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가 울창한 숲 길 '삼울길' 

하늘을 찌를 듯한 50여 년생의 통 바람이 부는 수직의 정원에는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로 만든 장승들이 크게 웃어주고 

울창한 쑥쑥 자라 쑥대낭(삼나무) 길을 걷는 동안 

초록이 눈 앞에 가득한 숲길은 눈도 마음도 함께 쉬어가게 한다.

[삼울길]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로 만든 장승]

삼울길을 지나 장생의 숲길로 들어서자 

오랜 가뭄과 꽃샘추위,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용기를 내준 

봄의 전령사 '세복수초' 

[세복수초]
[변산바람꽃]

숲 속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기 전 차가운 땅 위로 

남들보다 일찍 겨울잠에서 깨어난

가냘프고 여린 모습의 꽃 아기씨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숲 속 나무 그늘 아래는 

솔잎과 나뭇잎 위로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 별들이 무리 지어 피었다.

잠시 피었다 봄바람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만 

수줍은 듯 하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  

서둘러 봄을 알리고 픈 변산아씨 '변산바람꽃'의 고운 모습에 시선이 멈춘다.

[변산바람꽃 '쌍두']

까꿍! 

변산바람꽃 '쌍두', 드디어 너를 만났구나~

[변산바람꽃]

장생의 숲길, 숫모르 숲길, 노루생태관찰원 

두 갈래 길에서 노루생태관찰원 방향으로 들어선다.

[세복수초]

변산바람꽃과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 

능선마다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세복수초가 꽃길을 만들었다.

[새끼노루귀]

발에 닿는 굴곡, 세월이 느껴지는 앙상한 숲길 

언 땅을 뚫고 얼굴을 내민 

보송보송 하얀 솜털이 앙증맞은 '새끼노루귀'가 기지개를 켠다.

[새끼노루귀]<br>
[새끼노루귀]

등성이 사이사이 

진분홍 봄이 매력적인 '(분홍)새끼노루귀' 

[새끼노루귀]

 

[(분홍)새끼노루귀)]
[습지]
[거친오름]

산세가 거칠고 험한 기생화산 '거친오름' 

몸집이 크고 산세가 험해 전체적인 모습이 거칠어 보이는 데서 유래되었다.

크고 작은 여러 줄기의 산등성이가 사방으로 뻗어 내리고 

산등성이 사이사이에 깊은 골이 파여 있어 전체적인 산세가 매우 복잡한 편이다.

비탈면 전체에는 낙엽활엽수가 주종을 이루고

해송과 상록활엽수가 드문드문 섞인 울창한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세복수초]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경관 

구름에 가려 아쉽긴 하지만 한라산을 중심으로 

봉곳하게 솟아오른 크고 작은 오름 군락들의 파노라마 

고즈넉한 중산간의 풍경까지 눈을 즐겁게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

한라산의 작은 아우,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그대는 

억겁의 세월로 만 가지 형상을 하였구나.

그대가 생각나 한숨에 올라 저만치 손 뻗쳐 부르면 

언제나 그 자리 몸을 누이고 여기저기 너의 얼굴을 내미네.

<오름 군락>

[세복수초]

빗장을 활짝 연 오름 정상 

낙엽 위로 황금접시를 연상하는 세복수초의 환상적인 모습

바람도 멈춘 따스한 햇살 아래 봄의 왈츠가 한창이다.

[세복수초]

겨울나무의 흐릿한 색채 

나뭇잎이 그늘을 만들기 전 낙엽 수림대 아래에는 

꾸미지 않아도 자연이 묻어나는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차가운 바닥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세복수초' 

숲 속 나무들이 초록색을 감췄기에 

초록 치마에 샛노란 저고리로 곱게 차려입은 황금 꽃길은 시선을 휘어잡는다.

[세복수초 군락]

 

[삼울길]

숲과 마음이 하나 되는 곳 

험한 숲이 어수선하고 우거져 거칠게 보인다는 '거친오름' 

따스한 햇살에 빗장이 열린 봄, 꽃 아기씨들은 앞을 다투어 봄소식을 전한다.[세복수초 군락]

고은희

한라산, 마을길, 올레길, 해안길…. 제주에 숨겨진 아름다운 길에서 만난 작지만 이름모를 들꽃들.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린 생명의 꽃들과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설렘은 진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조경기사로 때로는 농부, 환경감시원으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고픈 제주를 사랑하는 토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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