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사진=송기남)
목련. (사진=송기남)

목련 피는 계절이 왔다.

목련은 목련과 낙엽활엽 교목이다. 키가 약 10미터쯤 되니 전봇대 높이쯤 자란다. 나무 등걸은 회백색이고 타원형의 잎은 감나무잎을 닮았다. 가을에 잎이 지고 나면 바로 꽃눈이 가지 끝마다 손톱만큼씩 내밀어 겨울을 난다. 이것을 붓봉처럼 생긴 꽃이라 하여 나무목, 붓필, 꽃화를 써서 목필화라 한다.

목련도 품종이 여러가지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길거리나 정원이나 공원에는 백목련과 자목련이 있다.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 품종들이다. 한국에 식물도감들을 보다 보면 백목련은 어떤 책에는 중국이 원산지라 되어있고, 또 어떤 책에는 일본, 한국, 중국이라고 되어있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고부시목련에 대해 기록된 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차라리 옛날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기억들을 더듬어 산속을 다니다 몇 군데서 발견한 적이 있다. 찍어둔 사진이 사라져버려 이파리와 꽃을 함께 보여주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아쉽다.

중국산 목련들은 지금 거리에 한창 피었는데, 한라산에 토종 고부시목련은 해발 고도에 따라서 한 달 후에나 꽃을 볼 수가 있다. 꽃이 조금 작으면서 꽃잎이 갈라지듯이 펴지면서 핀다. 잎사귀는 중국산 목련 잎보다 조금 작으면서 색이 짙은 녹색이고 잎면에는 주름 같은 선들이 나타난다.

#문화재 정원에도 없는 토종목련

혹시나 하여 제주시 삼성혈과 관덕정 제주 목관아 등을 돌아다녀 봐도 한라산 토종목련은 단 한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수목 관리에 관한 지식이 모자람인가? 아니면 귀찮아서 외면함인가?

문화재 지역 내 수목 관리는 일반 정원 관리와 달리 수종에 대한 지식과 생태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서 품종 선택을 하고 관리를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제주 난대산림 연구소 같은 공공 수목시험림에서도 이런 토종 고부시 목련같은 수종들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목련. (사진=송기남)
목련. (사진=송기남)

#하얀 목련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전설

옛날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는 잘생긴 청년 바다지기 신이 있었다. 어느 아름다운 소녀는 그 바다를 좋아하였고 바다지기 청년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바다지기 청년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다.

소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날마다 애를 태우다가 바다로 뛰어내려 자살을 하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바다지기의 아내도 충격을 못이기고 자살을 하게 된다. 바다지기 청년은 두 사람의 시신을 햇살이 비추는 곳에다가 나란히 묻어준다. 세월이 흘러가고 무덤가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자랐다.

그리고 꽃이 피었다. 부인의 무덤에는 자목련이 피고 소녀의 무덤에는 하얀 목련이 피었다는 애틋하고 슬픈 전설의 꽃이다. 그래서일까. 옛 사람들은 목련을 ‘북향화’라 하였는데, 꽃이 필때는 북쪽 바다를 바라보며 핀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축농증, 비염을 치료하는 목련

목련은 염증을 삭이는 약재다. 피기 전에 어린 꽃 봉오리를 따서 말린다. 이것을 매울 신(辛)자를 써 신의라 한다. 마른 것을 뜨거운 냄비에 바삭하게 덖어서 가루를 낸다. 아주 조금씩 참기름에 저어서 축농증 환자가 천정을 보고 누운 상태로 콧구멍에다가 빨대로 한 방울씩 양쪽에 불어넣는다. 그대로 누워 있으면 참기름이 퍼지면서 콧구멍 안으로 약재가 흡입된다. 매번 약 20~30분 정도씩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열흘 정도면 어지간한 비염이나 축농증은 모두 다스린다.

금방 하얗게 필 듯 벌어지기 직전에 하얀 봉오리는 ‘옥란화’라 한다. 이것을 따서 말린다. 처음 말릴 때는 얇게 널어 말리다가 찐득찐득 해지면 겹쳐 말리기를 반복하여 꽃의 진액이 묻은 채로 오래 말려야 한다. 이것을 생리통, 불임증 등에 5g에서 10g 정도를 물 4홉 약 700밀리정도에 약한 불로 약달인다. 물이 반쯤 줄어들면 보온병에 담아두고 반씩 하루 두번에 나눠마신다. 떨어지는 목련꽃을 따다가 덖어 말려서 꽃차로 마셔도 좋다.

목련. (사진=송기남)
목련. (사진=송기남)

우리가 세상 사는 동안 한그루의 나무라도 심어 꽃을 보고 병을 구완하고 지구를 맑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공짜로 마시는 공기와 물을 살려야 한다. 지구에 왔다가는 우리는 이 순환의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는 지구와 생태계에 경의를 표하며 사는 길을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이것을 순환의 원칙을 위반해왔기 때문에 자연에서 종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산이면 산마다 도로를 내고 집을 짓고 숲속까지 자동차와 바이크족들이 돌아다닌다. 이런 상태로는 자연이 병들고 우리도 병들어간다.

자목련의 꽃말은 고귀함.
하얀 목련의 꽃말은 자연사랑.

이렇게 고귀한 것들을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원들을 우리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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