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4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지방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아쉽게도 2030의 정치인들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2022년은 다르다. 80년생 이후의 밀레니얼-Z 세대가 제주 정가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당, 정치성향, 가치를 떠나 그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한동수. (사진=박경호 제공)
한동수. (사진=박경호 제공)

▶제주의 삶이 이어지는 이유
 
제주시 시청 인근에서 태어난 저는 방학 기간을 으레 누나와 당시 꽤 붐볐던 시외버스를 타고 구좌읍 월정리 할머니댁에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방학은 늘 설레고 신나는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낮에는 월정리 바다로 나가 수영과 낚시를 했고 저녁에는 해녀였던 할머니가 잡아오신 전복과 소라, 생선을 반찬 삼아 실컷 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지긋하셨던 할머니는 검정 해녀복을 쉬이 벗지 않으셨습니다. 

늘 부지런히 오몽거려야 사는 것이라면서 다른 해녀들과 함께 바다 물질을 하셨고, 물질이 끝나면 다시 밭일에 매달리셨습니다. 저는 가끔 마늘밭 일도 돕거나 앞바다에서 보말과 게를 주워 할머니께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늘 살갑고 그리운 할머니의 칭찬이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통해 자연과 공존하며, 자연에 감사하고, 이웃과 나누는 제주의 환경과 문화를 배웠고 이런 삶이 “제주다운 것”이고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뛰어놀던 월정리 솔락계 바다에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섰고 바다를 메우고 다리가 놓이게 되자,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웠던 그곳은 이제는 결국 악취가 풍기는 특색 없는 곳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누렸던 그때 그 모습을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보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사무쳤습니다. 어렸을 때는 바다 앞에서 벌이는 토목공사가 제주사람,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만큼 어리석었고 어렸습니다. 제주가 제주다움을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제주의 소중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나이가 될 때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구시대적인 정치인이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그 정치인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선거운동에 나섰고 제주의 가치를 알고 제주다움을 주장했던 민주당 후보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성정치인이 자당의 후보를 무시하고 당선이 유력한 무소속 후보를 돕는 모습을 보았고, 구태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치에 무지렁이였던 저는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기득권만 챙기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에게 가장 먼저 무력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저라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만 한다는 생각, 이익을 떠나 제주 곳곳에 묵혀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지, 이런 제 소신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경력을 쌓아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섰습니다. 그래서 지역구 국회의원실 인턴비서 채용 공고를 보고 과감히 도전하게 되었고,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제주를 떠나 서울에 있는 국회에서 일을 배우게 됐습니다.

국회에서 접할 수 있는 일들을 제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라도 찾았던 저에게 최적의 직장이었습니다. 법률 개정과 국가기관 질의 등을 통해 제주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때 제주 돌담을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하는 성과, 관련 예산을 매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드는 성과, 한때는 제주의 큰 위기였던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예산지원과 국가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던 성과, 외국기업이 제주의 해양수산자원을 이용할 때 로열티를 내도록 하는 법률을 만드는 성과, 세월호 제주 지역 화물피해자에 대한 배상 근거 법률을 만드는 성과 등에 기여하면서 나름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국회에서 제주를 위한 일을 차곡차곡 돕다 보니, 승진이란 기회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큰 소득은 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운도 따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저에게도 청와대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보통 청와대의 근속기간은 1년여 남짓 되지만 저는 2년 5개월간 다양한 부서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청와대 안에서 제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찾고 진행했습니다. 제주 특산품인 고사리를 대통령 명절 선물에 포함시켰고, 청년비서관·자영업비서관과 함께 제주 동문시장에 있는 청년몰을 찾아가 청년상인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주에 있는 많은 유망한 청년들을 발굴하여 정부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어느새 제주를 떠나온 지 10여 년 남짓 흐르고 그사이에 저는 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해 많은 지혜와 경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쌓은 경험들을 살려서 제주를 계속 제주답게 만드는 일에 제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수씨(왼쪽). (사진=한동수 페이스북)
한동수씨(왼쪽). (사진=한동수 페이스북)

 

▶제주에서 느꼈던 한계 혹은 희망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제가 10여 년 제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간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매년 3000여명의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고 청년들이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저는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등에서 수도권과 비슷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면 지방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많은 후보들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도 농수축산의 1차산업과 관광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재편하여 다양한 구조로 산업들을 만들거나 확장시키면서, 보다 매력적인 정주여건을 살려 우수한 민간기업 유치와 도내 기업들에 대한 일자리 지원 확대에 발 벗고 나서야만 합니다. 그래야 청년들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들이 생산될 수 있습니다.

▶한동수가 느끼는 제주의 특별성

우리나라에서 제주가 없다고 한번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삭막하고 각박하고 특색 없고 무미건조한 나라가 떠오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제주의 존재는 특별하고 소중한 보물과 같은 곳입니다. 단지 관광지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으로 가득 찬 곳입니다.

이러한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 자랑이자 행운입니다. 서울에서도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민 대부분이 다른 지역 사람을 만났을 때 제주만의 독특한 경관, 문화, 맛집, 관광지를 설명하는 제주 홍보대사가 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제주가 제게 준 것들이 너무 많은 셈입니다. 보석 같은 우리 고향 제주를 더욱 제주답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동수가 바라는 제주의 모습

제주가 제주다웠으면 합니다. 제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개발’이 아니라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제주에 광풍처럼 몰아붙였던 개발 붐이 도민의 삶을 발전시켰습니까? 제주가 가지고 있는 생태적 자원을 돋보이게 하고 그 가치를 높였습니까? 제주만의 문화적 독특함을 느낄 수 있습니까?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에 유원지가 들어서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장소 바로 앞까지 아스팔트가 깔리는 관광개발은 제주의 자연생태계가 가지는 가치를 갉아 먹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은 몇몇 토지소유자, 건설업자, 일부 정치 엘리트 집단에게는 쾌감을 안겼겠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평범한 제주도민과 특히 청년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제주가 제주다움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때 제주도민이 일상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제주의 자연 속에서 개발사업이 조화를 이루고 양적인 팽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한 개발로 인해 발생한 이익이 지역주민의 주도권으로 연결되어 파생적으로 다양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청년들이 수준 높은 복지시스템을 갖춘 직장에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 현안 중 가장 관심 있는 것과 그 이유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부동산값 폭등에 의한 성남 민심의 심판이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울의 천정부지로 상승한 집값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많은 서울 청년들이 현 정부에서 뒤돌아섰다는 판단인데, 이러한 현상이 제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주의 주택구입가격배수(PIR)는 6.81로 집 한 채를 사려면 6.81년 동안 가계소득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합니다. 아파트 평당 가격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316% 상승했고, 전국에서 임금 대비 최고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기준 제주의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지역 전체 주택 소유자 중 5.4%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주택 이상을 보유한 청년가구가 796개에서 1120가구로 늘어났고, 2주택 이상 소유한 청년 가구도 22.8%나 되고 있습니다. 2주택 이상 그리고 3주택 이상 보유한 청년 가구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반면 무주택 청년 가구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고, 주택 이외에 숙박업소, 기숙사, 판잣집,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1인 청년 가구가 4000여 개나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 청년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누군가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겨우 잠만 청하는 부동산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주거 문제만큼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 큰 사회 불평등 문제가 되기 전에 해결됐으면 합니다.

(사진=한동수 페이스북 계정)
(사진=한동수 페이스북 계정)

 

▶내가 느낀 제주 청년 정치의 한계 혹은 희망

현재 정당의 공천 방식으로는 장년층에 비해 자본력과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한 청년들이 정치 제도권에 들어가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실제로 현재 제주도의회는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구성돼 있기도 합니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청년의 이야기는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각 당에서는 청년의 무공천을 확대 시행하고 능력과 자질이 인정된 청년에게는 과감한 공천가산점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청년이 30% 이상 공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매번 선거철마다 외치는 공염불이 아니라 실제로 이행되기를 희망합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제주가 제주다움을 잃어버려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처음 선거운동을 겪으면서 제주의 기성정치인들이 기득권만 좇는 것에 환멸을 느껴, 제 자신을 궁글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과감하게 서울행을 결심했었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와 국회를 다니면서 정치권과 행정부, 언론계의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주를 위해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제 진정성을 알아봐 주셨고, 진지하게 출마도 권유하셨습니다. 저  역시도 이제는 제주 문제에 대해 나름 전문적이고 바른 소리를 하는 한 청년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청년 정치’라는 명분으로 청년들이 경험과 능력도 없이 단지 젊다는 이유로 출마를 한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고 싶습니다. 제주의 젊은 청년이 기성정치인보다 의정활동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주고 싶습니다. 

▶당선될 경우 약속하고 싶은 세 가지

항상 겸손하겠습니다. 도의원이 되면 공무원분들에게 지위를 이용해 간혹 무례한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청와대에서 일반직 공무원분들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습니다. 공무원분들을 상하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파트너 개념으로 생각하고 제주 현안을 함께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항상 소통하겠습니다. 지역주민이 하시는 말씀을 귀담아듣기 위해 임기 내에 핸드폰을 절대 끄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사무실을 찾아오실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제주를 제주답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비전 제시와 개선과제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선진적인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정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 마디

굳이 청년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제주의 많은 청년 정치준비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기성정치인으로부터 청년들은 경험이 짧고 능력이 떨어진다며 공천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 제주 청년 정치준비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제주 현안에 많은 관심을 두고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자기의 소리를 내주셨으면 합니다. 젊다는 것은 그만큼 옹골차고 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청년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동수님을 인터뷰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신념과 경험을 충분히 느꼈다. 무엇보다 그가 그리는 제주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전달받았다. 그가 그리는 제주의 미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어 젊은 제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호야.
호야.

호야. 
6년 가까이 청년 활동가로 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제주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가 가야 할 길을 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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