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 선후보가 8일 동문시장 인근 탐라문화광장에서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8일 제주 동문시장 인근 탐라문화광장에서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박소희 기자)

친기업 성향의 윤석열 당선자가 향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신경영 전략중 하나인 노동시간 유연화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신경영 전략이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롯데·대우조선·현대 등 자본가들이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심으로 이뤄진 사실상 기업의 '경영합리화' 방안으로 노동시장·노동시간·임금 유연화는 이들 핵심 중 하나다. 

정리해고, 파견근무,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유연화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나며 이미 현실화 됐지만, 노동시간과 임금 유연화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정책 등으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윤 당선자는 노동개혁 첫 번째 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를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현재 근로기준법이 획일적·경직적인 근로시간과 임금규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응이 어렵다며 근무시간·장소 해체, 성과 중심 근무방식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1년 이내 범위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시간을 자율적으로 설정해 주4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노동 관련 공약 내용. (자료=국민의힘)

윤 당선자는 노동개혁 섹션 제1공약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확대한다고 했다. 선택 근로제는 정산기간 동안 평균 연장근로시간이 1주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노동시간 연장이 가능하다.

사무연구직 등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선호하는 직무나 부서별로 노사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이나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담겼다.

연장근로 특례업종은 현재 육상·수상·항공·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보건업 이상 5개 업종으로 한정하고 있다. △재난·재해와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 △인명보호·안전확보 △돌발상황 수습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 이상 하나의 요건이 맞으면 연장근로를 고용노동부에서 인가한다. 

스타트업이 특례업종이나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포함되면 해당 사업장 노동자는 주 52시간(법적 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을 넘어 주당 64시간 노동을 할 수 있다. 집중적인 시간 투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윤 당선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합의해 획일적인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초장시간 노동 사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윤 당선자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지만, 노동자가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노사 관계가 수평적이기 쉽지 않다. 

또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시간제 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전환 신청권'도 부여하겠다고 했다. 전일근로제와 시간제근로를 자유롭게 전환해 '워라벨'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노동계는 "사용자가 전환을 요구할 경우 개별 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기 힘들다.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이 이뤄지면 '투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동시간 유연화와 더불어 임금체계 개편도 예고했다. 

이른바 호봉제로 불리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로 개편해 세대간·고용형태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자 희생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임금체계 개편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 노동계는 직무에 연공이나 숙련을 덧붙여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윤 당선인은 경영계가 강조하고 있는 '성과'를 강조했다. 

직무급이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해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분석 평가하고 그 가치에 맞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노동계는 직무급을 기초로 직무평가, 인사고과 등 성과만 임금에 결부시킨다면 과잉 충성과 과잉 경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강제로 직무를 변경 할 경우 임금 삭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임기환 본부장은 "윤석열 당선자가 내세운 노동 정책은 노사 윈윈 정책이라기 보다 기업 친화 정책"이라면서 "현장 반발이 심해서 실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