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신현정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색당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배경과 다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21일 신현정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색당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배경과 다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주녹색당 제공)

녹색당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된 신현정(23) 청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희망을 전하는 녹색당의 정치를 올해 제주도의회에서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2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마 배경과 다짐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까는 풍경, 몇 년 새 아파트 가격이 세 배가 뛴 풍경, 제주의 자원으로 성장한 한진칼이 300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불행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있었다”며 “누구라도 불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제주에서 시민으로서 간절히 목소리를 내왔고 녹색당에서 정치를 하며 다른 미래를 꿈꿔왔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 제주도엔 900개의 조례가 있지만 구체적인 불행들을 해결해 주는 조례는 어디에 있느냐”며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한다’는 조항으로 지금 당장 불행한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저와 녹색당이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또 “저는 녹물이 나오고 비가 새는 집에서도 살았고 마트에서 하루 여섯 시간 서서 일하기도 했다. 502번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해봤고 트랜스젠더 친구의 자살을 지켜봤다”며 “늘 이런 이들의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저와 녹색당이 제주도의회에서 만들어 갈 정치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만6640명. 지난 선거에서 녹색당을 선택해 주신 도민들의 숫자”라며 “2022년, 도민들의 녹색정치를 향한 이 염원에 또다시 응답하려 한다. 제주의 난개발에 과감한 녹색 브레이크를 걸겠다. 2022년의 도의회는 ‘녹색 균열’이 있던 의회로 기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연설문 전문.

<신현정 녹색당 제주도 비례의원 후보의 연설문: 희망을 전하는 녹색당의 정치, 2022년 제주도의회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제 저녁, 녹색당의 후보가 되었습니다. 제주도의회에서 신현정이 녹색당의 정치를 펼쳐낼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보내 주신 당원 여러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도민 여러분들도 대체 녹색당의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제주도의회에서 녹색정치를 펼쳐 낼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의회 밖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온 시민입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엔 스쿨미투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시민단체 활동가로, 문화예술 노동자로, 또 정당인으로 지금 제주에서 내야 하는 목소리들을 내어 왔습니다.

제가 제주에서 보낸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였습니다.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공교육의 시간의 마침표를 찍고, 제주에 남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원해서 남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서울로 가지 못했다는 열패감에 가까웠습니다. 취업을 고민할 시기가 되니 다들 서울로 가라고들 합니다. 물려받을 농토가 있거나 돌창고가 있으면 카페라도 차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제주도에서 여자가 안정적으로 벌어먹으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게 최고라고도 합니다. 여전히 모두가 기회가 되면 태어난 땅을 떠나라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는 불행한 삶이었습니다.

제가 경쟁에서 져서 불행한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자책할 무렵, 저의 눈에 바뀐 제주의 풍경들이 들어왔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건물을 올리고 도로를 까는 풍경, 몇 년 새에 아파트 가격이 세 배가 뛴 풍경, 어린이날 제주해군기지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어린이들의 풍경, 제주의 자원으로 성장한 한진KAL이 300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구체적인 불행들이 제 눈 앞에 선명하게 있었습니다. 제가 경쟁에서 져서 불행한 게 아니었습니다. 누구라도 불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시민으로서 간절히 목소리 내어 왔고, 녹색당에서 정치하며 다른 미래를 꿈꿔 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번번이 지금까지의 기득권 정치 앞에서 절망해야만 했습니다. 의회는 노동자를, 농민을, 바다와 대지를 대변해 주지 않았습니다. 지하수를 더 퍼가도록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고, 각종 생명이 서식하는 비자림로 공사를 재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2만볼트 고압선로를 해녀들이 노동하는 바다에 깔겠다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에 동의하는 제주도의회 앞에서 번번이 우리가 꿈꾸는 다른 미래는 멈췄습니다.

지금 제주도에 900개의 조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900개의 조례 중, 지금 이 시간 일어나는 이 구체적인 불행들을 해결해 주는 조례는 어디에 있나요. 제주에 수많은 제도들이 구성되어 있는데, 도민들의 삶은 왜 여전히 위기와 걱정, 불안으로 가득해야 하는지 저는 질문하고 싶습니다. 어떤 것을 할 수 있다, 는 조항으로 집행자의 의지와 주관성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조례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지금 당장 사람들의 불행한 삶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저와 녹색당은 만들어내겠습니다. 지독한 경쟁 속에서 죽어가는 청소년들, 태어난 곳에서 떠나야만 희망이 있는 청년들, 기후위기로 농사짓기 어려운 농민들, 일하다 죽고 다치고 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해결할 기후정치를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묻고 싶던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도 도의회 1층 도민카페에 섰습니다. 저기 바깥에 도의원들 소개가 보입니다. 도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의정을 만들겠다는 의회의 다짐도 보입니다. 제가 항상 묻고 싶었던 것은 이것입니다. 의회는 시민의 초상화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제주의 인구 구성과는 다른 의회가 항상 만들어지는 것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저 멋진 말 아래에 붙어있는 정치의 얼굴들이 왜 항상 중년 남성들로만 가득 차 있어야 하는지 언제나 묻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보시다시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저는 기성 정치인의 모습과는 아주 다릅니다. 저는 서울대도 안 나왔고, 지방대 출신에 졸업도 못 했고, 집도 돈도 차도 없고 나이도 어립니다. 어쩌면 저는 어떤 것을 결정하기보다는 결정에 따라야 할 때가 더 많았던 사람입니다. 녹물이 나오고 비가 새는 집에서도 살았었고, 마트에서 하루 여섯 시간을 서서 일하기도 합니다. 저는 502번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해 본 사람입니다. 트랜스젠더 친구들의 자살을 지켜 본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런 이들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제주녹색당에서 지난 시간 동안 정치를 했습니다. 기존 제주 정치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마을의 여성들, 농민과 청소년, 성소수자들, 동물과 바다와 대지의 이야기가 지난 10년간 녹색당의 정치였습니다. 앞으로 저와 녹색당이 제주도의회에서 만들어 갈 정치이기도 합니다. 

도민들의 불행은 더 이상 경제성장만 바라보는 정치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16,640명. 지난 선거에서 녹색당을 선택해 주신 도민들의 숫자입니다. 이 작은 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 염원일까요. 2022년, 저는 도민들의 녹색정치를 향한 이 염원에 또 다시 응답하려 합니다. 저는 제주의 난개발에 과감한 녹색 브레이크를 걸겠습니다. 2022년의 도의회는 '녹색 균열'이 있던 의회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의회 밖에서 저항의 운동을 해 왔다면 이제는 제도정치 안에서 우리의 삶을 바꿔보려 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치에 지치고 실망한 도민들에게 정치의 희망을 전하려 합니다. 자본과 기득권이 아닌,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녹색정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제주도의회에 녹색 반전을 일으킬 시간, 2022년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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