 제대로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말입니다. 적어도 신뢰할 수 있는 후보를 내놓으라 말하고, 생명이 담긴 공약을 발표하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야겠죠.

글을 마무리 지으며, 보배님과 대통령 당선인께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요즘 열린책들에서 발간된 '조지오웰의 산문선'을 읽는데요. 그 속에 살아숨쉬는 인물들의 가쁜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덩달아 속이 쓰려집니다.

조지오웰은 “정치 언어는 대체로 완곡어법, 논점 회피, 아주 불분명한 애매함으로 구성될 것이다. 무방비한 마을들이 폭격당하고, 주민들이 시골로 밀려나고, 가축이 기관총에 떼죽음을 당하고, 헛간이 소이탄에 불타는 것이 바로 〈화평 공작〉이다. 농부 수백만 명이 농토를 빼앗기고 들고 갈 수 있는 것만 챙겨서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이 바로 〈인구 이동〉 또는 〈국경 조정〉이라는 것이다. 재판도 없이 몇 년 동안 감옥에 갇히거나, 뒤통수에 총을 맞거나, 북극 벌목지로 보내져 괴혈병으로 죽는 것이 바로 〈불안 요소 제거〉이다.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면서 마음속에 심상을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을 때 이러한 어법이 필요하다.” 라고 씁니다.

생명이 담긴 정치를 열망하며 오늘 편지를 줄입니다.


 

김혜미

2022년 마지막 이십대를 보내는 사람. 활동가와 사회복지사 두가지 정체성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 평소엔 '파이리'나 불의를 보면 '리자몽(입에서 불 뿜음)'으로 변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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