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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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의원 단골 환자중에 우크라이나 출신 유치원 선생님이 있다. 금발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전형적인 슬라브 민족의 특징을 가진 선생님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공격이 시작된 다음 날 한의원을 방문했다. 슬픈 얼굴의 선생님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에 관해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어떨 것 같냐고 물어왔다. 나는 확실치는 않지만 한 달 이내에 러시아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 결국 휴전을 하지 않겠냐고 안심을 시켜주려 대답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상당한 두려움에 싸여  러시아가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극단적 선택이라면 전술핵 사용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술핵이란 오키나와와 히로시마에 터진 거대한 핵무기가 아닌 군사시설이나 주요 시설을 타깃으로 쏘는 소형 핵무기를 뜻한다. 여하튼 핵무기는 핵무기이다. 그 피해는 단순한 살상을 넘어 방사능 누출 등 미래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녀는 2014년도에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 출신이지만 병합 후 서쪽 키이우(키예프)로 가족 전부가 이사를 가 현재 친지들은 키이우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벨라루스는 같은 슬라브계 민족이라 민족적 동질의식으로 상당한 유대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유치원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에 대한 적개심이 아주 강하며 심지어 언어도 대략 영어나 스페인어 차이처럼 다르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역사를 칼럼으로 쓰기 위해 공부를 해 보았는데 침략과 지배를 수없이 받아서, 그들이 살아온 역사적 뿌리에 대한 자부심과 왜 그리 저항하고 끝까지 싸우는지 이해가 되었다. 백 년 전만 해도 스탈린에 의해 대략 5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하니 우크라이나인들의 러시아에 대한 증오는 뼛속까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 침공은 여러 부분에서 살펴봐야 하겠지만 대체로 직접적인 원인은 친 서방 정책과 나토 가입 선언을 뽑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천연가스관 통행세에 대한 반발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약 80% 의존하고 있다. 이 천연가스는 1만㎞가 넘는 가스관으로 우크라이나를 지나야만 유럽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관통하는 천연가스관에 대한 통행세를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일년에 약 400억 달러를 받았고 이 금액 역시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사는데 사용해 왔다. 그나마 천연가스를 저렴한 가격에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었는데  러시아와 유럽은 통행세를 내지 않는 느로드 스트림(북해를 관통하는 천연가스관)을 개통하게 된다. 이에 더해 제2의 느로드 스트림을 개통하기 직전 상태다. 

경제적 수익이 꽤 컸던 통행세 수입이 줄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올라가게 되고 우크라이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렇기에 새로 들어선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친 서방 정책으로 우크라이나 경제난을 탈피하고자 한 것이 나토가입 선포였다.

러시아는 겨울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 확보, 동진을 계속해 오는 유럽과 미국에 대한 경계, 무너진 러시아 자존심을 세우는 본보기로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고 분석을 한다.

문제는 과연 이 전쟁의 끝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에 대한 추측이 힘들다는 것이다. 3일이면 침공이 완료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보기 좋게 어긋난 상태이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전선의 확장과 화학무기 사용과 더불어 전술핵 사용에 대한 우려까지 낳고 있다. 거기에 방관 입장이었던 유럽과 미국의 무기 원조와 지원금에 힘입어 전쟁은 더 깊은 구덩이로 빠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핵 무기 테스트. (사진=픽사베이)

대선 토론 중에 중요한 의제가 되었던 ‘핵 공유’, 전술핵에 대해 크게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핵확산 방지 조약 (NPT)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는 것과 핵무기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핵 공유니 핵 전술이니 아무리 떠들어도 NPT에 가입된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주진영인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가 도와주지 않으면 한국은 핵 공격으로부터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다. 이 5개국은 NPT에 가입되어 있고 정식으로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된다. 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며  NPT를 탈퇴한 핵무기 보유국은 현재 북한이 있다.

1991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독립할 당시 우크라이나는 세계 3번째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1994년 핀란드에서 미국, 영국, 러시아가 모여 신생 국가였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핵무기 포기 협정을 맺게 된다. 핵무기 포기 대가로 안전과 경제적 지원을 보장받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겼다. 30년이 지난 시점에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라 여길 것이다. 만약에 그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으면 러시아가 침략하지도 크림반도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실 핵탄두는 수명이 10년이라고 한다. 거기다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시설과 핵미사일 발사대가 있어야 하며 핵무기 유지와 시설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거기다 핵무기 사용 시 암호를 풀어야 하는데 그 암호 해독은 러시아가 갖고 있었기에 실상 쓸 수 없는 무기였다는 게 중론이다 .

현재 미국은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핵우산 정책 즉 핵 공격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이 방어와 공격을 대신 해준다는 전략이 세계의 무대 앞에서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핵 공유, 핵우산 등으로 핵무기 무장을 못 하게 했던 나라들에 설득력을 잃어 큰 저항에 처하게 될 것이며 만약 참전한다면 제3차 대전의 문턱에 서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전쟁을 지켜보는 북한 수뇌부와 대만 수뇌부는 어떤 생각들을 할지 뻔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터질듯한 활화산 위에서 평화의 냉각수를 계속 뿌려야 하는 운명을 지닌 나라다. 21세기에도 세계는 폭력과 무지의 야만성에 아파하고 있다.

양영준
제주 한경면이 고향인 양영준 한의사는 2000년 미국으로 이주, 새 삶을 꿈꾸다. 건설 노동자, 자동차 정비, 편의점 운영 등 온갖 일을 하다가 미 연방 우정사업부에 11년 몸담은 ‘어공’ 출신. 이민 16년차 돌연 침 놓는 한의사가 되다. 외가가 북촌 4.3 희생자다. 현재 미주제주4.3유족회준비위원을 맡고 있으며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칼럼 [워싱턴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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