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씨가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무책임하게 도지사직을 던지고 떠난 이후 권한대행으로 제주도정을 운영·관리하는 것은 구만섭 행정부지사다. 구 부지사 취임 이후 제주도에서는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정책들은 도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런데 정작 도민사회는 이 정책들을 잘 알지 못한다. 정말 도민을 위한 정책일까?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구만섭 행정부지사의 굵직한 정책들

구만섭 행정부지사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발표한 정책은 ‘제주형 뉴딜 2.0’ 계획이다. 취임 후 약 3달 반 만에 내놓은 정책으로 형식적으로는 제주도의회와 공동으로 발표한다고 되어있으나 구 부지사의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으로 직접 발표하였기에 사실상 구 부지사가 주도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형 뉴딜 2.0’은 기존의 제주형 뉴딜 계획의 과제 166개를 311개로 대폭 늘리고 당초 6조 1,384억 원에서 3,085억 원이 증가한 6조4,469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른 일자리는 무려 4만 5천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은 도대체 ‘제주형 뉴딜 2.0’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311개의 과제가 무엇이고 과제별로 어떤 내용이 들어있고, 추진방법과 실행계획은 어떻게 되며, 필요한 예산과 그에 따른 효과는 어떤 것인지 시원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사업 제목과 단순한 고용유발효과와 경제효과만을 설명할 뿐이다. 이 사업들이 도민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도민들의 역할은 무엇인지는 나온 내용이 하나도 없다. 도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정작 도민들은 도대체 어떤 것이 도민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는 사업이 ‘제주형 뉴딜 2.0’이다.

그리고 이어진 구 부지사의 두 번째 정책발표는 대선을 맞아 대통령 후보를 낸 각 정당에 보낸 정책자료집이다. 이번엔 제주도의 최대 갈등현안인 제2공항을 정상 추진해 달라고 각 정당에 요구했다. 도민사회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합의로 이뤄진 공론조사에서 이미 반대를 결정했음에도 구 부지사는 아랑곳 없이 제2공항 추진을 요구했다.

제주 제2공항 예상도(자료제공=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 예상도(자료제공=국토교통부)

그런데 도민사회는 이 내용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제주도가 아니라 정당에 일부 문제될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서 이 내용도 알려지게 되었다. 어째든 구 부지사는 이 또한 도민을 위해 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도민이 반대로 결정한 사업이 어떻게 도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 부지사는 따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도민을 위한(?)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

그리고 구 부지사는 드디어 화룡점정의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바로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이다. 16개의 주요사업으로 이뤄진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은 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에서 제주도가 소외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만들어진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초광역협력은 무엇이고 강소권은 또 무엇일까? 초광역협력은 쉽게 인접한 광역지방정부끼리 초광역경제권으로 묶어 수도권 수준의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전략이다.

부산, 울산, 경남이 대표적인 예로 이들 인접한 광역시·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교통망 연결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최대한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자는 내용이다. 그런데 제주도나 전북, 강원은 인접한 광역시가 없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초광역협력에서 소외될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이들 세 곳의 광역지방정부가 초광역협력과는 차별화된 특화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고, 이에 제주도는 정부에 강소권 발전전략을 구상해 제출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은 지난 10일 정부에 제출됐다. 그리고 그제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도의 구상이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략의 3대 목표는 제주 청정 기반의 탄소중립도시 실현과 대한민국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탄소중립 선도, 대한민국의 보물섬 제주를 미래세대에 계승하는 책임관광과 국제인재 육성을 위한 미래관광 선점, 공간적 연결과 균형발전을 위한 섬의 한계 극복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스마트 혁신도시 조성, 생물자원 디지털 헬스케어 조성,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글로벌 교육특화도시 조성, 국립생물자원관 유치, 화산과학관 설치, 제주형 특화 항만 조성 등이다.

역시나 이번 계획도도 도민을 위한 것이라고 구 부지사는 설명한다.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은 작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가 드는 사업들로 편성되어 있다. 예산규모만 봐도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고 그만큼 도민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 사업들이 정말 제주도민을 위하는,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사업일까?

제주신항만 조감도
제주신항만 조감도

#탄소중립 얘기하면서 대규모 토건사업 추진

일단 대규모 토건개발이 불가피한 사업으로 스마트 혁신도시와 국가산업단지 조성, 신항만 조성, 중산간 순환도로, 글로벌 교육특화도시조성 사업 등이 있다. 1조원에서 3조원 사이의 대규모 개발사업들로 그에 따른 상당한 환경부하와 파괴가 불가피한 사업들이다. 중산간 순환도로의 경우 극심한 중산간 파괴가 따른다. 하지만 도로개설 필요성조차 의문이 드는 사업이다.

대규모 크루즈 접안을 목적으로 하는 신항만의 경우 이미 크루즈 접안을 목적으로 개설한 항만들이 존재하는 까닭에 그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스마트 혁신도시 등 새로운 도시계획의 필요성은 딱히 들어나지 않았고, 정작 제주에 필요한 것은 기존 구도심 활성화인데도 대규모 도시개발이 선택되었다. 글로벌 교육특화도시사업은 난개발과 귀족학교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존 영어교육도시사업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사업의 필요성 자체에 의구심이 드는 대규모 토건사업을 핵심사업으로 꼽았는데 문제는 과연 이 사업이 제주도가 주장하는 목표인 탄소중립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대규모 토건사업이 불가피한 개발의 경우 탄소배출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대규모 시설은 그 운영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제주도 최대 관광시설이자 숙박시설인 제주신화역사공원만 보더라도 제주도 모든 건물의 쓰는 에너지의 무려 4%를 쓴다. 대규모 개발은 대규모 에너지의 소비 나아가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도대체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왜 대규모 토건개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탄소중립을 역행하는 것이 도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란 것일까?

도지사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주 주요 현안. (그래픽=박소희 기자)
도지사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주 주요 현안. (그래픽=박소희 기자)

#도민사회가 정말 원하는 것은 ‘환경보전’

제주도민들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난달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관련기사 ☞[선거]제주도민 ‘환경·제2공항 갈등 해결’ 도지사 원한다)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환경훼손 및 쓰레기 문제 대책'을 꼽은 응답자가 2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제2공항 논란 등 대형 개발사업 갈등 해소'가 22.9%,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해소책' 17.1%, '아파트 가격 안정화 등 부동산 대책' 15.0%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교통.주차난 해결'(9.8%), '시장 직선제 도입 등 행정체제 개편'(4.3%), '제주특별자치도 위상 제고 방안 마련'(2.5%) 순으로 꼽았다. 

환경과 관련된 답변만 분류해서 합하면 전체 응답자의 57.6%가 현재 제주도의 환경문제가 극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도민들은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생활쓰레기와 하수, 교통문제 등 생활환경의 악화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구 부지사가 강소권 발전전략으로 내놓은 사업들은 도민사회의 생각과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있는 제주시 봉개동 환경시설관리소.(사진=김재훈 기자)

그나마 환경보전기여금을 도입해 달라는 것과 한라권 제주국립생물자원관 건립 정도가 도민사회의 의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제주도가 과잉관광으로 황폐화되는 상황에 더 많은 관광객을 들이고 더 많은 인구를 유입시키겠다는 발상으로 가득한 이 계획들은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도민사회를 위한다면서 정작 도민들의 눈을 가린 핵심사업들

앞서 나열한 계획들의 특징은 도민들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사업을 계획하면서 도민사회와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한다거나, 필요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를 한다거나, 도민의 생각을 읽는 여론조사를 한다거나 이런 작업은 전혀 이뤄진 것이 없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 보장, 협치일 텐데 이런 기초적인 내용은 앞서 나열한 계획들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도대체 도민들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도민들을 위하는 사업일 수 있을까? 구 부지사는 도민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궁예처럼 갑자기 관심법이라도 깨우치게 된 것일까? 

필자는 이번 글을 쓰기 2주전에 제주도에 정보공개를 통해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의 예산, 내용,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진행계획 등을 자세히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공개된 자료는 사업의 간략정보만 표로 정리한 4페이지짜리 한글문서가 전부다. 그리고 이 정보가 공개된 지 딱 1시간여 뒤 제주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정보공개한 내용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실려 공개되었다.

자세한 사업에 대한 내용을 공개해 달랬더니 요약자료를 보낸 것도 어이가 없지만 보도자료에 실을 수준의 내용을 정보공개라고 공개한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정보를 안주는 것은 결국 사업에 디테일이 없는 것이거나 아니면 공개했을 때 미칠 파장이 너무 큰 탓일 거다.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니 디테일을 무시하진 않았을 테고 도민들이 보면 기함을 지를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나 우려가 크다.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우려가 큰 구만섭 행정부지사의 도지사 흉내

구 부지사의 역할은 선출직 공무원인 도지사가 없는 상황을 잘 관리해서 다음 차기 도정에 잘 인수인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구 부지사는 마치 도지사처럼 행동하고 있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들을 마음대로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

도민의 선택을 받은 적도 없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일도 없는 행정자치부 공무원인 구 부지사가 마치 선출직 공무원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도민을 위한다면서 정작 도민의 목소리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상한 계획들만 발표하고 있다. 뭘 어떻게 하든 책임질 일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독단적으로 독선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차기도정에서 구 부지사가 벌여놓은 이 사업들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차기도정은 생각지도 않은 많은 사업계획들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행정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당장 제2공항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고 도민의 민의를 수렴해서 도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쳐나가야 할 차기도정이 구 부지사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구만섭 행정부지사에게 바란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구 부지사의 부여된 역할은 다음 도정에 제주도정을 온전히 인수인계 하는 것이다. 본인이 소신이나 신념에 입각한 행보를 한다거나 느닷없이 신규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마음속에서나 행할 일이지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일은 차기도정이 몫이지 구 부지사의 임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그렇기에 구 부지사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구 부지사가 수행할 역할과 임무에만 충실해 달라는 것이다. 차기 도정에 부담을 주는 일은 애초에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하며, 지방선거가 80여일로 다가온 만큼 공정한 선거관리와 차기 도정에 인수인계할 내용을 잘 챙기고 정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주도 강소권 발전전략’은 차기 도정이 도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새롭게 수립해 제출할 수 있도록 정부로부터 회수하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런 본인의 원래 역할과 임무로 돌아가 이를 잘 이행한다면 구 부지사는 도민사회의 박수를 받으며 원래의 조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도민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는 부지사이자 도지사 권한대행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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